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북부에 위치한 위스콘신주 밀워키시에서는 올해들어 이달 6일까지 약 4개월여간 총 3100건 이상의 차량 도난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같은 차량 절도 사건은 작년 대비 무려 171%가 증가한 수치다.
주목할 점은 지난 4월 30일까지 밀워크시에서는 총 2949건의 차량 절도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중에서 현대차가 973건, 기아차는 947건에 달했다. 전체의 약 2/3 정도가 현대차 또는 기아 브랜드 차량이 도난 당했다는 얘기다.
차량 도둑들은 대부분 불과 10대들이다. 심지어 12살짜리 어린 아이도 현대차나 기아차를 훔쳤다는 것. 이들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창문을 힘들게 열지 않고도 뒷문을 따고 차량 실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도난 차량은 경보장치가 작동되지 않았다는 게 이곳 경찰의 설명이다.
현대차나 기아차를 훔친 10대의 어린 차량 도둑들은 자신들이 훔친 차량을 이용해 또다시 다른 차량을 절도하는 범죄를 저지르는데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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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처럼 차량 도난 사건이 통제불능으로 이어지자, 밀워크시 경찰은 부랴부랴 훔친 차량을 끌고가지는 못하도록 핸들(스티어링 휠)의 잠금장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쨌든 경찰의 임시방편적 해결책인 셈이지만, 밀워키시의 주요 정비소들도 차량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티어링 휠 잠금장치를 선택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는 정도다. 구식 방법으로 차량 도난을 막는 게 현재로서는 최고의 정답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유명 자동차 브랜드들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무선 리모컨키 대신 스마트키를 사용하고 있다. BMW와 롤스로이스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키는 1000억개의 코드 조합으로 암호화돼 있어 복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자동차 오너가 스마트키를 잃어버리거나 도난 당하면 서비스센터에서 기존에 사용해온 스마트키의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재설정할 수도 있다.
롤스로이스는 보닛 상단에 ‘환희의 여신상’을 적용했는데, 이 엠블럼은 백금으로 도금됐다. 소비자 가격이 무려 450만원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롤스로이스는 좀도둑들이 엠블럼을 떼어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시동이 켜지면 엠블럼이 나오고, 충격이 가해지면 보닛 안으로 쏙 들어가게 만들었다.
포드는 시큐리코드 키리스 엔트리 키패드 장치로 차량 도난을 방지한다. 열감지 터치 방식이어서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운전자가 B필러에서 직접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문이 열린다. 인피니티 이모빌라이저는 엔진 시동을 끌 때마다 암호가 새롭게 생성되는 구조여서 복제해봐야 쓸모가 없다.
스포티지 R
현대차와 기아 브랜드가 최근 선보이는 신차에는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통해 차량 도난시 GPS 송수신으로 도난차를 추적한다. 도난차가 정차된 뒤에는 다시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차량이 도난되더라도 결국 도난차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가 이미 미국시장에서 판매한 2011~2015년형 기존 차량들은 이 같은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어린 10대 자동차 도둑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고객들에게는 어쨌든 구식 방법이지만, 미국 경찰이나 정비소 의견대로 핸들 잠금장치를 지원하는 것도 최소한의 고객 서비스다. 이제는 자동차를 만들 때에는 디자인이나 성능뿐 아니라 도난을 방지하는 기술까지도 감안해야만 한다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