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후드 열지 못하게 만든 벤츠 EQS·BMW iX..왜?

[고양=데일리카 조재환 기자] 앞으로 일반인이 손쉽게 차량 후드(보닛)를 열 수 없는 전기차가 국내외 시장에 자주 출시될 전망이다.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 전시된 전기차 중 메르세데스-벤츠 EQS와 BMW iX는 서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일반인이 차량 후드를 열 수 없도록 제작됐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체와 정반대되는 행보다. 해당 차종들은 공식 서비스센터 내 숙련된 엔지니어만이 후드를 열 수 있다.

두 차종은 전기차 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플랫폼 구조를 갖췄다.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재활용한 BMW iX3, i4, 벤츠 EQA, EQB 등은 일반인들이 쉽게 후드를 열 수 있는 레버가 마련됐다.

왜 그럴까? BMW와 벤츠는 공통적으로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iX와 EQS 등의 후드를 쉽게 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유럽 지역 내 법규나 규제 때문이 아닌 브랜드 차원의 순수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전기차 특성 상 후드 내부에 다양한 전자장치가 있고, 고전압 전류가 흐르고 있어 차량의 안정적인 관리 및 사용자 안전을 위해 EQS의 후드를 일반인이 직접 열지 못하도록 했다”며 “워셔액의 경우 차량 좌측 휀더쪽 주입구를 활용하면 된다”고 밝혔다.

BMW코리아도 고전압선 안전 등의 이유로 iX의 후드를 쉽게 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차량 앞쪽 엠블럼 내부에 별도의 워셔액 주입구를 만들었다.

벤츠코리아에 따르면 EQS 후드 내부에는 평소보다 큰 헤파 필터가 장착됐다. 최근 차량 실내 공기질을 개선하려고 있는 벤츠 차원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테슬라의 경우, 프렁크 공간은 마련됐지만, 프렁크 주변 고압선 부분은 일반인이 쉽게 열지 못하도록 설계됐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업체들이 전기차 후드를 열 수 없게 조치한 것은 불필요한 외부 공업사 정비 대신, 지정된 서비스센터를 유도시키는 일환으로 보면 된다”며 “이 결정은 차량의 결함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의 경우 소모품이 브레이크액과 워셔액 등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후드를 자주 열 필요가 없다”며 “특히 최근에는 차량 앞쪽 트렁크 공간인 프렁크에 대한 활용성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를 포함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하나둘씩 전기차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BMW와 벤츠처럼 다른 브랜드 전기차들도 쉽게 후드를 못 여는 구조를 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