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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응답하라 SM6..변화의 목소리에 대답한 르노삼성!

Renault Samsung
2020-07-24 15:20:12
THE NEW SM6
THE NEW SM6

[인제=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새로운 SM6는 오너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완성됐습니다”

르노삼성이 중형세단 SM6를 4년 만에 새롭게 내놨다. 최근 경쟁사가 보여주는 행보와는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현대, 기아라면 이미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았을 법한 시기. 르노삼성이 꺼내든 카드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다. 여전히 매력적인 디자인은 유지하되, 보이지 않는 속을 철저히 뜯어고친 SM6는 변화의 목소리에 응답할 수 있을까.

■ 티 안나는 시술.

시간을 거슬러 SM6가 첫 선을 보이던 2016년. 르노의 최신 패밀리룩을 입고 등장한 SM6는 지루한 중형세단 시장에 거센 돌풍을 몰고 왔다. SUV 중심으로 옮겨가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빼앗아 올 정도로 높은 호응을 이끌어낸 디자인은 출시 첫해에만 5만 7478대의 판매량을 기록할 만큼 르노삼성의 부활을 이끌어낼 주역으로 각광받았다.

THE NEW SM6 헤드램프
THE NEW SM6 (헤드램프)

이미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외모는 티 안나는 몇 가지 변화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첫 인상을 결정 짓는 눈매는 좌우에 각각 18개의 LED로 화려함과 시인성을 챙겼다.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브랜드 일부 모델에서만 봤던 매트릭스 LED가 전방에서 마주오는 차와 선행차를 감지해 필요한 곳에만 정확히 빛을 뿌려준다. 또, 이전모델에서 나타났던 보랏빛의 빛 번짐 현상을 말끔해 개선했다.

또렷한 눈매와 함께 전면부를 장식하는 화려한 크롬선은 그릴과 범퍼 하단에 위치하며, 웰컴 라이트의 역할을 하는 LED가 도어 손잡이로 이동했다. 티 안나는 변화는 후면에서도 이어진다. 램프 속 그래픽 변경과 함께 양끝부터 이어지는 크롬라인은 밋밋하게만 느껴졌던 SM6의 화려함을 더하는 일등 공신이다. 시승차로 준비된 아메시스트 컬러, 와인빛 컬러와의 궁합 이외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흰색, 검정, 은색 등의 계열과도 이질감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THE NEW SM6
THE NEW SM6

실내 변화도 부분변경 모델이 보여줘야 할 특징을 모두 담아냈다. 앞서 언급한 소비자들의 목소리로 완성된 첫 번째 변화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내를 가득채우는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8.7인치에서 9.3인치로 크기를 키웠다. 속도계와 트립컴퓨터를 띄우는 계기판은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로 변경됐다.

버벅이는 응답성과 2000년대 초반에나 볼법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지 커넥트란 이름으로 변경되면서 한층 빠르고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그래픽 또한 이제는 경쟁차들과 어깨를 견줄 만큼 발전했다. 다만, 큰 폭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박자 느린 응답성은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좋은 점수를 기대해기 어려울 듯 싶다.

실내에서 가장 큰 변화는 새롭게 추가된 공조버튼이다. 이전까진 디스플레이 속에 감춰져 직관적인 조작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제는 손을 뻗는 동작만으로도 원하는 온도와 바람세기 등을 조절할 수 있다.

THE NEW SM6
THE NEW SM6

중형세단으로는 다소 과분한 퀼팅 무늬의 나파가죽 시트는 SM6가 가진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이다. 준대형 세단에서도 웃돈을 주고 선택해야 하는 사양인만큼 고급스러운 감각을 물씬 풍긴다. 2열 거주성은 여전히 넉넉지 못하다. 중형세단이 곧 패밀리 세단의 기준이 되는 국내 특성상 경쟁차종에서 누릴 수 있는 넓은 공간은 부분변경만으로 개선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1열의 화려함과 반대로 2열에서는 편안한 머리 받침대를 제외하곤 눈에 띄는 편의장비를 찾을 수 없다. 여전히 암레스트를 내리지 않는 한 조작할 수 없는 열선 버튼과 한 여름 강한 햇살을 막아줄 햇빛 가리개 역시 최상위 트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THE NEW SM6
THE NEW SM6

■ 강해진 심장, 유연해진 하체

르노삼성이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기울여 변화시킨 SM6 핵심에는 달라진 파워트레인과 판매량의 발목을 붙잡던 서스펜션의 개선이 중심에 서있다. 2리터 자연흡기 엔진과 1.6리터 터보엔진으로 가솔린 라인업을 꾸려왔던 지난날과 달리 1.3, 1.8리터 터보엔진으로 환골탈태한 파워트레인은 저마다의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가장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1.3 터보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6.5kgf.m를 발휘한다. 부진한 맏형을 대신해 르노삼성을 이끌고 있는 XM3와 캡처에서 미리 선보인 엔진으로 르노그룹과 다임러 그룹이 손을 잡고 개발한 최신사양이다.

