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90년이라는 역사를 지닌 재규어(Jaguar)는 영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로 지금까지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과 함께 대표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힌다.
국내 시장에서는 작년 한햇동안 약 1200대 정도의 재규어가 판매됐는데, 이는 전 세계 시장에서 7번째로 많이 판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만큼 우리나라는 타국에 비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재규어 입장에서 볼 때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국가라는 얘기다.
재규어는 최근 트림별 8개의 라인업으로 구성된 2013년형 XJ를 내놨는데, 배기량 2.0리터에 터보엔진을 탑재한 롱휠베이스(LWB)가 눈에 띈다. 다운 사이징을 통해 배기량은 낮추면서도 출력이나 연비 효율성은 더욱 높인 것이 특징이다.
▲아름다운 외관 디자인, 경쟁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차별성 강조
재규어 XJ를 보노라면,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전체적으로 매끈한 라인에, BMW나 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에서 이미 봐왔던 식상한(?) 디자인과는 사뭇 다르다. 재규어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살아있다는 해석이다.
보닛 상단 움푹 패어진 캐릭터 라인이나 재규어의 엠블럼이 적용된 라디에이터 그릴,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선이 느껴지는 헤드램프는 전면부의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다. 품위를 강조하는 소비자들에게는 그만이다.
기존에 재규어의 상징이었던 ‘리포’는 인도의 타타모터스가 경영권을 잡으면서 ‘안전’ 등의 이유로 없앴지만, 사실 아직도 리포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마니아가 적잖다.
측면에서는 루프나 웨이스트 라인이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인 인상이다. 물흐르는 듯한 부드러움에 현대적인 터치가 돋보인다. 길게 늘어뜨린 물방울 모양의 사이드 윈도우는 스포츠 쿠페와 같은 형상이다. 참고로 공기 저항계수는 0.29Cd에 불과하다.
XJ
뒷면은 매우 심플하다.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인데, ‘ㄱ’자 형태의 리어램프는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트렁크도 넓직한데, 적어도 500리터 용량은 충분히 커버할 정도다.
실내는 겉모습과는 달리 디자인 밸런스가 오버된 느낌이다. 호화 요트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XJ에 적용한 것치고는 조잡스런 감각이다. 대시보드 상단에 적용된 원형의 공조시스템은 차별적이나 어색함이 묻어나고, 파란 색상의 아날로그 시계는 럭셔리한 맛이 뚝 떨어진다. 세련스런 감각은 아니다. 계기판 역시 색상 조합은 경쟁 럭셔리 세단에 비해 낫지 않다는 판단이다.
알루미늄 재질의 회전식 드라이브 셀렉터는 매우 창조적이다. 주행중 기어변속에서도 큰 어려움은 없다. 오디오는 메리디안(Meridian)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2개의 서브우퍼와 도어우퍼를 포함해 모두 20개의 스피커가 장착됐다. 중저음 영역에서는 보스(Boss)보다 딸리는 느낌이지만, 고음에서는 렉시콘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롱휠베이스 모델인 신형 XJ 2.0의 차체 사이즈는 전장*전폭*전고가 각각 5252*1899*1456mm이며, 휠베이스는 3157mm로 세팅됐다.
XJ의 차체 중량이 1855kg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배기량이 훨씬 커야 정상이지만 다운사이징을 통해 배기량은 낮추면서도 엔진파워나 연료효율성은 더욱 높인 게 특징이다.
시승은 봄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남해 일대 고속도로 등 약 180여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출발은 무난하다. 덩치가 큰 롱휠베이스 모델이면서도 몸놀림은 가볍다.
XJ
시속 100km 전후의 주행에서는 럭셔리 세단으로서 정숙하면서도 안락한 승차감을 선보인다. 풍절음도 귀에 거를릴 정도는 아니다. 고속주행으로 속도를 높여봐도 2.0리터급 엔진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고 달리는 맛이 괜찮다. 드라이빙 맛은 부담감이 없다.
엔진사운드는 경쟁차인 BMW 7시리즈나 벤츠 S 클래스, 아우디 A8 등에 비해서는 너무 조용하다 싶을 정도로 부드럽다. 2013년형 XJ에는 독일 ZF사에서 제공하는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는데, 변속 충격없이 부드러운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서스펜션은 앞과 뒤에 더블 위시본을 적용했는데, 고급 세단으로서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다만, 코너링에서는 기대치를 밑돈다는 생각이다. XJ는 럭셔리 세단이라는 점에서 꼭 그럴 필요는 없지만, 산기슭의 와인딩 로드에서는 오버스티어 현상이 강했다. 어댑티브 다이내믹스와 액티브 디퍼렌셜 컨트롤,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 등이 적용돼 발빠른 반응이 예상됐지만, 차체가 긴 롱휠베이스인데다 2톤에 가까운 중량으로 쏠림 현상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연비는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리터당 평균 8.0km를 밑돌았는데 급출발과 급가속 급제동을 반복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효율성이 절절하다는 판단이다.
▲2013년형 XJ 2.0P Luxury LWB의 경쟁력은...
재규어의 플래그십 모델인 XJ 롱휠베이스에 배기량 2.0리터급의 엔진을 탑재한다는 건 사실 상식적으로 납득되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252mm의 차체 길이에 무려 2톤에 가까운 중량을 지닌 XJ에 다운사이징을 시도한 건 재규어의 새로운 변화다. 최근의 글로벌 자동차 트렌드를 적극 반영했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수입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BMW나 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재규어 XJ는 차별화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는 디자인이 강점이다.
2013년형 XJ
늘 봐오던 경쟁 브랜드는 식상함마저 느낄 수 있으나, 재규어의 XJ는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2013년형 재규어 XJ는 트림별 8개 모델로 구성됐는데, 국내 판매 가격은 모델에 따라 1억990만~2억2300만원이다. 시승차인 XJ 2.0P Luxury LWB는 1억21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