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Genesis)가 대형세단 G80을 내놨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제네시스 G80은 이달부터는 ‘자동차 왕국’으로 불려온 미국시장에서도 본격 수출되기 시작했다. 올해 말쯤에는 중국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상징성이 적잖다.
그동안 5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지닌 현대차가 대중지향적인 브랜드에 속했다면, 제네시스는 그야말로 하이엔드 소비자를 주력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130년이라는 자동차 역사를 지닌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BMW와 아우디, 재규어, 렉서스, 인피니티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피할 수 없는 시장 경쟁을 펼쳐야만 한다.
일본차의 경우에는, 지난 1989년에 토요타가 렉서스(Lexus)를, 혼다가 아큐라(Acura)를, 닛산이 인피니티(Infiniti)라는 고급 브랜드를 미국시장에 각각 내놨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는 이 보다는 27년 가까이 늦은 셈이다.
G80
제네시스 G80은 일단 국내 시장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6월 사전 계약을 실시한지, 불과 1주일 만에 5120대가 예약 판매됐고, 7월에는 총 3200대가 출고됐다. 구형 DH 제네시스는 1374대가 판매됐다. 이 정도면 소비자 반응은 괜찮다.
이처럼 국내 시장에서 제네시스 G80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IT 강국인데다,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이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기 때문이다.
연간 신차 판매 규모는 150만대 수준으로 적은 편이지만, 롤스로이스나 마이바흐, 벤틀리,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 세계 유명 브랜드는 한국시장을 하나의 테스트 마켓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 고급차로서의 디자인 감각
G80
제네시스 G80은 정제된 듯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 감각이다. 고급차로서 와이드함과 낮은 차체 자세는 디자인 밸런스를 잘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톡톡 튀는듯한 가벼움보다는 묵직한 스타일로 시선을 모은다.
후드 상단에는 유려한 캐릭터 라인이 적용됐고, 6각형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는 첫인상을 강하게 심어준다. 그릴은 아우디의 싱글 프레임 그릴에서 이미 봐왔던 모습인데, 크롬을 두껍게 적용한 건 차별적이다. 그릴 윗쪽에 배치된 엠블럼도 멋스럽다. 6개의 LED가 적용된 안개등도 깔끔한 이미지다.
측면에서는 롱노즈숏데크 형상으로 유려한 라인이 돋보인다. 윈도우 라인과 사이드 가니쉬는 크롬으로 적용해 고급감을 높였다. 19인치 휠이 적용된 컨티넨탈 브랜드를 사용하는 타이어는 앞쪽은 245mm, 뒷쪽은 275mm의 광폭이다. 편평비는 35~40%로 세팅됐다.
후면에서는 리어램프가 풀LED 방식으로 우아함과 볼륨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섬세한 그래픽이 조화된 것도 모던한 감각이다. 트렁크 리드는 끝을 살짝 끌어올려 리어 스포일러 기능을 맡는다. 직사각형의 트윈 머플러도 감각적이다.
G80
실내는 럭셔리한 감각이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수평적이며, 우드패널은 고급감을 더한다. 계기판에서 센터페시아, 센터패널의 버튼류는 35개로 구성됐다. 40여개의 벤츠보다는 적은 수치이지만, 좀 더 간편하게 줄이는 것도 요구된다. 시트의 스티칭은 섬세하며 재질감도 만족스럽다. 아날로그 시계도 매력을 더하는 포인트다.
■ 다이내믹한 성능, 안락한 승차감..자율주행 기술도 정확
G80
시승차는 제네시스 G80으로 배기량 3778cc의 람다II V6 3.8 GDi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315마력이며, 최대토크는 40.5kg.m의 강력한 파워를 지닌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엔진회전수 600rpm의 아이들링 상태에서 실내 소음은 48dB을 가리킨다. 정숙성이 강점인 렉서스 브랜드보다는 조금 높은 수치지만, 벤츠나 BMW보다는 낮다. 조용한 주택가나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정도다.
액셀러레이터의 초기 반응은 민첩하고 빠르다. 응답력은 뛰어나 만족스럽다. 탑승 감각은 묵직한 쪽이다. 페달 담력도 적절하게 세팅됐다. 저속에서 중속, 고속으로 이어지는 주행감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반응이다. 주행중 풍절음의 절제감도 렉서스 브랜드 못잖다. 윈드스크린과 이중접합 처리된 윈도우, 차체 하단 등에서 소음이 제대로 차음된다.
중고속에서 치고 달리는 맛도 살아있다. 3000rpm을 넘기면서부터 터져나오는 엔진 사운드는 저음이면서도 박력감을 더한다. 맛깔스럽다. 현대차가 불과 4~5년 전부터 엔진사운드 개발에 신경을 써왔는데, 이제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엔진사운드는 벤츠나 BMW, 아우디에 비해서 전혀 뒤지는 감각은 아니다.
G80
G80에는 8단 자동변속기가 채용됐는데, 수동모드를 통해 스포티한 주행감도 맛볼 수 있다. 여기에 패들시프트를 이용한 변속감은 정확한 반응이다. 부드럽고 빠르다.
핸들링과 직진 주행감은 안정적이다. 앞뒤 타이어 사이즈를 달리한 것도 주행감을 높여준다. 핸들링에서는 Out-in-Out 코스로 빠르게 빠져나오는 구간에서 그립감과 조정성을 더 높인다.
고속 주행에서는 초보단계이지만 자율주행으로서의 맛도 느낄 수 있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도 잠깐 소개되긴 했는데, 주행중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어놔도 스스로 알아서 달린다.
시속 60km 이상으로 달릴 때, 신호등을 켜지 않고 일부러 차선을 변경하면 차선 이탈을 방지하도록 경고와 함께 스티어링 휠을 중앙으로 바로 잡아준다. 이런 기술력은 도로의 상태나 구간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경험해본 BMW 740Li나 크라이슬러 300C 등에 비해서도 정밀감이 높다는 생각이다.
제동력은 부드럽게 세팅됐다.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등의 제동력은 부드러우면서도 단박에 차를 세우는 듯한 모습인데, G80은 부드러운 감각이 늘어지는 형상이다. 갑작스런 제동에서도 탑승자의 쏠림 현상이 훨씬 줄어든다.
G80에는 최첨단 편의사양이 대거 적용된 것도 고급차로서의 위용을 높이는 이유다. 지능형 운전을 지원하는 기술인 스마트 센스를 비롯,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주행조향보조시스템, 긴급제동시스템, 고속도로주행지원시스템, 부주의운전경보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 제네시스 G80의 시장 경쟁력은...
G80
한국시장은 고급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다른 어느곳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연간 신차 시장 규모는 150만대를 갓넘기는 수준이지만, 고급차만큼은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 권이다. 벤츠 S클래스만 놓고 따지면,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를 차지한다.
이런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선보인 건 시기적으로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G80은 사실 DH 제네시스 후속 모델에 속하지만, 디자인이나 품질면에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인정 받았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차를 고르는데 있어 굉장히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네시스에 대한 호평은 향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걸 반증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대 약점은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터넷 등 IT 기술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오히려 경쟁 브랜드에 비해 더 빠르게 인지도를 높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제네시스 G80의 국내 판매 가격은 트림별 모델에 따라 3.3은 4810만~5760만원, 3.8은 6170만~7420만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