르노삼성 SM6 엔진 TCe 300  TCe 260
르노삼성 SM6 엔진 TCe 300 / TCe 260

다운사이징 전략을 통해 낮은 배기량이 걱정되지 않았던 소형 SUV와 달리 중형급 차체를 지닌 SM6와의 어울림을 걱정했던 것도 잠시, SM6는 2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머릿 속에서 지워버릴 만큼 넉넉한 출력과 토크로 굽잇길을 헤쳐나가는 능력을 발휘한다. 오른발에 힘을 끝까지 주지 않는 한 배기량의 한계는 쉬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역시나 승차감이다. SM6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던, 그래서 판매량의 발목을 붙잡던 승차감이 이제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제자리를 찾았다. 울퉁불퉁한 도로에서의 움직임은 한결 여유로워 2열에 탑승한 가족들의 눈칫밥도 이제는 덜 신경쓸 수 있게 됐다.

THE NEW SM6
THE NEW SM6

르노삼성이 4년 반동안의 변화에 공들여온 서스펜션 개선은 모듈러 밸브 시스템(MVS)과 대용량 하이드로 부시가 중심에 서 있다. 전, 후륜 댐퍼에 모두 적용된 MVS는 감쇠력 변화의 폭을 늘리기 위해 밸브의 작동 범위 영역을 넓혔다. 기존에는 빠른 댐퍼의 반응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밸브 움직임이 열고 닫힘 수준으로 동작했다면, MVS 적용을 통해 부드럽게 댐퍼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충격흡수의 양이 늘어났다. 이를 통해 승차감을 개선시킨 것이다.

또 다른, 주역인 대용량 하이드로 부시는 서스펜션에서 걸러진 충격이 차체에 전달되기 전, 남아있는 불쾌한 진동과 충격을 한번 더 거르는 역할을 한다. 수명이 끝난 부시를 교체했던 경험이 있는 소비자라면 부시의 교체가 차량의 움직임에 어느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THE NEW SM6
THE NEW SM6

다만,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높은 속도에서 전달되는 큰 충격에는 여전히 불쾌한 감각이 남아있다. 부드러워진 승차감 또한 이전 모델에서 느껴졌던 1열의 경쾌한 주행감각도 일부 희석됐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SM6의 주 타겟층이 원하는 보편타당한 주행성능과 안락해진 승차감으로 SM6의 옷을 바꿔 입혔다. 매니아층을 겨냥하는 차종이 아닌만큼 이번 선택은 모두에게 환영받을 만한 변화다.

1.3리터 터보엔진으로 SM6의 달라진 모습을 경험했다면 이제는 1.8리터 터보엔진으로 SM6의 매운맛을 맛볼 차례다. 르노그룹의 스포츠카 브랜드인 알피느와 고성능 R.S. 모델에 쓰이는 1.8리터 터보엔진은 최고출력 225마력, 최대토크 30.6kgf.m를 발휘한다. 높아진 출력에 대응하는 변속기는 두 엔진 모두 7단 듀얼클러치가 담당한다.

THE NEW SM6
THE NEW SM6

뻥 뚫린 서킷 위를 달리는 1.8리터 터보엔진의 SM6는 직선주로에서 높아진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속도계 상승은 2리터 중형세단에서 기대할 수 있는 범위를 가뿐히 넘어서며, 재가속에서도 원하는 만큼의 가속을 이끌어내기 부족함 없는 출력을 자랑한다.

고저차가 심한 서킷 특성과 배기량 대비 높은 출력이 가속페달 조작에 대한 빠른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아쉬움을 남기지만, 숨을 한번 고른 뒤 쏟아지는 출력은 지루한 중형세단의 편견을 날려버리기에 넘치는 수준이다.

■ 변화의 목소리에 응답한 SM6

부분변경 SM6는 4년 간 갈고닦은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소비자들의 가려운 등을 긁어준 주행성능의 변화와 사용하기 답답했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장치 개선, 티 안나는 변화를 통해 생명력이 연장된 디자인, 이제야 경쟁차들과 발을 맞출 수 있는 부실했던 편의 및 안전 사양 등이 대표적인 예다.

THE NEW SM6
THE NEW SM6

국내 자동차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변화를 시도하는 장소 가운데 한 곳이다. 3년도 채 되지 않아 신차급의 변화를 추구하는 경쟁사들 틈바구니 속에서 르노삼성은 4년 이란 시간동안 차분히 부분변경을 준비해왔다.

SM6는 화려한 신차의 타이틀을 내걸지 못했지만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기울여 상품성을 매만졌고, 이를 통해 주춤했던 판매량을 끌어올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속도는 느리지만 정공법을 택한 르노삼성의 선택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