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조재환 기자] 올해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의 전기차(현대차 아이오닉 5, 테슬라 모델3) 대상 ‘차로유지지원장치’ 평가는 공정하지 못했다. 애매한 규정과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자의적인 해석이 이번 평가 논란을 낳은 주된 원인 중 하나다.
KNCAP을 진행한 자동차안전연구원은 현대차 아이오닉 5의 차로유지보조(LFA) 성능을 켠 채 직선 차로유지 성능시험 16회와 곡선 차로유지 성능시험 4회를 진행했다. 그 결과 모두 적합 판정을 내렸고, 해당 분야에서 4점 만점을 내렸다.
하지만 테슬라 모델3는 곡선 차로유지 성능시험 4회 부적합 판정을 받은 후, 16회 직선 차로유지 성능시험 자체를 아예 받지 못했다. 곡선 주로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직선 주로 테스트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자동차안전연구원 판단이었다. 결국 테슬라 모델 3는 차로유지지원장치 점수에서 0점을 부여받았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판단은 정부의 ‘자동차안전도평가시험 등에 관한 규정’ 위반이다.
해당 규정을 살펴보면, 평가 대상인 차량들은 모두 직선 차로유지 성능시험과 곡선 차로유지 성능시험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직선 차로유지 성능시험은 백색 실선 4회, 중앙선 4회, 전용 차선 4회, 백색 점선 4회 등 총 16회 테스트로 구성됐다. 곡선 차로유지 성능시험은 총 4회 테스트로 적합과 부적합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지난해 3월 30일 개정된 ‘자동차안전도평가시험 등에 관한 규정’에는 차로유지 성능시험에 대한 과락 기준이 전혀 없다.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나머지 테스트를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도 없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테슬라 모델3 곡선 차로유지지원장치 테스트 이후, 직선 주로 테스트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판단했고, 이를 테슬라에 알렸다”라며 “테슬라측이 이를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규정에 없는 판단을 내린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았다.
정부가 정의하는 차로유지지원장치는 ‘운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차로를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현대차그룹 을지로 센터원 E-pit 전기차 충전소에 충전중인 아이오닉 5
현대차 아이오닉 5의 경우, 정부가 정의하는 차로유지지원장치에 충족하는 기능은 ‘차로이탈방지보조(LKA)’와 ‘차로유지보조(LFA)’다. LKA는 시속 60km 이상 주행 시 쓸 수 있는데, 차로 중앙 유지보다는 차로 이탈방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작동 없어도 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LFA는 시속 0에서 180km에서 쓸 수 있고 차로 중앙 유지를 도울 수 있다. 초기 ‘차로 이탈방지 능동보조’의 진화형태로 보면 된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차로유지지원장치 기준에 맞는 아이오닉 5와 LKA와 LFA의 성능 테스트를 모두 진행해야 했다. 주행보조 장치에 생소한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하지만 자동차안전연구원은 단순히 아이오닉 5의 LFA 기능만 작동시키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시속 65km 이상 주행해야 하는 20회 차로유지 성능 테스트에서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LKA만 작동했을 때 나온 결과는 아예 없다.
테슬라 모델 3는 아이오닉 5 LFA와 유사한 ‘오토스티어’ 기능이 있다. 오토스티어 기능은 트래픽 어웨어 크루즈 컨트롤(현대차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유사)이 반드시 작동돼야 쓸 수 있는 조건이 있다. 오토스티어와 트래픽 어웨어 크루즈 컨트롤이 합쳐진 형태가 바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주행 기술이다.
만약에 트래픽 어웨어 크루즈 컨트롤이 꺼졌다면, 시속 60km 이상 주행 시 쓸 수 있는 ‘차선 이탈 회피’ 기능이 작동된다. 이 기능은 오토스티어보다 차로 중앙 유지 능력은 떨어진다. 해당 기능은 운전자가 2회 이상 차로 이탈을 감지하면 요란한 경고음을 울려주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모델3를 테스트할 때 오토스티어 자체를 끄고 차선 이탈 회피 장치만 활성화시켰고, 결국 곡선 주로 4회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차를 판매하려면 국내 안전 규정 충족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대차 아이오닉 5의 주행보조는 경우, 국내 규정에 맞는 경고 시스템을 갖췄고 심지어 곡선이 많은 국내 도로 사정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다.
국산차나 수입차 중 누가 가장 안전한 주행보조 장치를 갖췄는지 판단하기 위한 가장 최우선의 조건은 정밀한 테스트다. 차로유지지원장치의 경우, 최근 기술 수준과 운전자 주행 습관 등이 반영된 테스트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 기술은 발전하는데, 규정이 교과서처럼 그대로 남아있을 수 없다.
테슬라 모델 3 vs 현대 아이오닉 5
아직까지 KNCAP은 테슬라 모델3와 현대차 아이오닉 5의 차로유지지원장치 테스트 결과를 영상으로 소개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보다 정밀한 테스트를 진행해 관련 자료를 유튜브 등으로 올리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국토부 스스로 진행하지 못했다.
이번 문제 제기는 특정 수입차 브랜드를 옹호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 국민들은 보다 쉽고 합리적인 결과를 원한다. 그 염원을 정부가 청취하고 반영했으면 좋겠다. 추후 공개될 기아 EV6와 벤츠 EQA KNCAP 결과는 지금보다 더 정확하게 측정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