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브랜드의 준대형 승용차 K8이 등장했다. K8은 기존의 준대형 승용차 K7의 풀 모델 체인지 개념의 차량으로 나왔지만, 차체 크기를 5미터가 넘게 해서 대형 승용차로 나왔다.
새로운 K8의 차체 크기를 보면 전장이 5,015mm, 전폭 1,875mm, 전고 1,455mm에 휠베이스는 2,895mm로 기존의 K7의 4,995mm, 1,870mm, 1,470mm, 2,855mm 등과 비교하면 길이는 20mm길어지면서 휠베이스는 10mm 길어지고 폭은 5mm 넓어진 반면, 높이는 15mm 낮아지면서 더욱 날렵한 비례와 조금 더 넓은 실내 공간을 가지게 됐다.
물론 10~20mm의 치수 변화는 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차체의 디자인 이미지가 기존의 K7의 아르데코 풍의 크롬 지향적 이미지에서 개벽이라고 할 정도로 바뀌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먼저 어필 된다.
K8
게다가 최근에 현대/기아를 필두로 하는 국산 승용차들의 휠 크기가 20인치를 거의 기본으로 쓰다시피 하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더 이전 세대의 모델과의 차별성이 두드러지는 인상이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현실 세계에서 20인치 크기의 휠은 튜닝한 차량, 그것도 매우 과격한(?) 튜닝 차량들에서나 볼 수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디자이너들의 스케치에서 상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스펙이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게 돼 버렸다.
K8
지금은 경승용차도 15인치 휠을 쓰는데, 놀랍게도 국산 승용차 중에서 15인치 휠을 기본으로 적용했던 최초의 모델이 1999년에 등장했던 에쿠스 리무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5인치 휠이 과거에 티코, 마티즈 등의 경승용차에 쓰였던 12인치 휠 정도로 작아 보인다.
거대한 휠과 크게 강조된 휠 아치 등으로 K8의 차체 측면 이미지는 매우 건장한 인상이다. 게다가 차체 측면에서 앞 휠 아치에서 만들어진 볼륨과 뒤 휠 아치에서 만들어진 볼륨이 서로 교차하면서 차체 중앙을 흐르는 두툼한 근육의 인상이 스포티한 이미지를 더욱 강조해주고 있다.
K8
그리고 도어 아래로 둘러진 크롬 몰드가 뒤쪽으로 가면서 살짝 치켜 올라가 뒷바퀴를 지나 뒤 범퍼와 테일 램프로 연결되는 그래픽은 기존의 직선적 이미지의 웨이스트 라인(waist line)의 관념을 과감히 탈피한 모습이다.
아래쪽의 크롬은 앞 범퍼로 연결돼 앞 범퍼의 마름모 형상의 패턴이 들어간 크롬 가니시와 거대한 장방형 팔각형 라디에이터 그릴로 시선을 이끈다.
K8 (삼각형 가니시와 테일램프가 이채로움)
거대한 그릴은 색채를 과감히 지운 듯이 모노 톤으로 입체감 만을 준 마름모 격자 형상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에 따라 차체 색에 따라 차의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흰색의 차체는 놀라울 정도로 급진적 인상이지만, 실버 같은 메탈릭 컬러는 수많은 디테일을 보여주며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K8 (수평형 인스트루먼트 패널)
이런 감각은 당연히 과감한 시도이고, 이것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의 창의성도 주목할 만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이 디자인을 양산하도록 경영진이 승인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라고 해도 될 듯 하다.
새로이 바뀐 기아 브랜드 심벌이 거대한 모노 톤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결합돼 디지털 기술의 특징을 강조하는 인상이다.
기존의 K7의 그릴-사실 현재의 거의 모든 고급 승용차들의 라디에이터 그릴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이 보여주는 크롬과 블랙 색상으로 구성된 리브와 핀의 구성에 의한 입체감을 살린 방식에서 벗어나 마름모 패턴의 차체 색으로 구성된 구성은 공간 보다는 픽셀의 인상을 준다.
K8 (새로운 로고가 강조된 스티어링 휠)
여기에 아주 작게 더해진 크롬 가니시는 또 다른 픽셀의 인상을 준다. 이런 구성의 그릴과 아울러 후드 면의 크게 이어진 두 개의 굴곡 면은 매우 과감할 뿐 아니라 전위적 인상도 준다.
이렇게 메이커나 브랜드의 디자인이 크게 바뀌는 건 물론 실무 디자이너들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경영진들의 안목이다.
K8 (도어 트림 패널은 재질감이 강조됨)
아무리 창의적 디자인을 했어도 그걸 승인해주는 경영진의 안목이 이발소 그림 수준이라면 양산차의 디자인은 좋아질 수가 없다.
필자가 이발소 그림이란 말을 썼는데, 이건 과거에 이발소에 걸려있곤 하던 그림들 중에는 전원의 풍경을 유화로 그린 것이 있었는데, 사실적인 풍경화처럼 보이는 그림 속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묘사된 그야말로 우스꽝스러운, 창의성은 볼 수 없는 키치(kitsch)적 그림을 말한다.
K8 (공조와 오디오 모드로 바꿀 수 있는 센터페시아 패널)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의 디자인 의사결정을 굳이 비유하자면 저런 식이었다고 해도 거의 틀리지 않았다.
현재 기아의 수석 디자이너 카림 하비브 씨는 닛산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디자인 혁신을 제시하는 디자이너로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의 휘하의 실무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디자인을 적극 독려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K8 (높은 품질감을 보여주는 실내 공간)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 메이커의 경영진들도 그런 창의적 디자인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생겼다는 점이 최근 디자인 변화가 나타난 이유일 것이다. 새로운 K8의 내/외장 디자인은 그런 전반적인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차체 내/외장 디자인 이외의 여러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를 볼 수 있는데, 센터 페시아 콘트롤 패널에서 공조 기기와 오디오의 버튼이 바뀔 수 있도록 된 건 물리적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터치 인터페이스만의 장점이다.
K8 (넓은 레그룸 확보한 뒷좌석 공간)
게다가 아날로그적 새로운 시도도 눈에 띄는데, 앞 좌석 헤드 레스트 뒷면을 옷걸이로 쓸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든 건 물리적 공간과 물체의 새로운 접근이다.
뒷좌석의 레그 룸은 늘어난 휠베이스 만큼이나 널은 절대 공간을 확보했다. 이런 공간 확보 기술은 우리나라 승용차들만의 장점이기도 하다.
새로 등장한 K8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대중 브랜드의 고급승용차의 접근법을 잘 보여준다.
K8 (다양한 기능과 디테일의 메탈 스피커 패널)
새로운 창의적 디자인으로 감성적인 가치를 새롭게 제시하면서 물리적으로 넓은 공간을 확보해 실용적인 관점에서 고급승용차가 제공해주어야 하는 여유와 편안함을 줌과 동시에 신기술의 채용으로 인한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물리적인 재료에서 오는 시각과 촉각의 고급감 등에서도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점 등이 그것이다.
명품 핸드백이나 보석 등과 같은 전통적인 아날로그적인 평품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신기술과 새로운 감각을 보여주는 오늘날의 고급 제품을 보여주는 것이 새로운 K8의 내/외장 디자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