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이한승 기자] BMW는 가장 스포티한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다. 핸들링 퍼포먼스와 가속성능, 그리고 50:50 전후 무게배분을 통한 차체 밸런스는 그들의 고집이자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짓는 요소이다. BMW는 거대한 플래그십 모델 7시리즈에도 이런 고집을 담았다. 750Li는 이런 요소들을 모두 담았다.
현재 판매 중인 BMW 7시리즈는 2008년 출시된 모델로 지난 2012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LED 헤드램프를 적용하고, 세부적인 디자인을 변경해 한층 세련된 이미지를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작은 변화지만,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이후의 디자인을 비교하면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는다.
■ 직선을 강조한 디자인의 존재감
BMW 750Li xDrive
750Li의 외관은 직선을 바탕으로 한 간결하고 시원스러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전면부가 전하는 느낌은 여타 BMW 모델과 다르지 않다. 다만, 길게 뻗은 보닛에서 대형 고급차 다운 웅장함이 전달된다. LED를 적용한 헤드램프는 발광부의 디자인을 BMW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표현했는데, 화려함 보다는 하이테크 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측면 디자인은 늘씬한 보디라인이 거대한 차체 사이즈를 부각 시킨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 실제 차를 마주했을 때의 존재감이 상당히 다르다. 차체 길이는 5219mm, 휠베이스는 3210mm이다. 단 1개의 캐릭터 라인을 사용했으며, 도어 핸들을 캐릭터 라인 속에 위치시켜 매끈한 사이드 패널을 강조했다.
BMW 750Li xDrive
후면 디자인은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BMW의 면발광 리어램프가 위치한다. 리어범퍼 하단에는 매립형 머플러팁을 위치시켰으며, 범퍼와 트렁크리드에 크롬 가로바를 위치시켜 안정감 있는 디자인을 보여준다. 흠잡을 곳 없는 디자인이지만, 이제는 식상하다.
실내에서도 익숙한 BMW의 디자인이 이어진다. 5시리즈에 통으로 넘겨 준 디자인으로 인해 차별성을 잃은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7시리즈에게는 독이 됐다. 다만, 소재의 고급감과 세부적인 디자인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탁 트인 운전시야와 세부조절이 가능한 앞좌석 시트는 뛰어났다.
■ 트윈터보 V8 엔진, 0-100km/h 4.6초
BMW 750Li xDrive
시승한 모델은 750Li x드라이브 모델로 4.4리터 V8기통 트윈터보 엔진이 적용됐다. 5500rpm에서최고출력 450마력, 2000~4500rpm에서 최대토크 66.3kgm를 발휘한다. 8단 자동변속기와 x드라이브 상시 사륜시스템이 적용됐으며, 최고속도는 250km/h,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시간은 4.6초에 불과하다.
제원이 나타내는 수치는 크게 놀랄만한 수치가 아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라면 응당 기록해야 하는 수치 정도로 받아 들여진다. 경쟁 모델인 벤츠 S500L 4매틱은 4.7리터 V8기통 트윈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455마력, 최대토크 71.4kgm, 아우디 A8L 60 TFSI는 4리터 V8기통 트윈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435마력, 최대토크 61.2kgm를 나타낸다.
BMW 750Li xDrive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경쟁 모델이 최근 출시된 최신 엔진인 반면에 750Li의 엔진은 지난 2008년 출시된 모델이라는 점이다. 유사한 구성의 엔진으로는 BMW M5가 4.4리터 V8기통 엔진으로 최고출력 560마력, 최대토크 69.4kgm를 뽑아낸다.
■ 쇼퍼드리븐 +스포츠세단
실제 주행에서 750Li의 파워트레인은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스포티함과 정숙성의 상반되는 가치를 완전히 함께 내포하고 있다. 여유로운 출력의 8기통 엔진과 함께 잘 짜여진 8단 자동변속기의 변속 로직은 힘을 집중해야 할 상황과 여유를 부려야 할 상황을 빠르게 판단한다. 특히, 70km/h 정속주행 시의 엔진 회전은 1000rpm에 불과하다.
BMW 750Li xDrive
750Li의 승차감은 탄탄한 스포츠 세단의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도로와 타이어 사이에 두툼한 스펀지를 끼워 넣은 것과 같은 감각이다. 거대한 차체는 도로의 요철에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고 네 바퀴만 바쁘게 움직일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운전자에게 도로 상황은 끊임 없이 전달한다.
750Li의 진짜 가치는 차를 한계까지 몰아붙일 때 나타났다. 굳이 스포츠모드로 변경하지 않더라도 가속페달을 강하게 다루면 차의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2000rpm 아래에서 여유를 부리던 엔진은 빠르게 회전력을 더해 가며 가속페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풀 가속시 4000rpm과 6000rpm 부근을 오가며 뽑아내는 매끄럽고 강력한 출력은 폭발적면서 부드럽다.
BMW 750Li xDrive
■ 스포츠카 +그랜드 투어러
차를 거칠게 몰아붙일수록 거대했던 차체가 주던 위압감은 작고 빠른 차의 찰진 감각으로 변한다. 가속과 선회, 제동에 있어서 어떤 스포츠 세단보다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준다. BMW에서 M7을 출시하지 않았던 것은 이미 750Li를 통해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주행 성능을 갖췄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750Li를 운전하며 들었던 생각은 ‘과연 스포츠 쿠페가 필요한가?’였다. 서킷이 아닌 일반도로에서 어지간한 스포츠카는 750Li에 명함조차 내밀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작고 빠른 스포츠카에 뒤쳐지는 부분은 2톤이 넘는 차체중량으로 인한 순간적인 가속력, 그리고 급격한 코너에서의 무게감이 전부다.
BMW 750Li xDrive
750Li는 과격하게 차를 몰아붙이다가도 실증이 나면, 언제든 고요한 항속주행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중 유리창으로 밀폐된 실내는 음악 감상을 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시승한 모델에는 뱅앤올룹슨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는데, 보컬의 선명한 음색과 피아노 선율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오디오에 조예가 없는 사람이 들어도 좋은 것만은 분명했다.
750Li x드라이브의 복합연비는 8.1km/ℓ(도심 6.9 고속 10.1)이다. 시승기간 동안 90km/h 전후의 원활한 도로에서는 10~11km/ℓ, 누적 평균 연비는 7.8km/ℓ로 표시 연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대배기량 엔진과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의 적용, 거대한 차체, 강력한 동력성능과 초고속 항속주행을 포함한 주행 환경을 감안하면 체감 연비는 상당히 좋은 수준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