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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전기차 시대에 포르쉐가 내놓은 해답..타이칸

Porsche
2021-05-17 08:00
포르쉐 타이칸 4S
포르쉐, 타이칸 4S

[고성=데일리카 안효문 기자] 한동안 운전의 즐거움과 친환경성은 양립할 수 없는 가치였다.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대배기량 고성능 차들은 석유파동과 대기오염의 벽에 부딪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는 하이브리드까지 기름을 태운다는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가 전기차를 개발한다는 소식은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결코 반갑지 않은 뉴스였다. 가슴을 뛰게 하는 배기음, 고출력 미드십 엔진의 짜릿한 반응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어서다. 또, 주행거리에 대한 전기차의 불안감은 아무리 포르쉐라 하더라도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을 의심케 했다.

포르쉐가 제대로 된 전기 스포츠카라 부를 수 있는 타이칸을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 포르쉐는 타이칸이 주행 중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친환경성은 물론 브랜드 DNA를 듬뿍 받은 운동성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강원도의 산길과 고속도로 등 350㎞ 구간에서 타이칸 4S와 타이칸 터보 S를 시승했다.

■ 파나메라 연상케 하는 4인승 스포츠카

포르쉐 타이칸 4S
포르쉐, 타이칸 4S

타이칸의 크기는 길이 4965㎜, 너비 1965㎜, 높이 1380㎜, 휠베이스 2900㎜ 등이다.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듯 도로에 착 달라붙은 모습에서 정통 스포츠카의 모습을 느낀다. 매끈한 실루엣은 심미성뿐만 아니라 공기역학 요소까지 고려한 결과다. 타이칸의 공기저항계수는 0.22Cd로, 주행거리의 부담에서 운전자를 한층 자유롭게 한다.

전기차의 특징도 디자인에 적극 반영했다. 전면부의 독특한 윙은 타이칸에서만 접할 수 있는 요소다. 배기구가 없는 매끈한 후면, 전기차를 상징하는 레터링 등도 눈에 띈다. 커다란 휠하우스와 다부진 어깨선, 짧은 C필러와 아찔하게 떨어지는 지붕선 등은 포르쉐 고유의 디자인 언어다.

운전석은 최신 디지털 요소를 적극 반영했다. 전통적으로 포르쉐는 계기판의 중앙에 엔진회전수를 표시한다. 속도나 연비보다 엔진반응을 운전자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타이칸은 내연기관이 없기 때문에 RPM을 표시할 타코메터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대신 16.8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주행속도나 전력현황 등 각종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포르쉐 타이칸 4S
포르쉐, 타이칸 4S

이전까지 포르쉐의 실내는 수많은 버튼이 화려하게 자리잡은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타이칸은 물리버튼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기능을 터치스크린에 통합했다. 중앙의 10.9인치 디스플레이는 물론 보조석에도 별도의 화면을 배치했다. 보조석 탑승객도 현재 주행속도나 순간가속도, 길안내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실내 마감재의 촉감이나 매무새는 다른 포르쉐와 마찬가지로 고급스럽다. 놀랍게도 포르쉐는 타이칸에 천연가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관계자 설명이 없다면 인조가죽이라는 점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만듦새가 상당하다.

포르쉐는 타이칸이 앞뒤 좌석 모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차라는 점을 강조한다. 차 크기는 911과 파나메라 중간 정도인데, 휠베이스가 꽤 긴 편이다. 바닥이 움푹 들어간 뒷좌석 구조가 독특하다. 차 바닥에 배터리를 설치할 때 뒷좌석 바닥을 교묘히 피했다. 덕분에 무릎공간이 충분하다.

지붕 전체를 덮은 글래스 루프는 뒷좌석 탑승자에게 탁 트인 공간감을 선사한다. 자외선 처리에도 공을 들여 상쾌한 기분을 따가운 햇빛 때문에 망칠 걱정도 없다. 다만 등받이 각도가 가파르고 쿠션이 얇아 성인 남성이 오래 앉아있긴 어려운 구조다.

포르쉐 타이칸 4S
포르쉐, 타이칸 4S

■ 성능과 주행거리, 새로운 전기차 경험 선사

시승의 대부분을 함께한 차는 타이칸 4S다. 시승차는 두 개의 전기모터에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를 탑재해 최고출력 490마력, 최대토크 66.3㎏f·m, 0→100㎞/h 가속시간 4초 등의 성능을 발휘한다. 1회 충전 후 주행가능거리는 복합 289㎞, 효율은 복합 2.9㎞/㎾h를 인증 받았다.

