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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벤츠 SL63 AMG, ‘으르렁~’ 대는 도도한 장난감

Mercedes-Benz
2014-06-25 09:50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Dreamcars Night Drive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Dreamcars Night Drive

[데일리카 이한승 기자]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지난 18일 밤 특별한 드라이빙 이벤트를 마련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스포츠카를 한 자리에 모아 야간 드라이빙을 다녀온 ‘드림카 나이트 드라이브’ 행사가 그것이다. 벤츠에서 국내에 수입, 판매 중인 오픈카 전 모델과 CLS의 AMG 라인업이 준비됐다.

드림카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메르세데스 벤츠의 스포츠 모델을 소유한다는 것은 차량의 가격을 떠나서 여유의 상징이다. 일반적으로 2도어 타입의 스포츠카는 데일리카로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세컨드카로 구입하는 경향이 짙다. 집에 차가 하나인 가정이 차량구입에 7천만원을 쓰는 것과 가끔 몰고 나갈 장난감에 7천만원에 쓰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교통체증에 덥기까지 한 초여름의 서울은 오픈카에게 매력적인 환경은 아니다. 하지만, 해가 지고 통행량이 줄어들면 상황은 바뀐다. 서울 어디서든 30분 거리에서 한강을 마주할 수 있고, 잘 닦여진 강변도로와 도시 고속화도로가 곳곳에 퍼져있다. 시선을 교외로 돌리면, 한결 바람이 시원한 한강 상류로 향하는 고속도로와 국도가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Dreamcars Night Drive SL63 AMG
Dreamcars Night Drive, SL63 AMG

벤츠가 준비한 차량 중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모델은 단연 SL63 AMG다. 기본적인 실루엣은 이미 출시된지 10년이 훌쩍 넘은 오래된 모델이지만, 실루엣만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바뀐 최신 모델이다. 1차 시승에서 배정된 SLK200은 좋은 모델이지만, 끓어오르는 질주본능을 충족시키기엔 출력이 부족했다. 1차 시승이 끝난 후에 오직 2차 시승에서의 SL63 AMG 프리 주행만을 기대했다.

올라타기 위해 마주한 흰색 SL63 AMG의 보디라인은 아름다웠다. 하드탑 오픈카 SL만을 위해 설계된 차체는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비율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높은 비용으로 인해 소량 생산 고급 스포츠카 만을 위한 섀시 설계가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 2012년 바뀐 전면부 디자인은 사진으로 볼 때보다 200배 매력적이다.

SL63 AMG
SL63 AMG

SL63 AMG의 실내는 2억원에 달하는 차량가격을 납득시키기 위한 도구들이 난무한다. 최고급 가죽으로 둘러싼 마감은 기본이고, 포근하면서도 공기주머니로 차량의 진행방향에 따라 부풀기를 달리하는 버킷타입 시트와 버메스터 오디오 시스템을 내장했다. 심지어 대시보드의 아날로그 시계는 IWC로고가 선명하다.

스타트버튼을 누르면 538마력짜리 8기통 엔진이 눈을 뜬다. AMG에서 만든 8기통 특유의 배기음은 터보차저로 바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잔잔한 진동과 간혹 불규칙적인 음을 전달하는 배기음은 엔진이 열을 받고서야 잦아든다. 낮은 맥동이 전해지는 으르렁거림은 거슬리지 않는 볼륨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낸다. 이것이 진정한 8기통 AMG의 사운드다.

SL63 AMG
SL63 AMG

가속페달에 힘을 보태면 배기음의 볼륨은 커지고, 커진 사운드보다 빠른 속도로 속도가 올라간다. 조금만 경박스럽게 가속페달을 다뤄도 계기판에는 EPS 경고등이 깜박인다. 2000rpm부터 시작되는 81.6kgm의 토크를 통제하려면 주행안정장치를 꺼버리는 실수는 하지 않아야 한다. 낮게 으르렁대는 배기음은 주행중 전 구간에서 귀를 간지럽힌다.

악명높은 ABC 에어서스펜션은 이 괴물에게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선물했다. 차체가 흐트러지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보여주는 부드러움은 비교할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좋다. 아무리 빠르고 비싼 스포츠카라고 할지라도 옆자리의 여성분에게 통통대는 승차감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건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다. 돈도 적당히 있어선 신사노릇 하기 어렵다.

탑을 오픈한 채 내달리기 시작했다. 머리위로는 빠르게 지나가는 바람이 느껴지지만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바람의 양은 크지 않다. 속도감을 크게 느낄 수 없는 안정적인 차체와 오픈카 특유의 속도감은 서로 상쇄된다. 터널에 진입하는 순간 거침없이 풀 가속을 명령한다. 200km/h부터 시작한 가속은 여느 자동차의 100km/h에서의 가속보다 빠르게 속도를 올려간다.

SL63 AMG
SL63 AMG

계기판은 직선구간에서도 4단에서까지 간헐적으로 슬립으로 인한 주행안정장치의 개입을 알린다. 고속코너를 만났을 때는 5단에서도 깜박인다. 주행 안정장치가 없었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터널 불빛에 속도계를 볼 겨를이 없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숫자는 280이었다. 초고속에서 SL63 AMG의 카본 브레이크는 부드럽게 속도를 줄여간다. 꼿히는 타입의 설정은 아니지만 제동력이 후반까지 지속된다.

운행을 마치고 집결지로 돌아왔을 때, 두툼한 반투막을 바람의 힘으로 ‘퍽~퍽!’하며 찢어 놓으려 했던 배기음이 귓가에 맴돈다. 그렇게 편하다고 생각했던 SL63이었건만, 돌아오는 길에 오른 평범한 4기통 세단의 승차감이 이렇게 좋은 줄 처음 느꼈다. 조용하고 부드러워 잠이 올 지경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경험한 드라이브인지 꿈을 품기 위한 드라이브였는지 지금도 구분이 안되지만, 통장잔고가 여유를 보일 때 SL63 AMG의 키가 손에 들려있을 것만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