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 칼럼] 우리는 최악의 전기차 충전기 관리 환경에서 살고 있다..왜?

[데일리카 조재환 기자] 전기차 충전기 수는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최악의 전기차 충전기 관리 환경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학여울역 공영주차장 지하 3층에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해피차저)가 마련한 50㎾ 급속 충전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기차 오너들이 많이 쓰는 ‘EV 인프라’ 앱을 살펴보니, 이곳은 8일 기준으로 ‘5일 16시간 충전중’이라는 표기가 떴습니다. 말그대로 한 전기차가 5일 16시간동안 충전기를 계속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해피차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정말로 학여울역 공영주차장에 5일 16시간째 충전중인 전기차가 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이 질문을 들은 고객센터 직원은 내부 확인 없이 “외부 전기차 충전 정보 앱을 믿지 말라”고 답했습니다.

9일 오전 9시 이 충전기가 위치한 학여울역 공영주차장을 찾았습니다. 충전기 디스플레이 전원은 선명하게 잘 보였지만 ‘점검중’ 안내문이 부착됐습니다. 이 안내문에는 “자재 수급 문제로 충전기 수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라고 적혔습니다.

직접 해피차저 회원카드를 접속해봤습니다. 해당 충전기는 회원 카드 인식을 곧바로 했지만, 충전 케이블 수납 덮개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오후에 이곳을 재방문했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해피차저 고객센터에 다시 문의를 했습니다. 상담 직원은 “서울 학여울역 공영주차장은 정상 작동중이다”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해당 충전기에 ‘점검중’ 안내 표지판은 왜 부착된 것인가고 물어보니 “왜 그 안내문이 부착됐는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남겼습니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가 직접 설치한 충전기 현황을 회사 측이 잘 파악하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발생된 것입니다.

취재를 해보니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는 환경부, 한국전력처럼 충전기 현황을 원격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낙후된 전기차 충전 관리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낙후된 전기차 충전 관리 실태는 주유소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GS칼텍스 선천주유소에는 100㎾ 출력의 전기차 급속충전기가 있습니다. DC콤보 전용으로 설치된 지 얼마 안된 충전기 중 하나입니다.

10일 오전 5시 해당 충전소 현황을 EV 인프라 앱으로 살펴본 결과, 한 전기차가 1시간 39분째 충전중인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1시간 이상 급속 충전소에 머무는 것을 금지하는 현행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위반에 해당됩니다.

GS칼텍스 고객센터에 문의를 걸었습니다. 이곳에는 일반 차량 주유 관련 안내 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에 대한 안내 창구도 마련한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별도 근무 시간외에 전기차 충전과 관련된 안내를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1시간 이상 “충전중” 상태로 뜨는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문의를 저녁 시간대에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해당 주유소 직원들도 이 때 출근하지 않아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GS칼텍스 등 전국 모든 주유소 내 설치된 전기차 급속충전기도 1시간 충전 제한 설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 전기차 충전기 사용에 대한 24시간 상담창구 운영에 대한 검토도 필요합니다. 이런 검토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또다른 전기차 꼼수 충전 시도가 주유소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