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남다르다. 카리스마가 넘친다. 속된 말로 ‘갑빠있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롤스로이스가 내놓은 쿠페 ‘레이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롤스로이스(Rolls-Royce)는 지난 1906년 영국 귀족 출신 찰스 롤스와 자동차 정비사였던 헨리 로이스의 성을 각각 붙여 만들어진 브랜드다. 명예나 자부심, 귀족적인 품위를 강조하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일반 대중차와는 차별성을 지닌다. 한마디로 완벽을 추구하는 ‘최고의 차’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레이스(Wraith)는 롤스로이스의 4인승 쿠페 모델인데, 궁극적으로는 그랜드 투어링카(그란투리스모)에 속한다. 편안하면서도 안락한 승차감이 최대의 장점인데, 때로는 스포츠카를 뛰어넘는 주행성능을 지닌 것도 눈에 띈다.
롤스로이스 레이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 규모는 연간 130만대 수준이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2300만대 규모인데, 우리보다는 대략 18배나 크다. 작아도 한참 작은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럭셔리카 부문만큼은 미국과 중국, 독일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 4위권을 차지한다. 아이러니다.
대당 평균 4억~7억5000만원 수준인 롤스로이스는 올해들어 6월까지 총 32대가 팔렸다. 롤스로이스는 작년 한햇동안 국내 시장에서 총 45대가 판매됐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는 당초 판매 목표였던 50대를 넘어 60대까지도 무난히 팔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클래식하면서도 남다른 카리스마
롤스로이스 레이스
롤스로이스 쿠페 레이스의 외관 스타일은 카리스마가 넘친다. 클래식하면서도 웅장하고, 남다른 독창적인 모습은 롤스로이스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느끼게 한다.
차체 사이즈는 전장 5269mm, 전폭 1947mm, 전고 1507mm로 초대형 국산차 중 전장이 가장 긴 에쿠스(5160mm)보다도 109mm나 길다. 휠베이스는 무려 3112mm에 달하는데, 기아차의 1000cc급 경차 모닝이나 한국지엠 쉐보레 스파크의 전장(3595mm)과도 비교된다.
레이스는 롱노즈숏데크 타입으로 후드가 상당히 길다. 후드 상단의 캐릭터 라인은 라디에이터 그릴로 이어지는데 입체적인 감각이다. 후드에 적용된 ‘환희의 여신상(Spirit of Ecstasy)’은 5도 정도 경사각이 앞쪽으로 귀울어져 있어 눈길을 모은다.
롤스로이스 레이스
라디에이터 그릴은 대형으로 22개의 세로바를 적용했다. 그릴 상단에는 두터운 크롬으로 고급스러움을 연출한다. 엠블럼은 창립자 두 명의 성을 따 롤스와 로이스를 합친 것이다. 그릴은 다소 거친 모습이기도 하고, 클래식한 이미지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헤드램프는 단순한 감각인데, 차체가 워낙 크다보니 오히려 작아보인다.
측면은 루프 라인이 지붕에서 뒤끝까지 유선형으로 되어있는 패스트백(fastback) 구조를 취한다. 전형적인 쿠페 모습이다. 프레임이 없는 코치도어와 B필러를 없앤 디자인 감각은 독특하다. 타이어는 컨티넨탈 대신 굿이어 브랜드를 사용했다. 주행속도나 내구성, 접지력 등을 감안한 세팅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20인치 알로이 휠을 적용했으며, 편평비는 정통 스포츠카와 맞먹는 40R 수준이다. 연비효율성보다는 퍼포먼스에 포커스를 둔 때문이다.
타이어 사이즈는 앞쪽이 255mm, 뒷쪽은 285mm이다. 앞과 뒤의 타이어 사이즈가 다른건, 급코너링에서의 조향시 안정적인 핸들링 감각을 제공하고, 뒷쪽에서는 고속 주행시 힘을 밀어주는 구동력을 더욱 높이기 위한 까닭이다. 타이어는 런플랫이 적용되는데, 펑크 났을 때에도 시속 80~100km로 최대 80km를 달릴 수 있다.
롤스로이스 레이스 (엔진룸)
후면 디자인은 무난하다. 트렁크 리드는 끝마무리를 살짝 높여놨는데, 리어 스포일러 기능을 갖는다. 리어 램프는 삼각형으로 두터운 크롬을 적용했다. 트윈 머플러는 레이스의 파워풀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트렁크는 470리터를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이지만, 차체 사이즈를 감안하면 좀 작다는 느낌이다.
실내는 그야말로 럭셔리한 분위기다. 편안하면서도 넉넉한 공간은 탑승자에게는 색다른 존재감을 부여한다. 실내는 목재와 새틴크롬, 전연가죽 등을 적절히 사용해 마감했다. 초호화 럭셔리카로서의 위용을 살펴볼 있는 대목이다. 계기판 클러스터는 엔진회전수 표시 대신 엔진의 파워를 퍼센트로 보여준다. 변속레버는 다이얼 방식이다. 레이스는 4인승 2도어 쿠페인데, 도어는 일반차와는 반대 방향으로 열고 닫는다. 운전석 탑승후 버튼만 누르면 스스로 문이 닫히기도 한다.
