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안효문 기자] 대중의 인식과 기술 발전이 엇박자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높은 확률로 사회는 부작용을 겪는다. 소극적인 태도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가하면, 기술에 대한 맹신이 예상치 못한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 미국에선 테슬라 전기차의 뒷좌석에 앉아 고속도로를 주행한 20대 청년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테슬라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오토파일럿‘을 활성화한 상태로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긴 뒤, 차가 크루즈 모드로 주행하는 모습을 촬영해 자신의 SNS 계정에 영상을 올렸다.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당국은 그를 난폭운전 및 경관 명령 불복종 혐의로 체포했다.
폭스바겐, 레벨4 자율주행 연구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난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테슬라 전기차가 스스로 달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니다. ‘뒷좌석 주행’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차가 스스로 모든 환경을 통제하는 자율주행차의 판매가 허용된 곳은 없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가장 최신의 자동차라 할지라도 자율주행차 기술구현 단계는 미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2’다. 레벨2는 차가 일부 제한된 조건에서 스스로 달릴 순 있지만, 운전자의 통제 하에 기능이 구현되는 단계다. 즉, 주행 증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사람이 통제할 수 있어야한다는 이야기다.
다임러, 자율주행 테스트
그런데, 자동차 회사들은 교묘한 마케팅 용어로 소비자들을 혼란케한다. 앞서 언급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대표적인 예다. ‘오토파일럿’이란 이름을 접한 소비자들은 마치 차가 자동으로 달릴 수 있을 것으로 믿기 쉽다. 하지만 ‘오토파일럿’을 이용하다 발생한 사고는 전적으로 운전자 책임이다. 테슬라 역시 차 설명서 등에 경고문을 실어 사고책임을 회피한다.
최근 자동차 뉴스나 콘텐츠에서 접하게 되는 ‘반자율주행’이란 용어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 ‘반자율주행’이란 기술은 없다. ‘첨단’ 이란 수식어가 붙지만, 운전자 보조 기술(ADAS)은 어디까지나 사람이 편하고 안전하게 차를 몰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토요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어드밴스드 드라이브' 차선변경보조 작동 이미지
물론 발전된 ADAS 기능은 하드웨어적으로 완전 자율주행차에 근접한 기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차가 스스로 멈춰 세우거나 장애물을 회피하고, 방향지시등을 켜면 주변 소통 상황을 살핀 뒤 알아서 차선을 옮겨가는 기능도 이미 시장에 나와 있다. 정체구간에서 앞차와의 간격과 상대 속도를 맞춰 능숙하게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차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은 돌발상황에서 피해를 줄이거나, 힘든 상황에서 운전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운전석에 앉았다면 반드시 스티어링휠을 정확한 자세로 잡고 주변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 자동차 회사들도 소비자들을 오도(誤導)하지말고 정확한 용어를 써야 한다. 인식과 기술의 괴리를 줄이는 것이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