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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덕 칼럼] 전기차 방전됐다면, 긴급충전이냐 vs. 비상 견인이냐..과연 선택은?

Hyundai
2022-03-07 17:43:59
현대차 아이오닉 5
현대차 아이오닉 5

전기자동차의 완전 충전 후 주행 가능 거리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거나, 충전 시설이 충분하지 않아서 필요할 때 충전하기 힘들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긴급 상황에서 충전하는 방법을 차량에 준비하는 것을 생각해 본 분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대부분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는 못한다.

먼저 기름을 넣어 작동하는 비상용 발전기를 생각해보자. 충분한 출력이 나오는 발전기는 부피와 무게만 따져도 100L, 40kg 이상 나가는 물건이라 이걸 싣고 다니는 행위 자체가 비효율적이다. 연비 하락도 문제지만, 적재 공간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

기아 EV6
기아 EV6

게다가 3kW 출력이 나오는 발전기를 쓴다고 하더라도 1시간 동안 돌려서 20km를 추가로 주행할까 말까 하는 정도다. 우리나라에는 급속충전기들이 제법 많이 설치돼 있어서 외진 데에 멈추더라도 긴급출동을 불러서 주변의 급속 충전기로 견인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최신 차량이 아니더라도 급속 충전기에서 5분 충전하면 20km 이상은 간다.

그리고 부차적인 문제지만 비상 발전기에서 나오는 ac 파형이 깨끗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잘못하면 휴대용 전기차 충전기 또는 차량 내부 충전회로(OBC) 고장의 원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 품질 좋은 발전기는 그만큼 비싸므로 금전적으로도 효율적이지 않다.

제네시스 GV60
제네시스, GV60

그러면 LPG 차량에 휴대용 부탄가스를 연결하는 것처럼 전기자동차용 비상 여분 배터리를 출시하면 안 될까 하는 분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내연기관 차량의 주행거리가 나올 정도로 전기차에 배터리를 쉽사리 넉넉하게 넣지 못하는 이유를 간과하는 것이다.

현재 기술로 만든 배터리는 무겁고, 단위 용량당 가격이 제법 비싸다. 그러므로 많이 넣을수록 주행 효율이 떨어지고, 가격도 매우 비싸진다.

하물며 별도의 비상 충전용 배터리를 만든다고 하면 무게나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전기차에 공급되는 배터리를 바탕으로 1kWh 용량에 해당하는 셀의 특성을 어림잡아 보면 7kg은 나가고 가격은 30만원 정도 된다. 물론 충전회로는 별도다. 이 정도 에너지로 효율적인 전기차가 6~7km 정도 주행할 수 있다.

쉐보레 볼트EUV
쉐보레 볼트EUV

이 배터리가 차량을 충전시키려면 완속 충전을 해야하니 10~20분은 잡아야 할 것이다. 적은 용량의 배터리를 급속도로 방전하면 수명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급속 충전은 사실상 어렵다.

안전하게 20km 정도를 가고 싶으면 부품값으로 100만원 이상 들 것이고(배터리 관리 및 충전회로의 비용까지 고려했을 때) 20kg 정도의 짐을 차량에 계속 싣고 다녀야 한다. 비상 충전도 1시간 정도 걸릴 것을 예상해야 한다.

르노 조에
르노 조에

쉽게 말해, 슈퍼에서 부탄가스르 사서 비상 조치하거나, 기름통에 휘발유를 채워서 긴급 주유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이 긴급출동 서비스를 불러 가까운 급속 충전기로 이동해서 충전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저렴하며 빠르게 조치하는 방법이다.

참고로, 두 방법 모두 견인차 또는 긴급출동용 차량에 맞게 나온 제품이 존재하기는 한다. 현대차·기아가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차량에 충전기와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예다. 그러나 개인이 구매해서 관리할 만한 물건이 아니고, 차에 상시로 비치해서 쓸만한 것도 아니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쌍용차 코란도 이모션
쌍용차 코란도 이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