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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에이터 그릴의 진화..그릴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

Lexus
2015-11-30 10:34
All New ES 350
All New ES 350

[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자동차 디자인이 과거에 비해 대담해 지고 있는 가운데,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라디에이커 그릴은 자동차를 보는 첫 인상을 좌우하는데, 그런만큼 불과 3~5초 사이에 자동차 전체 디자인 감각을 좌우할 정도다. 이는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고도 하는데, 처음 접한 정보가 기준점이 되어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걸 의미한다. 일종의 편향 현상이라 하겠다.

자동차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첫 인상이 남기는 잔상 효과는 우리의 짐작보다 훨씬 강력하다. 따라서 요즘 자동차 업계는 그릴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헤드램프와 더불어 자동차의 표정을 좌우할 결정적 요소인 까닭이다. 그릴은 ‘라디에이터 그릴(radiator grille)’의 줄임말로 각종 부품을 식히는데 필요한 공기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이물질의 유입을 막는다.

2016 All New ES300h
2016 All New ES300h

한때 그릴은 가느다랗게 빚는 디자인이 유행했다. 심지어 라디에이터 그릴을 없애고, 범퍼의 흡기구로 대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의 그릴은 다시 커지는 중이다. 엔진의 출력이 쑥쑥 올라가면서 냉각의 중요성이 더 커진 탓이다. 여기에 브랜드의 특징적 얼굴로 표현되는 패밀리 룩을 완성하고, 고객의 관심도 잡아 끌 디자인 요소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은 저마다 개성을 듬뿍 담은 그릴을 앞세우고 있다. BMW의 키드니 그릴이나 아우디의 싱글 프레임 그릴, 지프의 7가닥 수직선 그릴 등이 좋은 예다. 반대로 특정 브랜드가 기존의 이미지를 화끈하게 뜯어고치고 싶을 때 그릴을 가장 먼저 바꾼다. 첫 인상을 바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까닭이다. 일본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로 꼽히는 렉서스가 좋은 예다.

렉서스는 지난 2006년 선보인 3세대 GS를 통해 역사다리꼴 그릴로 ‘표정 다듬기’에 나섰다. 2011년 코드네임 L10의 4세대 GS에서 그릴은 한층 더 강렬한 형태로 진화했다. 번호판을 기준으로 아랫부분까지 그릴을 확장시켰다. 또한 위아래가 나뉘는 부위를 가운데 쪽으로 바짝 조였다. 그 결과 콜라병 허리처럼 잘록한 형태로 거듭났다.

Lexus GS350
Lexus GS350

지금의 GS는 2009년 취임한 토요다 아키오 사장이 이끈 개혁의 실질적 시발점이 되는 모델이기도 하다. 힘차게 꺾은 그릴은 이 같은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렉서스는 본격적으로 ‘스핀들’그릴을 도입했다. 스핀들은 방추제나 실타래라는 의미를 지닌다. 렉서스의 새 그릴은 후속 모델로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가장 최근 나온 올 뉴 ES의 그릴이 좋은 예다.

ES는 2012년 데뷔한 4세대부터 스핀들 그릴을 씌우기 시작했다. 최근 ES는 신차에 버금가는 부분변경으로 거듭났다. 이번 변화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스핀들 그릴이다. 우선 번호판 부위를 가로지르던 바를 없애 한 덩어리로 뭉쳤다. 나아가 그릴의 은은한 금속성 광택 머금은 윤곽도 두껍게 부풀렸다. 그 결과 그릴이 한층 돋보인다.

Lexus NX300h
Lexus NX300h

현재 렉서스의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주역은 후쿠이치 도쿠오다. 렉서스 인터내셔녈의 전무를 거쳐 이제 대표로 올라섰다. 그는 아키오 사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렉서스의 개혁을 주도 중인 핵심 인물이다. 그는 1951년생으로 이미 환갑을 훌쩍 넘겼다. 1974년 일본 타마 예술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토요타에 입사했다.

그는 디자인팀 여러 부서를 거쳐 프랑스 니스의 토요타 유럽 디자인센터장까지 역임했다. 2008년엔 토요타의 자회사 칸토 오토웍스 사장으로 취임했다. 계열사 사장을 거쳐 정년퇴직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굿바이’ 코스였다. 그런데 그가 2011년 현직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700명 넘는 디자이너 지휘할 토요타 그룹의 디자인 총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은 찬반양론의 불씨를 당겼다. 하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 않는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과거엔 부정적 의견이 들리면 잘 수렴해 반영했습니다. 그 결과 모두가 싫어하지 않을 디자인이 태어난 겁니다. 그러나 이제는 100명이 그럭저럭 만족할 디자인 대신 한 사람이라도 열광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그의 생각은 렉서스 브랜드의 디자인 변화에 적잖은 역할을 맡는다.

Lexus LFFC
Lexus LF-FC

스핀들 그릴은 렉서스의 품질 욕심을 엿볼 기회이기도 하다. 가령 입체적 디자인의 그릴은 차체 패널과 최소한의 단차로 정교하게 맞물렸다. 그릴 너머로 덕트나 케이블 등의 부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세밀한 부분까지 챙기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엔 보행자 추돌안전성도 포함된다.

향후 렉서스의 얼굴은 어떻게 변할까? 최근 열린 2015 도쿄모터쇼에서 공개된 수소연료전지차 컨셉트 LF-FC가 단서 중 하나다. 스핀들 그릴은 이번 ES처럼 사이즈를 키우는 한편 윤곽을 입체적으로 다듬었다. 그릴 바탕을 수놓은 문양 역시 훨씬 화려하다. 보다 얇아진 눈매와 더불어 스핀들 그릴이 한층 부각됐다는 평가다. 덩달아 렉서스 디자인의 존재감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해진 건 렉서스만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