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을 밟아도 어느 정도 밟았는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움직인다. 미끄러져 나간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일산 시내 구간을 빠져나와 자유로에 올라서서 엑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아봤다. 최고 출력은 150kW에 달하지만 순간 160kW를 상회하는 최고 출력이 뿜어져 나오며 시트 안쪽으로 몸이 쭉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쉐보레 볼트 EV
여타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라면 거친 엔진소리가 귀를 두드릴만도 하지만, 그 흔한 풍절음도 들리지 않은 채, 볼트 EV는 침묵 속에서 속도를 올려나간다. 동승한 기자와 함께 ‘으아악’ 하며 내지르는 외마디 비명만 들릴 뿐이다.
제동은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 보다는 회생제동을 이용하는 걸 적극적으로 권한다. 볼트 EV는 스티어링 휠 좌측 후면에 에너지 재생 페달과 기어노브의 L 모드를 활용해 제동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얻어진 제동에너지는 온전히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에 활용되는데, 두가지 모드를 적극 활용한다면 만족스러운 제동력과 배터리 효율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습관적으로 브레이크 폐달을 밟을 수도 있지만, 브레이크를 밟을 때엔 브레이크 위에 무언가가 얹혀져 있는 듯한 이질감이 꽤 불편하다.
움직임은 쉐보레 특유의 탄탄한 기본기 그대로다. 스티어링의 응답성은 산뜻하고 움직임은 제법 기민하다. 오히려 주행 성능에 있어선 아이오닉 일렉트릭이나 BMW i3보다 한수 위라는 생각이다.
다만 효율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구름 저항이 적은 타이어가 적용된 탓에 타이어의 그립은 낮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커브길에서 조금이라도 격한 코너링을 전개하면 ‘끼이익’하는 타이어 울음소리가 귀를 때린다. 무엇보다 엔진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기 때문에 타이어의 울부짖는 소리는 더 크게 들린다.
쉐보레 볼트 EV
한때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는 언덕을 잘 오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이 이야기는 이제 옛날 이야기로 전해질 지도 모르겠다. 30kg.m에 육박하는 강력한 토크는 정지 상태에서 10% 이상의 경사각을 가진 언덕에서도 든든한 등판 능력을 선사한다.
■ 전기차 대중화의 방향성 제시한 볼트 EV
많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전기차에 대한 걱정은 뭘까, 인프라는 점차 확충되고 있는 추세지만 당장엔 내연기관 엔진 자동차와 동일한 수준의 주행가능거리일 것이다.
볼트 EV는 이런 문제를 완벽히 해결했다. 100km 남짓을 주행하는 여타 전기차와 달리 볼트 EV는 주행거리 383km를 인증 받았다. 한국지엠은 이보다 더 높은 500km대의 주행도 성공하며 전기차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가장 놀랐던 점은 한국지엠 관계자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다. 볼트 EV는 저속에서 효율적으로 주행할 경우 기존 주행거리의 두배 이상 멀리갈 수 있다는 것이다.
넉넉한 공간 활용성과 편의사양, 첨단 안전시스템 등 주행거리를 위해 어느 하나 희생하지 않은 점도 칭찬할 만 하다.
쉐보레 볼트 EV
다만 물량은 올해보다 대폭 확대됐으면 한다. 볼트 EV는 사전계약 첫날 완판된 탓에 지금 사고싶어도 사지 못하는 그림의 떡이다. 계약도 받고 있지 않다.
이쯤 되면 전기차 시장의 게임체인저, 혹은 그 이상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의 사회 양상과 가장 잘 맞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볼트 EV는 전기차 패러다임의 정권교체를 해낼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