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현대차의 아슬란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슬란을 통해 수입차를 견제하겠다는 현대차의 당초 계획은 무의미한 상태다. 시장에서 아슬란의 존재감은 사실상 제로라는 평가다.
7일 현대차에 따르면, 아슬란은 지난 11월 내수시장에서 총 598대가 판매됐다. 쏘나타(1만328대)나 그랜저(8180대), 제네시스(2657대)와 비교해보면 턱없이 낮은 기록이다. 10월의 375대 판매보다는 조금 증가된 수치라는 게 다소 위안거리다.
아슬란은 올해들어 11월까지 총 8061대가 판매됐다. 월 평균 733대가 팔린 셈이다. 쏘나타가 월평균 8705대, 그랜저 6887대, 제네시스 2995대의 그것과는 대조적이다.
차명 아슬란(Aslan)은 ‘사자(獅子)’라는 터키어로 기품과 여유, 용맹함을 모두 갖춘 의미를 지녔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 입장으로서는 전륜구동 방식을 적용한 최고급 프리미엄 세단이어서 수입차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당초의 계획이었다.
2016 아슬란
그런만큼 아슬란의 주력 경쟁 모델은 처음부터 수입차을 타깃으로 삼았다. BMW 5시리즈를 비록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렉서스 ES 등으로 이들 모델은 수입차 시장에서 내로라 하는 경쟁력을 지닌 대표 모델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올해들어 11월까지 1만7017대, BMW 5시리즈는 총 1만4583대, 아우디 A6는 총 1만1686대가 판매됐다. 렉서스 ES는 이들 독일차에 비해서는 낮은 총 4684대 판매를 기록했다. 아슬란의 주력 경쟁차가 국산차보다는 수입차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슬란은 안방에서 진한 패배를 맛본 것과 같다.
아슬란은 작년 10월 이후 본격 판매에 돌입하면서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펼친 바 있다. 현대차는 신문이나 TV 광고를 비롯해 상품성을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전국 5개 지역의 현대차 전시장에서 ‘아슬란 스페이스’를 운영하는 등 1500여명의 고객들에게 아슬란의 진가를 전달하려고 애쓰기도 했다. 여기에 고객 시승회까지 곁들이는 등 현대차의 아슬란에 대한 애착은 상상 이상이었다.
현대차는 7일부터 2016년형 아슬란을 새롭게 출시하면서 편의사양을 재구성하고, 판매 가격을 인하하는 등 개선책을 내놨다. 지난 1년간 소비자들의 불만 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라는 전언이다.
아슬란
G300(3.0)에는 고객 선호도가 낮았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EPB) 시스템은 선택사양으로 변경하고, G330(3.3)에만 적용돼왔던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를 G300에서도 선택이 가능하게 됐다. 판매 가격 역시 트림별 모델에 따라 103만~245만원까지 인하했다.
현대차는 여기에 1년 75%, 2년 68%, 3년 62% 등 중고차 가격을 보장해주는 ‘아슬란 중고차 가격 보장 프로그램’에 출고 후 한달 이내에 불만을 느낀 고객에게는 그랜저나 제네시스로 교환해주는 ‘차종교환 서비스’까지 시행키로 했다. 현대차의 아슬란에 차별화된 지원은 최상이나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수입 경쟁차에 대한 두번째 정면 도전장을 내민 형상이다.
이 같은 현대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슬란에 대한 미래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결론이다. 아슬란은 작년 판매에 앞서 국내 자동차 전문기자들로부터 적잖은 지적을 받아왔다.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무력하다는 평가였다.
아슬란
아슬란은 대형세단에 속하는데, 준대형세단 그랜저나 초대형세단 제네시스의 중간에 위치하면서 시장 간섭(Carnnibalization) 효과로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시장에서의 모호한 포지셔닝은 아슬란의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그런만큼 아슬란은 그랜저의 최고급 트림으로 판단하는 소비자도 적잖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렉서스 ES 등 아슬란의 주력 경쟁 모델들의 존재감도 아슬란이 극복하기에는 너무나 큰 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