▲ 안락한 승차감, 스포츠카 뺨치는 퍼포먼스
롤스로이스 레이스
롤스로이스 레이스는 배기량 6592cc의 쿠페 모델로 V12기통 트윈 터보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624마력을 자랑하며, 최대토크는 1500~5500rpm 사이에서 무려 81.67kg.m를 발휘한다. 시승은 서울에서 출발, 춘천간 고속도로를 거쳐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아난티클럽을 되돌아오는 150km 거리에서 이뤄졌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 후 아이들링 상태에서 실내소음은 49dB을 나타낸다. 배기량이 6.6리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진동소음(NVH)은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조용한 주택가나 도서관을 떠올리는 수준이다.
액셀러레이터 반응은 살짝 발끝만 닿아도 차가 들썩일 정도다. 공차 중량이 2360kg이나 되는 거구지만, 페달 반응은 굉장히 민감하다. 경차를 탄 것처럼 가쁜하고, 스포츠카를 탄 것처럼 민첩하다. 도심에서, 실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엔진회전수 1500rpm에서부터 토크감을 느낄 수 있다. 최대토크는 5500rpm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액셀 페달을 밟고 있는 내내 강한 엔진 파워를 그대로 맛볼 수 있다.
롤스로이스 레이스
주행중 승차감은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안락하고 정숙하다. 그냥 도서관 같은 분위기인데, 타이어가 도로를 달리는 소음만 전해진다. 부드러운 소파에 앉아있는 듯 안락함은 최고다. 윈도우나 엔진룸, 차체 하단에서 전해지는 소음은 대부분 차단된다. 시속 100km에서는 72dB, 같은 속도로 터널 안에서의 주행에서는 78dB 수준이다.
V12기통 트윈터보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벅찰 정도다. 시속 150km의 속도는 엔진 파워의 불과 20% 수준을 밑돈다. 엔진 파워가 50% 수준에서는 시속 220km 정도를 나타내는데, 속도감은 일반 세단과는 달리 시속 120km 전후의 느낌만 갖는다. 안락한 주행감으로 실제 느끼는 속도감은 현저히 떨어진다. 가속시 엔진 사운드는 우렁찬데, 맛깔스럽다.
트랜스미션은 ZF사가 제공하는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부드러우면서도 민첩한 변속이 가능하다. 변속시 충격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 터보랙은 약하게나마 느낄 수 있지만,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롤스로이스 레이스
핸들링에서는 차체 사이즈가 큰만큼 쏠림 현상도 느껴진다. 후드가 생각보다 긴데다, 후륜구동 방식을 기본으로 적용한 까닭에 급코너링에서는 주의가 요구된다. 스티어링 휠 반응은 약한 오버스티어 감각이다. 4륜구동 방식이 적용되지 않은 건 단점이기도 하다. 여름철 빗길이나 겨울철 눈길에서는 핸디캡이 될 수 있다.
연비는 대부분 고속도로를 이용한만큼 구간에 따라 5.4~6.1km/ℓ 수준을 나타냈다. 급가속을 삼가고, 타력으로 주행한다면 공인연비(6.3km/ℓ)는 어렵잖게 도달할 수 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구간에서는 평균 4.5km/ℓ 정도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동은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게 세팅됐다. 럭셔리카로서 편안한 착지감을 원하는 탑승자들을 배려한 때문이다.
롤스로이스 레이스에는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어댑티브 헤드램프, 차체자세제어장치, 차선이탈방지장치 등 안전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내비게이션은 음성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맵은 국산 초대형차에 적용된 것과 비교하면 이용하기가 번거롭다. 유일한 단점이다.
롤스로이스 레이스
▲ 롤스로이스 레이스의 시장 경쟁력은...
롤스로이스의 레이스(Wraith)는 4인승 2도어 쿠페로 그란투리스모에 속하는데,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이 돋보인다. 여기에 운전자가 원하는대로 강력하면서도 파워풀한 퍼포먼스는 내로라하는 정통 스포츠카보다도 부족함이 없다.
초호화 럭셔리카 브랜드인 롤스로이스는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브랜드명 하나만으로도 경쟁력을 지닌다. 디자인이나 품질에 대한 특별한 설명 없이도 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쟁 브랜드로 마이바흐(Maybach)를 꼽기도 하지만, 롤스로이스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별 반응이 없다. 롤스로이스는 롤스로이스일 뿐, 굳이 경쟁 상대가 없다는 태도다.
롤스로이스 레이스
시장 경쟁력은 한 제품의 디자인이나 품질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결정적이다. 지금까지 109년간 럭셔리카로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온 롤스로이스가 모범적인 해답이라는 판단이다. 최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해외법인장들과 현대기아차의 생산판매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서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롤스로이스 쿠페 레이스의 국내 판매 가격은 4억원부터 시작된다. 장인의 손으로 제작하는 1340개가 넘는 광섬유 램프로 장식된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 등 다양한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달리 산정된다. 롤스로이스를 판매하고 있는 영업사원도 레이스의 최고 가격을 모른다는 건 우리에게 여러가지 의미를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