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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덕 칼럼] 전기차에서 전기를 뽑아 사용하는 V2L..어떤 원리?

Hyundai
2022-07-22 07:12:04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전기차의 주행용 고압 배터리는 상당히 많은 양의 전기 에너지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월평균 전기 사용량은 230.09kWh(2020년 5~12월, 한국전력 통계)이므로 코나 일렉트릭의 64kWh 배터리는 일반 가정이 1주일 넘게 쓸 수 있는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기기를 작동시키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하기에 매력적이다. 그동안 출시된 전기차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고압 배너리의 전기를 오로지 주행 목적으로만 쓰도록 설계되었지만, 최근 들어 다른 용도로 쓰는 방안이 늘어나는 추세다.

시시가각으로 변하는 전력망의 공급과 수요를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의 하나로 많은 양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전기차 충전을 활용하는 기술이 탄생했다. 그중 하나가 V1G인데, 단방향 충전 관리 또는 스마트 충전 기술로도 불린다.

흐름이 단방향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자동차가 전력망으로 전기를 공급하지는 못한다. 대신에 신재생 자원의 발전량이 늘어나는 시간에는 여유분을 전기차 충전에 이용하고, 전기의 수요가 많을 때는 충전 속도를 늦추거나 멈출 수 있다. 자동차가 따로 기술을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장점이다.

볼트 EV 볼트 EUV
볼트 EV, 볼트 EUV

V1G에서 전기의 흐름을 양방향으로 확장하면 V2G(Vehicle-to-Grid)가 된다. 전기차 역송전 기술로도 불리는 것 답게 전력망에 수요가 늘어나면 자동차가 발전기처럼 전기를 전력망으로 공급하고 소유주는 이에 대해 보상을 받는다.

공급과 보상 조건은 전력 사업자와 소유주 간 계약으로 정한다. 구성하기에 따라서는 자동차에 연결된 충전기를 통해 주택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를 일부 충당할 수도 있다.

전력망과 연결하거나 소통하지 않은 상태로 자동차에 충전된 전기를 외부로 제공하는 기술도 있다. 정전과 같은 상황에 대비하여 주택에 전기를 공급하는 기능은 V2H(Vehicle to Home), 사용자가 원하는 가전제품이나 전자기기를 직접 꽂고 쓰면 V2L(Vehicle to Load)로 불린다.

전력망 운영과 관련된 기관이나 사업자는 전기차를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V1G와 V2G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르노 조에
르노 조에

반면에 일반 소비자는 본인이 직접 전기를 쓸 수 있는 V2H와 V2L에 눈길을 더 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비해 V2H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캠핑과 차박이 인기를 모으면서 V2L 기술이 탑재됐다.

교류(AC) 전원을 사용하는 완속 충전기는 차량 내부의 OBC(On Board Charger, 내부 충전 제어장치)를 통해 직류(DC)로 고압 배터리를 충전하고, 직류 전원을 쓰는 급속 충전기는 OBC의 변환없이 바로 충전한다.

고압 배터리는 인버터를 통해 모터를 구동하고 컨버터를 통해 12V 배터리를 충전한다. 12V 배터리는 차량에 탑재된 전자장치에 전원을 공급한다.

여기에서 사용자가 비교적 안전하게 직접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은 12V 배터리다. V2L 기술이 없는 기존 차량에서 전기를 뽑아 쓰려면, 별도의 인버터를 부착해 직류 12V를 교류 220V로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다.

12V 배터리의 방전 없이 인버터를 쓰려면, 시동을 걸어 컨버터가 작동하고 있고, 컨버터의 출력 한계 이내(약 1.5kW)로 써야만 한다.

현대차 아이오닉 5
현대차, 아이오닉 5

차량이 V2L 기능을 제공한다면 구조가 간단해진다. 컨버터와 12V 배터리를 거칠 필요없이, 단방향으로 작동하던 OBC를 양방향으로 작동하도록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완속 충전기가 쓰는 것과 같은 교류 220V 전원이 충전구를 통해 나올 수 있으며, 컨버터를 거칠 때보다 높은 출력을 지원하기 쉬워진다. 실제로 아이오닉 5는 3.5kW까지 지원한다.

높은 출력 외에도, 기본 탑재 V2L의 장점은 더 있다. 시동을 끈 상태에서도 고압 배터리에서 직접 전기를 끌어와서 쓰게 되므로 12V 배터리 방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고압 배터리의 충전 잔량을 고려해 작동하기 때문에 고압 배터리 또한 방전의 위험이 거의 없다. 만약 V2L 기능을 많이 사용할 예정인 사용자라면 이런 차이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기아 EV6
기아, EV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