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칼럼] 벤츠의 장축 모델과 기본 모델의 디자인..과연 차별점은?

새로 등장한 벤츠의 최고급 모델 S-클래스의 7세대 완전 변경 모델은 벤츠 세단 모델 라인업 중에서는 최고급이지만, 그보다 더 상급의 그야말로 플래그십(Flag ship) 모델은 마이바흐(Maybach)이다.

마이바흐라는 모델 명칭은 벤츠 최초의 가솔린 차량을 만드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 빌헬름 마이바흐(Wilhelm Maybach; 1846~1929)를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빌헬름 마이바흐는 가솔린 엔진의 개발을 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벤츠 1호차량 탄생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 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공로를 가장 크게 기리는 방법이 벤츠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에 그의 이름을 붙이는 방법일 것이다.

새로운 7세대 S-클래스는 기본형-여기에서 기본형이 염가 라는 의미는 아니다-모델도 이전의 장축형 모델에 버금갈 정도로 긴 휠베이스 3,106mm이고, 새 모델의 장축형은 무려 3,206mm로 긴 휠베이스 를 가지고 있지만, 플래그십 모델 마이바흐는 장축에서 다시 190mm를 늘려 3,396mm의 엄청난 휠베이스라고 한다.

그런데 이처럼 휠베이스를 늘려 만드는 고급 모델의 경우 대체로 B-필러 부분을 늘리거나 뒷문을 길게 만드는 방법을 택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S- 클래스의 초장축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바흐는 뒷문은 물론이고 C-필러와 뒤 펜더까지도 새로이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그런 이유에서 뒷문에 붙어 있던 쿼터글래스가 차체로 옮겨지는 등 큰 변화가 나타난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B-필러 가니쉬를 블랙 몰드에서 크롬 질감의 알루미늄 몰드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물론 기본형 S-클래스 세단의 B-필러 가니쉬는 검정색 몰드이다.

이처럼 B-필러 가니쉬를 강조하는 건 앞 좌석과 뒷좌석의 구분을 보다 더 명확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는 동시에 뒷문의 후방 필러와 차체의 쿼터 글래스는 블랙 가니쉬로 처리해 뒤 창문이 쿼터글래스까지 길게 연결돼 보이는 효과를 내면서 뒷좌석의 비중이 높음을 강조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외형뿐 아니라 실내에서 뒷좌석 공간의 크기와 거주성은 절대적이다. 대체로 공간 디자인 분야에서 다루는 공간의 크기와 관련한 콘셉트는 공간의 크기는 곧 권력의 크기라는 것이다. 최고급 승용차의 뒷좌석 공간과 관련한 내/외장 디자인은 이러한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장축 모델의 개발은 S-클래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벤츠기 지난 2017년에 내놓은 현재의 10세대 E-클래스(W213)는 전장 4,940mm에 휠베이스는2,940mm이다.

사실 이 정도의 휠베이스도 짧은 건 아니지만, 이 차량의 중국과 인도 시장을 위한 장축형 모델이 기본형에서 축거를 140mm 늘려서 개발됐다고 알려지고 있다.

대체로 중국 시장에는 이처럼 휠베이스를 늘린 모델이 많은데, 중형급의 벤츠 E-클래스는 물론이고 BMW 5시리즈와 아우디 A6도 중국 시장용 장축형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그것을 보여준다.

고급승용차로서 수입차를 타는 것이 대형 승용차뿐 아니라 중형 승용차에까지 해당된다고 보는 시장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인도 시장 역시 비슷하다.

물론 인도는 A세그먼트 이하의 승용차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현대 엑센트같은 B세그먼트 세단도 인도에서는 마치 중형 세단처럼 보일 정도이다.

그런 맥락에서 벤츠 E-클래스의 위치는 당연히 대형급 세단 정도로 여겨지는 곳이니, 장축형 모델의 요구가 높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E-클래스의 장축 모델은 마치 축소판 마이바흐처럼 보이기도 한다. 뒷문을 길게 만들면서 쿼터 글래스를 C-필러로 옮겨 단 모습이 마아바흐와 거의 같은 형식이다. 그렇지만 B-필러 가니쉬는 블랙 몰드로 덮어서 캐빈 전체가 하나로 보이게 처리했다.

실내 공간 역시 뒷좌석 등받이가 더 뒤로 옮겨지면서 뒷좌석 승객의 어깨 위로 고정된 쿼터 글래스가 오는 형식을 취해 뒷좌석의 거주성과 안락성을 높인 모습이다.

E-클래스의 장축 모델의 내/외장 디자인 모두 마치 마이바흐의 축소판 같은 인상이다. 그런데 만약 이 모델이 우리나라에 시판된다면 괜찮은 반응을 얻을 것 같기도 하다.

자동차는 잘 달리는 게 가장 중요한 기능이겠지만, 벤츠의 S-클래스와 마이바흐에서 이처럼 뒷좌석 공간을 안락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보면 실내 거주성은 정말로 중요한 부분 임에 틀림 없다. 그리고 이런 속성은 아마도 미래의 자율주행 모빌리티에서는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관심이 가는 디테일은 B-필러 가니쉬를 블랙 몰드로 하느냐 아니면 밝은 질감의 알루미늄으로 하느냐의 문제이다. 이런 부분은 자동차가 달린다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뿐더러 아름다운 디자인과도 직접 관련이 없다.

그렇지만 고급승용차에게는 엄청난 의미를 가지게 되는 중요한 디테일이다. 그리고 이런 디테일이 가지는 의미를 벤츠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벤츠가 고급승용차인 이유인지도 모른다. 단지 휠베이스를 늘린 걸로 다 되는 게 아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세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