[시승기]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의 전기차..닛산 리프
2019-03-25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닛산 리프

조금은 우울하다. 아마도 자동차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그렇게 느낄 것이다. 전기차는 이제 현실로 다가왔고, 진짜 엔진 소리를 들어볼 시대는 종말을 맞이하고 있어서다. 얄밉게도, 닛산 리프는 그 첨병으로 서있다.

지난 2010년 처음으로 양산된 리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만 40만대가 팔려나갔다. 전기차 판매 부동의 1위다. 어찌됐건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있었다. 정말 얄밉지만, 닛산 리프는 즐기기에도 충분한 흥밋거리와 운전의 재미도 두루 갖추고 있었다.

■ 전기차 같지 않은 디자인

국내 시장에서 판매가 시작된 2세대 리프의 디자인은 의외로 평범하다.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적용되어 있다 하더라도 믿을 것 같다.

그만큼 평범한 스타일링이다. 디자인이 무난하다는 뜻이 아니라, 전기차 치곤 평범하다는 뜻이다. 물론 모든 전기차가 미래 지향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되려 거부감만 들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

닛산 리프

다만 곳곳에 자리 잡은 다양한 디테일이 이 차의 비범함을 드러낸다. 형태만 남은 V모션 그릴 내부엔 푸른빛의 조형체가 은은하게 빛나고, 측면과 후면엔 이 차가 친환경 차라는 것을 상징하는 엠블럼이 자리 잡았다.

여기에 투톤 컬러를 적용해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디자인에 포인트를 줬다. 다만, 색상이 검은 색 밖에 없다는 점이 걸린다. 블랙 컬러로 처리된 후면부와 통일성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 신기술의 ‘쓰나미’..실제 쓰나미도 견뎠다.

비록 평범한 디자인이지만, 집약되어 있는 신기술을 나열하자면 제법 풍부하다.

닛산이 신형 리프에 가장 강조한 기술은 e-페달. 가속 페달 하나 만으로 차량의 시동, 가속, 감속, 중지 또는 유지가 가능한 기술로, 이를 통해 배터리의 효율성은 물론, 운전의 재미도 높였다는 게 닛산 측의 설명이다.

e-페달은 최대 0.2g의 감속비를 지녔다. 때문에 감속 및 정차를 위해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며, 감속은 물론 완전 정차도 가능하다. 오르막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수행해서, 사실상 오토 홀드 기능까지 겸하고 있다.

닛산 리프

피로감 또한 적어진다는 설명이다. 닛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e-페달은 교통 혼잡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횟수를 최대 80~90%가량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프는 지난 2010년 출시 이후, 배터리와 관련된 차량 화재 사고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은 유일한 전기차다. 특히, 지난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사태에서도 배터리 관련 사고 발생이 없었다는 점은 그 내구성과 신뢰도를 더한다는 평가다.

이는 충격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배터리팩 구조 덕분이다. 이를 통해 배터리에 전달되는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게 특징. 리프의 배터리 시스템 중 고전압이 통과하는 모든 부품은 인체에 닿을 수 없도록 설계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전기 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차단 장치도 구비됐다. 이 시스템은 강력한 충격 및 합선이 발생할 경우 작동되는 시스템으로, 이를 통해 감전 및 누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원 페달 드라이빙의 재미..운전 재미도 쏠쏠

리프의 최고출력은 150마력, 토크는 32.6kg.m 수준이다. 완충시 주행거리는 231km로, 이전 모델 대비 76% 증가했다.

닛산 리프

차량에 처음 탑승했을 때 가장 크게 느껴지는 점은 시트포지션이다. 체감이 될 정도로 높기 때문인데, 소형 해치백이지만 SUV와 유사한 느낌이다. 낮은 포지션을 선호한다면 맘에 들지 않겠지만, 덕분에 운전하기에는 제법 편리하다.

시동을 걸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전기로만 구동되는 탓에 시동이 걸렸는지도 알아채지 못하거니와, 있지도 않은 스타팅 모터의 돌아가는 소리도 들을 수 없다.

주행 모드는 D 모드와 B 모드, 에코, B+ 에코 등 네 종류로 구성된다. D 모드는 주행 성능에 중점을, B 모드와 에코, B+는 효율성에 집중된 기능이다.

D 모드의 주행 상황에선 부드럽고 재빠른 반응성이 인상적이다. ‘미끄러져 나간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B 모드 상태에서도 큰 차이를 느끼진 못하지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에너지 회수를 위한 회생제동 장치가 구동되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에코 모드와 e-페달을 활성화 하면 이는 더 강하게 느껴진다. 닛산에 따르면 이에 따른 동력 회수율은 최대 30%에 달한다. 1000원을 쓰고 300원을 캐시백 받는 기분이라니, 뭔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e-페달은 처음 경험해본다면 제법 어려울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떼는 순간 제동이 시작되는 탓에, 부드럽게 정차하기 위해선 페달을 서너번은 끊어서 떼줘야 부드러운 정차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잘 이용한다면 재밌는 운전이 가능하다.

닛산 리프

특히, 가속과 제동이 반복되는 와인딩로드에서 그 진가가 나타난다. 잠시나마 브레이크로 발을 갖다 댈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 차량의 움직임도 훌륭해서 제법 재미있는 운전이 가능하다.

전기차의 매력은 짜릿한 가속감이지만, 리프의 가속력은 경쟁 차량에 비해 폭발적이진 않다. 어쩌면 조금은 더 보편적인 고객층을 추구하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해석된다.

■ 닛산 리프의 시장 경쟁력은...

가격 경쟁력도 충분하다. 풀 옵션이 적용된 리프의 가격은 4900만원으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보다 비싸고, 기아차 니로 EV보다 저렴하다. 여기에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더할 경우 리프의 3550만원(서울시 기준) 까지 떨어진다.

주행거리는 큰 문제가 아니다. 작금의 상황에선 충전 시간만 더 오래 걸릴 뿐, 시티커뮤터로서의 역할로는 충분하다. 하루 40~50km를 주행한다면, 일주일간 출퇴근에 충분히 쓰일 수 있는 양이다.

다만, 가격을 맞추려다 보니, 일부 사양이 누락된 점이 아십다. 반 자율 주행 기능이 포함된 프로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이 그것이다. 좋은 상품성을 자신한다면 인상 요인이 있더라도 더 좋은 구성을 갖추는 게 좋지 않았을까.

닛산 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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