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중고차 시장 완전 개방을 놓고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다 저렇다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냥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정부의 이 같은 관망이 지속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진출이 제한된 이후 약 6년 만인 지난 2019년 2월에서야 지정 기간이 만료된 상태다.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 한국지엠 쉐보레,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사업 진출 의사를 분명히 밝혀왔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결정만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뚜렷한 이유없이 1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참고로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BMW, 아우디, 재규어, 랜드로버, 토요타, 렉서스 등의 유명 수입차 브랜드는 투명한 인증 중고차 사업을 통해 국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지 오래됐다. 수입차 업계의 이 같은 인증 중고차는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로부터 신뢰감을 높이는 요소다.
기아차, K7 프리미어
그러나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중고차 시장 구조는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고차 업체들은 허위 미끼 매물을 비롯해 침수차나 사고차 매물, 주행거리 조작, 불투명한 가격 산정 등으로 후진적이면서도 불법적인 관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중고차 허위 매물을 올려놓고, 이를 보고 찾아온 구매자를 속인 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중고차를 강매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인터넷에 올린 매물을 보고 찾아온 구매자와 일단 계약을 체결한 뒤, 해당 차량에 급발진 등 하자가 있다며 계약 철회를 유도하는 식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방식도 여전하다.
2021년형 쉐보레 더 뉴 말리부
차량의 문제를 보여준 뒤 소비자들이 계약 철회를 요구하면 약관을 이유로 출고비용 환불뿐 아니라 대출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며 다른 차를 구입하라고 압박한다. 자연스럽게 시세보다는 비싼 가격에 살 것을 강요하는 행태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한 중고차 사기단은 구매자에게는 문신을 보여주며 위압감을 조성하고, 돈이 없다고 하자 8시간 동안 차량에 감금하고 강제로 대출까지 받도록 했다. 60대 구매자는 중고차를 산지 불과 20여일 만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허위 매물뿐 아니다. 중고차 대출 금융사기도 기승을 부린다. 중고차 대출 금융사기 피해는 금융사에 보상을 요구하기가 힘든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입장이다. 소비자들이 알아서 잘 대처하라는 얘기 뿐이다.
THE NEW SM6
렌트카 사업의 수익금이나 중고차 수출의 이익금을 제공하겠다며 명의 대여나 차량 인도를 요구하는 경우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 소비자 명의로 체결된 대출계약의 원리금 상환의무는 소비자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점 때문이다.
중고차 대출로 저리의 대환 대출이나 취업, 현금융통이 가능하다는 광고도 무시해야 한다. 금융사와의 대출계약이나 별도의 이면계약을 체결해 금융사에 거짓 답변을 유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는 수십년간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는 그저 방관만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쌍용차,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이 혼탁한 건 기존 매매업계에만 중고차 매매업을 할 수 있도록 짜여진 폐쇄적인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철옹성(鐵甕城)’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등 중고차 시장 개방을 놓고 여전히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의 눈치만을 보고 있다. 이젠 중고차 시장 개방은 후진적인 중고차 시장 거래 관행에서 벗어나 소비자 관점에서 판단돼야 한다는 게 기자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