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일반적으로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차들은 디자인이나 성능면에서 두각을 보인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인기를 모으고 있는 BMW나 벤츠, 아우디, 렉서스, 폭스바겐 등의 브랜드는 대부분 그런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디자인이나 성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차량도 적잖다. 혼다가 내놓은 ‘크로스투어(Crosstour)’가 바로 그런 대표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크로스투어는 모던한 스타일에 탁월한 퍼포먼스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지난 2012년 12월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이후 작년 11월까지 총 147대가 판매됐다. 월평균 12대가 팔린 셈인데, 크로스투어의 장점을 감안할 때 판매율은 당초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크로스투어는 혼다가 내놓은 대표적인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CUV로 불리는데 일반 세단이나 SUV와는 또 다른 성격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장점을 동시에 지닌다.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Janus)’를 연상케 한다.
크로스투어
▲쿠페 형상의 모던한 디자인 감각..역동적
크로스투어의 첫 인상은 도시풍을 지닌 깔끔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구페 스타일로 역동적인데다 군더더기가 없는 게 특징이다.
후드는 완만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이며, 크롬을 두텁게 적용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대형인데, 가늘게 처리한 직사각형의 헤드램프와 어울린다. 범퍼하단의 안개등도 눈에 띈다. 앞쪽 범퍼하단에서 이어지는 블랙 몰딩은 측면과 뒷쪽 범퍼까지 연결시켜 포인트를 줬다.
휠하우스에서부터 시작되는 측면의 캐릭터 라인은 감각적인 터치감과 세련미를 동시에 제공한다. 크롬을 적용한 윈도우 라인이나 측면 하단의 가니쉬도 모던한 스타일이다. 루프 라인은 쿠페 형상인데, 뒷유리를 통해 내부가 훤히 보이는 건 독특하다. 직선이 강조된 삼각형의 리어 램프는 날카롭다. 레드 색상인데, 리플렉터와도 어울리는 형상이다.
크로스투어
실내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다. 대시보드는 수평적인 구조이며, 중앙에는 8인치 i-MID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터치 스크린 방식의 내비게이션과 후방 카메라, 각종 주행정보를 볼 수 있다. 색상은 푸른색이 기본인데, 한낮에도 시인성은 높다. 센터콘솔은 슬라이빙 방식인데 무려 5.3리터 용량이나 된다.
크로스투어의 차체 사이즈는 전장이 5015mm로 혼다의 대표 세단인 어코드(4890mm)나 SUV인 CR-V(4535mm)보다도 더 길다. 전고(1560mm)는 어코드(1465mm)와 CR-V(1685mm) 사이에 위치한다. 이렇게 세팅한 건 CUV로서 공간 활용성을 강조하기 위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안락한 승차감에 탄력적인 주행감각..공간 활용성 주목
크로스투어
크로스투어는 배기량 3.5리터급의 V6 SOHC i-VTEC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282마력(6200rpm), 최대토크는 34.8kg.m(4900rpm)을 발휘한다. 파워트레인은 어코드 3.5 가솔린과 같다.
출발은 산뜻하다. 저속에서의 승차감은 안락하면서도 부드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시속 100km 전후에서의 풍절음은 다소 귀에 거슬린다. 시속 120km 속도에서의 엔진회전수는 1800rpm을 밑돈다.
가속성은 스포티한 성향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풀액셀로 주행하면 rpm 게이지는 갑자기 4000을 웃돌 정도로 응답성이 빠르다. 패들 시프트 반응도 맛깔스러운데 스포티한 주행감을 더한다. 시프트 업과 다운 반응은 한박자 빠르다.
엔진 사운드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시속 180km 이상에서도 안정적인 주행감각을 보인다. 고속 주행에서의 스티어링 휠 반응은 묵직한 느낌이며, 접지력도 뛰어나 안정적이다. 트랜스미션은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는데, 부드러운 변속감을 제공한다.
크로스투어
저속이나 고속으로 주행하다가 우회전을 할 때에는 사각지대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안전성을 크게 높여준다. 고속도로나 시내도로 주행에서 적잖은 도움이 된다. 혼다 브랜드만의 차별적인 아이템이라는 생각이다.
전장은 비교적 긴 편이지만, 핸들링에서도 큰 쏠림은 없다. 전륜구동 방식이면서 뉴트럴에 가깝다. 앞과 뒤에 더블 위시본과 멀티 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했는데, 부드러운 주행감각이다. 제동은 비교적 날카롭게 세팅됐다.
이번 시승은 서울에서 전주를 되돌아오는 약 590km 거리에서 이뤄졌는데, 연비는 평균 8.7km 수준을 나타냈다. 배기량이 3.5리터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성은 무난하다는 판단이다.
크로스투어
크로스투어의 트렁크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도 어렵잖게 짐을 싣거나 내리도록 설계됐다. 2열 시트를 폴딩하면 최대 2m 가까운 짐도 수납할 수 있다. 공간 활용성은 캠핑이나 글렘핑에도 유용하지 싶다.
▲혼다 크로스투어의 시장 경쟁력은...
크로스투어는 도시적인 스타일에 성능면에서도 뛰어난 감각을 지녔다. 공간 활용성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는 월평균 12대 정도가 판매되는 등 소비자 반응이 밋밋하다는 건 아이러니다.
이는 크로스투어가 처음 국내 시장에 투입될 당시 크로스투어의 인지도나 장점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한데다, 동급 배기량을 지닌 모델에 비해 판매 가격이 비교적 높게 세팅된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크로스투어
여기에, 지난 수개월간 700만원 할인이라는 통큰(?) 마케팅 정책을 펼쳐온 건 크로스투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오히려 꺾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시로 바뀌는 들쑥날쑥한 판매가격보다는 한 번 정한 합리적인 가격대를 지속적으로 제시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