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최근 세계 자동차시장은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내연기관의 자리가 점점 축소되고 있다.
6기통, 8기통 엔진이 넘쳐나던 과거와 달리 다운사이징이 대세가 되어버린 요즘, 지난 1980~1990년대에는 V12를 넘어서는 시도가 빈번히 벌어졌다.
독일 프리미엄 제조사 중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각각 이 시기에 W18과 V16 등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엔진들을 제작해 실험에 나섰던 것도 주목된다.
벤츠
1990년대 초 벤츠의 엔진 개발자들은 8.0리터 배기량의 18기통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이사회에 정식으로 요청서를 전달한 바 있다.
당시 S클래스와 대형 스포츠카에 탑재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W18엔진은 정식코드명까지 부여받으며 순조로운 개발일정을 진행해 나갔다.
그러나 최종단계에서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못하면서 W18 엔진은 출시까지 이어지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엔진배치 방식과 대배기량 엔진에 대한 노하우를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벤츠, W140
당시 벤츠의 엔지니어들은 S클래스 보닛 아래 8.0리터 18기통에 달하는 엔진을 넣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기존의 V형 방식과 직렬 방식이 아닌 W형 구조의 새로운 실린더 배치를 고안해냈다.
이는 훗날 폭스바겐그룹에서 W12 형식으로 페이톤과 벤틀리 컨티넨탈 GT 및 플라잉 스퍼에 탑재한 방식과 유사하다. 엔지니어들은 W18 엔진의 실린더를 6개씩 하나로 묶어 3열 배치를 통해 완성시켰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직렬 6기통보다 짧은 길이를 갖게 된 W18 엔진은 대형급의 차체를 가진 S클래스에 무사히 장착할 수 있었으며, 최고출력 490마력, 최대토크 약 75kgf.m의 힘을 낼 수 있게됐다.
BMW, 750iL
엔지니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형 스포츠카에 탑재할 시 최대 680마력, 최대토크 80kgf.m까지 성능을 향상시킬 계획을 갖고 있었으며,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모든 설계를 끝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당시에도 V12 엔진을 탑재한 S클래스가 대배기량으로 이미 많은 비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사회는 W18 계획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6.0리터 V12 엔진이 이미 충분한 성능을 가졌다는 점도 W18 엔진이 더 이상 진척될 수 없었던 이유로 꼽힌다.
벤츠의 오랜 경쟁사인 BMW는 이보다 앞선 1987년에 2세대 7시리즈를 베이스로 V16 엔진을 얹은 BMW Goldfisch, 일명 금붕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프로토 타입을 제작했다. 당시에는 BMW가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벤츠 S클래스에 도전하는 입장으로 기술변화에 대한 혁신을 추구하던 시기였다.
BMW, 750iL
BMW는 기존 5.0터 V12엔진을 개량해 배기량을 6.6리터로 키우는 한편 4개의 실린더를 더해 V16 엔진을 실제 모델에 장착하기까지 성공했다. 그 결과 커져버린 엔진크기 탓에 라디에이터 위치를 트렁크로 옮기는 개조를 거치면서 리어펜더에 우스꽝스러운 별도의 흡입구를 덧붙일 수 밖에 없었다.
V16 엔진의 최고출력은 408마력으로 시속 100km/h까지 6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약 250km/h에 이르렀다. 33년이 흐름 지금도 상당한 고출력에 해당하는 수치지만 당시에는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출력으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BMW는 벤츠와 마찬가지로 해당모델을 실제 출시하는 대신 프로토 타입 제작까지만 완료 후 프로젝트를 중단했지만 엔지니어들은 개발과정 속에서 대배기량 엔진에 대한 노하우와 엔진 기술에 대한 가능성을 습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BMW, 750iL
과거에는 이처럼 기술개발을 목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결과물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은 이산화탄소 배출과 미세먼지 등 친환경 정책이 우선시 되는 분위기 속에 이와 같은 독창적인 모델들을 만나볼 수 없지만 이 같은 기술에 대한 집념 덕에 현재의 자동차가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과연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발전 역시 역사 속에서 봐왔듯이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