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덕 칼럼] 100kW급 이상 충전기는 왜 DC콤보나 테슬라에만 있을까?

100kW 이상으로 충전이 가능한 이른바 초급속 충전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차데모나 AC 3상 규격에 대해서도 지원할 수 있게 될른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적잖다.

차데모는 기술 규격상 100kW 이상의 충전 지원이 가능하다. 그리고 종주국인 일본은 물론 시장 규모가 큰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 100kW를 지원하는 차데모 충전기가 보급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표준으로 채택되지 않으면서 지원 차량도 서서히 단동되었고, 충전기 투자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나마 조금씩 추가된 충전기도 50kW에 머물렀다.

그래서 국내에서 판매된 차데모 지원 차량 중 100kW 충전을 지원하는 차종도 없다시피 하고, 100kW를 지원하는 충전기 또한 사실상 없다.

AC 3상을 통한 급속 충전은 유럽에서 예전에 쓰던 표준이다. 그런데 이 방식으로는 43kW 이상의 출력을 지원하기 힘들어서 유럽에서도 더 빠른 속도가 가능한 DC콤보 타입 2(CCS Type 2)로 전환하게 됐다.

한국과 미국에서 쓰는 DC콤보 타입 1(CCS Type 1)과의 차이는 완속 충전을 AC 3상으로 하냐, 아니면 AC 단상으로 하느냐에 달려있다. 유럽은 AC 3상을 완속용으로 남겨두고 DC 급속을 추가한 규격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국내에서 AC 3상을 사용하는 차량은 르노삼성 SM3 Z.E. 밖에는 없는데다 2012년 출시 후 2020년 단종 때까지 충전 속도나 규격이 개선되지도 않았다.

더 빠른 속도를 충전기에서 지원하려는 노력도 불필요했다는 얘기다. 이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아 설치되는 신규 충전기 중 국내 표준인 DC콤보 규격만 100kW 이상의 충전기가 설치되고 있다.

지난 2019~2020년에는 100kW급이 많이 보급되었고, 2021년 이후부터는 200kW급도 설치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편, 테슬라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슈퍼차저 급속 충전기는 테슬라 차량만 지원하면 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운영 및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고, 대부분은 100kW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2020년부터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V3 슈퍼차저는 250kW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