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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선 칼럼] ‘긴가민가’ 했던 전기차 시대..되짚어봐야 할 대목은?

Hyundai
2021-09-03 08:39
제네시스 G80 전기차
제네시스, G80 전기차

[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불과 5년여 전만 하더라도 친환경 전기차나 수소차에 대한 미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었다. 주행거리가 짧은 배터리 성능을 비롯해 충전소 설치 등 사회적 인프라가 선결 과제로 떠오른 때문이었다. 자동차 제조사나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전기차 시대라는 것에 대해 ‘긴가민가’ 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요즘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보면, 수시로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를 보는 건 흔한 일이 됐다. 올해들어 지난 7월까지 전기차 등록대수는 약 4만8000대에 달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말까지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적어도 20만대는 훌쩍 넘길 전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1년은 사실상 전기차 시대를 여는 원년으로 표현된다.

전기차는 단순히 화석 대신 전기를 연료로 사용하는 데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배기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 차량이다. 여기에 다양한 신기술이 더해져 사람과 자동차가 서로 교류하는 커넥티드카를 비롯해 차가 스스로 달릴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내연기관차와는 사뭇 다르다. 전기차는 사실상 현실적인 자동차이면서도 미래 모빌리티에 속한다는 걸 동시에 함축한다.

현대차와 기아 브랜드는 현대자동차그룹 최초로 E-GMP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해 ‘아이오닉 5’와 ‘EV6’ 전기차를 내놨다.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는 전기차의 특성을 감안, 차체 바닥은 편평하게 만들고 엔진과 변속기, 연료탱크 등이 차지하던 공간을 없애 실내 공간 활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아이오닉 5
아이오닉 5

모듈화된 부품을 적용하는데다,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500km 거리를 주행할 수 있으며, 800V 충전시스템을 지원해 초고속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18분 이내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약 5분 충전만으로도 100km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정도다.

아이오닉 5는 사전예약만 3만5000대에 달했고, EV6는 단 하루만에 2만1000여대 계약을 넘겼다. 현대차와 기아의 당초 기대치를 크게 웃돈 수치라는 후문이다. 아이오닉 5와 EV6는 지금 계약한다 치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 기다려야만 차를 받을 수 있다. 전기차가 없어서 못판다는 얘기가 나온다. 소비자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라며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만은 친환경차로 채우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주목을 받았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는 디젤차와 가솔린차(경유차) 등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

기아 EV6
기아 EV6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바라 회장 겸 CEO는 배출 제로, 충돌 제로, 혼잡 제로 등 비전을 제시하고 오는 2025년까지 350억달러(한화 약 38조500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의 비중을 전체 판매의 40%로 늘리겠다고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까지 신차를 전기차로 모두 바꾸고, BMW를 비롯해 폭스바겐, 아우디 브랜드 등은신차의 5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는 전기차 비중을 늘리면서도, 내연기관차의 판매 중지를 놓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하진 않은 상태다. 다만, 대표적인 반친화 차량으로 꼽히는 디젤차만큼은 더 이상 개발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쯤되면, 디젤차와 가솔린차 등 내연기관차의 퇴출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산술적으로는 향후 10여년간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소비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만족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A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A

특히 디젤차는 인체에 치명적 암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다 하늘을 뿌옇게 오염시킨다는 점에서 시급히 퇴출되어야 할 대상이다. 중국과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 등에서는 이미 디젤승용차의 등록이 금지된 상태다.

일본도 사실상 디젤승용차는 퇴출된 상태고, 유럽 역시 디젤차 시대가 저물고 있다. 자동차 선진국 중 유일하게 한국시장에서만 디젤차 판매가 호황을 누린다. 제조사들의 개발 비용을 한국 소비자들이 충당해주고 있는 셈이다.

친환경 전기차 아이오닉 5와 EV6 구매자 중 40세 이상의 장년층은 전체 구매자의 82%를 차지했다. 20~30대 젊은층 소비자는 18% 수준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MZ세대가 여전히 디젤차 등 내연기관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젊은 소비자들의 의식 전환도 시급하다.

이처럼 친환경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동차의 미래,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한 기대감도 적잖다. AI를 기반으로 사람과 자동차가 교류하는 커넥티드카를 비롯해 스스로 알아서 달리는 자율주행차 구현을 위한 기술 발전 속도는 하루가 눈부신 정도다.

더 뉴 EQS
더 뉴 EQS

여기에 발맞춰 미래의 자동차는 커넥티드나 자율주행 등으로 인스트루먼트 패널이나 도어, 시트 등의 개념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부품의 경량화를 위한 비금속재, 방풍이나 풍절음, 케이블, 방진 부문에 걸쳐 필수적인 친환경 고무 제품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상상 속의 미래 모빌리티 사회가 현실화 되면서 지난 10년 보다 오히려 최근 1년의 변화가 더 크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시대에 걸맞는 제도와 인프라를, 제조사는 경쟁력 높은 제품을, 소비자들은 친환경차를 선택하는 지혜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