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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일본 제치고 2차전지 시장 주도하게 된 배경에는..고 구본무 회장이 있었다!

LG Energy Solution
2022-11-14 07:30:10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뚝심’과 ‘끈기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로 올라선 현대자동차그룹도 고(故) 정주영 회장과 정몽구 전 회장의 ‘뚝심 경영’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는 서로 공통적이다.

사업을 이끄는 리더는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에 ‘뚝심 경영’은 그야말로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이들 둘 중에서 하나라도 빠진다면, 사업 성공은 있을 수 없다는 건 당연한 얘기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배터리사, 2차전지 시장을 주도하게 된 배경에는 지금으로부터 딱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당시 LG그룹 부회장이었던 고 구본무 회장은 그룹의 미래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영국에 출장을 갔었는데, 당시 한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아니라 충전을 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를 접하게 된다. 2차전지가 미래의 새로운 성장사업이 될 가능성을 보았던 것이다.

부랴부랴 2차전지 샘플을 얻어낸 고 구본무 회장은 귀국하자마자 그룹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 2차전지를 연구하도록 지시한다. 2년여간 연구에만 매달리던 LG는 1995년 들어 2차전지 독자 개발을 공식 발표한다.

참고로 당시 2차전지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던 일본 업체들의 경우엔 무려 10여년간 연구개발 끝에 양산에 성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LG, 사실 구본무 회장의 이 같은 생각은 다소 허황된 꿈으로 밖에는 표현되지 않는 정도였다.

현대차 더 뉴 아반떼
현대차, 더 뉴 아반떼

LG는 1996년 4월 들어서는 향후 3년 뒤인 1999년까지는 리튬이온 2차전지의 개발에서부터 양산까지 모든 것을 완료하겠다는 마스터 플랜도 제시한다. 한 술 더 뜬 셈이다.

통상 조사부터 실험, 시험공장 건설, 양산공장 건설, 안정화에 이르기까지 최소한 5년이 걸리는 대규모 프로젝트였으나, 이를 3년 안에 완성하겠다고 하니 그야말로 폭탄선언이나 다름 없었던 것. 당시 선도적 기업이었던 에너자이저, 듀라셀 등도 두 손을 들고 포기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구 회장은 리튬전지가 음극재, 양극재, 전해질 등 화학물질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소재분야 연구능력에 강점이 있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 럭키금속의 전지 연구조직을 이전하도록 지시한다.

구 회장을 비롯해 LG그룹과 회사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은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한다. 우선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개발 시작과 동시에 1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시험공장 건설도 추진한다.

그러나 성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1997년에 LG에너지솔루션 연구진들이 소형전지 파일럿 생산을 처음으로 성공하긴 했지만, 대량으로 양산하기에는 품질이 따라주질 않았다. 일본 선발 업체들의 기술력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였다. 그저 ‘하늘과 땅’ 차이였다.

포르테
포르테

수년간 이어진 대규모 투자에도,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니 내부에서는 ‘(2차전지) 사업을 접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그러나 구 회장은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라.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라”고 독려한다.

구 회장의 지시로 연구에 매달리던 LG엔솔 연구원들은 독자개발을 위해서는 우리보다 몇 수 위인 일본 업체들의 정보수집이 요구됐다. 당시 일본은 국가적으로 기술유출을 금지하고 있어 LG엔솔의 정보수집은 어려움을 겪게된다.

그러나 LG엔솔 연구진들은 일본의 장비 업체들을 일일히 직접 찾아다니면,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어떤 장비가 2차전지 제조회사에 납품 되었는지를 확인해 나가면서 개발에 온힘을 쏟는다.

이런 노력 끝에 LG엔솔은 1997년 11월, 2차전기 개발 1년 6개월 만에 당시 일본 제품보다 뛰어난 세계 최고 용량(1800mAh), 세계 최경량(150Wh/kg)의 시제품 양산에 성공한다. 1998년 부터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 이 때부터는 고속 성장이 거듭된다.

LG엔솔은 2001년에는 2200mAh(밀리암페어)급 노트북용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초 양산에 성공한다. 2005년에는 또다시 2600mAh급을 일본 업체보다 한발 앞서 세계 최초로 양산하면서 고성능 노트북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한다. 중요한 계기였고, 일본 업계를 제치고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는 변곡점이 된다.

그동안 투자만 지속해왔던 LG엔솔은 이 때만 해도 2차전지 사업에서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다. 구본무 회장은 신경쓰지 않고, “이 사업은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이라며 “끈질기게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면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끈기의 리더십을 보여준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이런 과정 끝에 LG엔솔은 결국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중대형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경쟁력 1위로 평가받는 등 2차전지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2007년 12월에는 현대자동차가 국내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한 하이브리드차 ‘아반떼’와 기아 ‘포르테’에 리튬이온배터리를 단독으로 공급한다.

1990년대 초부터 니켈수소 배터리로 하이브리드차용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일본 업체를 물리치면서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계기였다. LG그룹과 현대차그룹과의 상호 사업 시너지를 높일 수 있었던 단초였다.

특히 2009년 1월에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국내 2차전지 산업분야에 일대 변혁을 일으킬 낭보가 전해진다. LG엔솔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업체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으로부터 전기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된다.

이는 우리나라 2차전지 기술이 바탕이 돼 전세계 무공해 전기자동차(Electric Vehicle) 시대를 본격적으로 개막하게 됨을 알리는 신호탄 이었다.

쉐보레 볼트Bolt 콘셉트
쉐보레, 볼트(Bolt) 콘셉트

그 동안 배터리 분야에 먼저 진입한 일본 업체들을 추격하던 입장에 있던 한국이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배터리 분야에서는 일본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든다. 기술력만 쫓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ver)’에서 선도자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변신한 걸 의미한다.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Bolt EV)는 자동차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세계 최초 전기차로서 배터리가 동력의 보조수단으로만 작용하던 기존 하이브리드차와는 달리, 순수 배터리 힘만으로 구동하는 차세대 무공해 차량으로 불린다.

그런만큼 출력이나 안전성 등 배터리의 성능이 전기차의 상용화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핵심 요소로 손꼽히며, 세계 첫 양산형 전기차에 어느 업체의 배터리가 적용될 것인가는 전세계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의 최대 관심사가 되어 왔다.

LG엔솔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본의 니켈수소 배터리 대비 50% 이상의 높은 출력과 에너지를 제공한다. 가볍고 콤팩트한 구조로 배터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LG엔솔은 2013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리서치가 발표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기업 평가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의 주요 업체들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한다. 또 ESS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서 2013년에 이어 2015년에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중대형 배터리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인정받게 된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기아를 비롯, 미국의 GM, 포드, 유럽의 폭스바겐, 르노, 볼보, 아우디, 다임러 등 글로벌 유수의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고 구본무 회장 지시로 LG그룹이 1990년대 2차전지 시장에 진입한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선진 업체에 비해 10년 이상 기술력이 뒤지는 등 조롱 받기 일쑤였다”며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는 등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높은 회사로 변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2차전지 사업의 미래 가능성을 내다보고 뚝심과 함께 끈질긴 리더십을 통해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르게 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지난 2018년 향년 7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고 구본무 회장에 이어 지금은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