운전석에 올라 전원 버튼을 누르니 디스플레이에 주행가능거리가 430㎞ 이상으로 표시된다. 따뜻한 날씨 덕분이기도 하지만 93.4㎾h에 달하는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덕분에 실 주행거리가 넉넉한 점도 타이칸의 장점이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타이칸 4S는 레인지, 노멀, 스포츠, 스포츠플러스, 인디비주얼 등 5개의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레인지모드의 경우 주행거리 확보에 중심을 둔 세팅으로, 회생제동에서 오는 감속까지 배제해 항속주행거리를 최대한 늘린 것이 특징이다. 주행속도 100㎞/h 전후에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타력주행으로 미끌어지듯 원래 속도를 최대한 유지한다. 고속화도로에서 크루즈 모드와 결합할 경우 효율이 극대화된다.

노멀 모드에서도 타이칸의 역동성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발에 조금만 힘을 실어도 속도계의 숫자가 무섭게 치솟는다. 체감하는 것 이상으로 손 쉽게 속도가 붙기 때문에 일반 공도에선 과속을 주의해야 했다.

스포츠 모드나 스포츠플러스 모드를 활성화하면 섀시 반응이 단단해지고, 모터도 보다 적극적으로 힘을 쏟아낸다. 여기에 포르쉐가 조각한 사운드는 독특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위잉’하는 전기모터의 소리와 함께 내연기관의 엔진 배기음과 유사한 소리가 중저음으로 낮게 깔린다. 출발 가속 반응이 빨라지면서 과장된 듯 귀를 자극하는 풍부한 사운드가 주행의 즐거움을 한층 배가한다.

전기차는 모터 특성 상 출발가속부터 짧은 시간 안에 최대 토크 영역에 도달한다. 잘 조율된 전기차는 순간 가속력에서 대부분의 내연기관차를 압도한다. 더구나 타이칸은 포르쉐가 만든 차다. 넘치는 힘을 차체가 오롯이 받아주기 때문에 다소 격렬한 움직임에서도 불안감보다는 ‘어떻게 차가 반응할까’하는 기대감이 더 크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타이칸 4S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륜구동이다. 두 개의 전기모터가 앞뒤축에 물려 네바퀴에 모두 구동력을 직접 전달한다.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은 주행상황에서 각 바퀴의 회전과 접지력을 정교하게 제어한다.

유턴에 가까운 내리막길에서도 생각보다 차가 쉽게 돌아가고, 평소엔 무리라고 생각했던 급격한 코너도 부드럽게 탈출할 수 있다. 차 크기에 비해 회전반경이 작고 운전자가 의도한대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타이칸의 백미는 에어 서스펜션이다. 노면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면서도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주는 미덕을 갖췄다.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넘거나, 노면이 거친 아스팔트 도로를 부드럽게 달릴 때는 영락 없이 고급 세단의 느낌이다. 반대로 와인딩 구간에서는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차가 정확히 따라오는 단단함을 보여준다. 절묘한 반응에 감탄이 나왔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다른 전기차와 달리 타이칸은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쓰는 편은 아니다. 레인지 모드에선 오히려 회생제동이 비활성화되고, 노멀 모드에서도 별도로 버튼을 눌러야 회생제동이 이뤄진다. ‘원 페달 플레이’처럼 굳이 전기차라고 해서 내연기관차와 다른 방식으로 운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일정을 마치고 잠시 타이칸 터보 S를 체험할 수 있었다. 타이칸 터보 S는 최고출력 625마력, 최대토크 107.1㎏f·m, 0→100㎞/h 가속시간 2.8초 등 슈퍼카라 불릴만한 성능을 갖췄다. 오버부스트를 켜면 최고출력이 순간 761마력까지 치솟는다.

짧은 주행이었지만 타이칸 4S보다 주행질감이 스포츠카로 한 걸음 더 넘어온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파워트레인의 성능은 공도보단 서킷주행에 걸맞겠다는 판단이다.

■ 전동화 시대에도 자동차의 본질은 달리기 실력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가 주류로 떠오르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전자기술과 차 내 인포테인먼트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자동차의 본질은 이동수단이다.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동차 회사들은 보다 안전하고 재밌게 이동하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부던히 노력해왔다. 타이칸은 전동화 시대에도 운전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포르쉐의 메시지 그 자체였다.

타이칸 4S의 가격은 1억4560만원, 타이칸 터보 S의 가격은 2억3360만원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