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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얌전한 패밀리 세단의 반란..렉서스 ES300h

Lexus
2021-10-09 08:35
렉서스 ES300h F 스포츠
렉서스 ES300h F 스포츠

[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넉넉한 실내공간, 포근한 승차감, 뛰어난 연비, 잔고장 없는 신뢰성. 렉서스 ES를 대표하는 수식어다. 그리고 3년 만에 부분변경을 거친 ES에는 ‘운전재미’ 항목이 추가됐다. 얌전하던 패밀리 세단에 머물던 ES의 반란이다. 단종된 GS를 떠올리는 주행성능은 아빠들의 마음을 훔쳐올 수 있을까.

렉서스 1세대 ES
렉서스 1세대 ES

1989년. 토요타가 프리미엄 시장을 진출을 외치며 렉서스를 출범하고 탄생한 1세대 ES의 시작이다. 당시 잘나가던 중형세단 캠리에 고급 내장재를 두르고 각종 편의기능을 듬뿍 담아 등장했다.

LS 하나만으로 부족했던 단촐한 라인업을 채우기 위한 모델이었지만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는 단숨에 독일산 경쟁 차종을 제치고 당당히 판매량 상위권에 진입하는 등 렉서스의 간판 모델로 떠오르며 성공신화를 쓰기 시작한다.

렉서스 4세대 ES
렉서스 4세대 ES

국내판매는 2001년 등장한 4세대가 첫 시발점이다. 수입차가 익숙하지 않던 시절 앞바퀴 굴림의 ES는 단숨에 ‘강남 쏘나타’로 등극하며 렉서스 알리기에 앞장섰다. V6 엔진이 주는 넉넉함과 도심 주행에서 빛난 편안한 승차감은 국내 소비자들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현재의 하이브리드 세단 타이틀은 6세대부터 시작됐다. 세대를 거듭할 수록 커진 덩치는 더 이상 캠리의 플랫폼으로 감당하기 힘들었다. 렉서스의 선택은 당시 플래그십 세단 아발론을 활용하는 것.

렉서스 6세대 ES
렉서스 6세대 ES

체급이 높아진 플랫폼의 장점은 뚜렷했다. 승차감은 한결 너그러워졌으며, 주행성능도 이전과 달리 편안함만 좇지 않았다. 이후 2018년 등장한 7세대는 저중심 설계, 최적의 무게 배분을 마친 GA-K 플랫폼으로 독일산 세단을 정조준했다.

렉서스의 선택은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7세대 ES 출시와 함께 터진 악재에도 상승세를 꺾진 못했다. 뚜렷한 경쟁상대가 없던 탓에 하이브리드 부분 1위 자리를 놓치기는 커녕 지금까지도 월 판매량 600대 이상의 꾸준함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8월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4429대.

렉서스 ES300h F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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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300h F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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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3년 만에 새롭게 공개된 부분변경 ES도 기존 장점을 유지하되 많은 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변화를 거쳤다. 이번 부분변경의 핵심은 주행성능을 강화한 F-스포츠(Sport) 트림이다.

길이 4975㎜, 너비 1865㎜, 높이 1445㎜, 휠베이스 2870㎜의 ES의 전면부를 가득 채운 스핀들 그릴은 더욱 존재감이 더욱 또렷해졌다.

수많은 매쉬 패턴은 기존 안개등 위치까지 침범해 통일성을 높였다. 스포츠 트림 답게 그릴을 감싸는 금속 장식도 번쩍이는 광을 죽이고 은은한 구릿빛 코팅이 입혀졌다.

눈매도 한층 표독스러워졌다. 주간주행등과 하나로 합쳐진 하우징 속에는 좌우 각각 3개씩 박힌 직사각형의 LED 램프가 마주오는 차량을 인식해 필요한 곳에만 정확히 빛을 쏘는 세심함도 보여준다.

렉서스 ES300h F 스포츠
렉서스 ES300h F 스포츠

측면의 F-스포츠 배지와 함께 휠, 타이어도 235/40 19인치로 크기를 키웠다. 편안함을 위해 18인치에서 타협하던 과거와 달리 자신들의 장기를 포기하면서까지 띄운 승부수다.

실내에서도 렉서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부분변경을 통해 12.3인치로 크기를 키운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사로잡지만 이내 동급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마감품질에 눈길이 머무는 건 어쩔 수 없다.

렉서스 ES300h F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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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닿는 대부분의 위치에는 모두 질 좋은 가죽과 금속 소재가 아낌없이 사용됐다.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시트, 도어 패널, 암레스트, 변속 레버까지 모두 허투루 만든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디스플레이 아래로 위치한 물리 버튼도 반가운 부분이다. 커다란 디스플레이 한장으로 해결하는 요즘 분위기와 동떨어지지만 쓰임새만큼은 이쪽이 한수 위다.

렉서스 ES300h F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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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공간도 패밀리 세단으로는 부족함 없다. 성인 4명은 거뜬히 받아내는 넓은 공간은 과거부터 ES의 자랑거리. 트렁크 공간도 전륜구동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높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아쉬움이 없다.

ES 300h F-스포츠에는 기존과 동일한 2.5ℓ 가솔린 엔진(D-4S)과 전기모터가 손발을 맞춘다. 변속기는 e-CVT로 시스템 출력 218마력, 최대토크 22.5㎏f·m의 힘을 앞바퀴로 전달한다.

렉서스 ES300h F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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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과 함께 스포츠 세단을 외치는 ES의 자신감이 허풍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여느 브랜드가 그렇듯 외모에 바짝 힘을 준 스포츠 패키지는 기존과 다를 바 없는 주행성능을 감추는 화장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ES 300h F-스포츠는 자신들의 장기인 승차감과 연비를 조금 손해본 만큼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운전자에게 정확히 전달한다. 손가락 하나만으로 휙휙 돌아가는 가벼운 스티어링 휠과 노면의 정보를 말끔히 지우는 낭창함은 더 이상 ES F-스포츠에서 찾아볼 수 없다.

렉서스 ES300h F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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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운전대로 전달되는 명확한 피드백과 불쾌한 감각만 덜어낸 노면 충격이 시트위로 전달 될 뿐이다. 기존의 렉서스 승차감을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분명 단단해진 승차감이다.

비결은 주행모드에 따라 댐핑 값을 650단계로 조절하는 가변 제어 서스펜션과 퍼포먼스 댐퍼.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재료는 기존과 같지만 조리법을 바꾼 렉서스 엔지니어들은 얌전한 ES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렉서스 ES300h F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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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덕분에 얻은 고속에서의 안정감과 점점 부드러운 승차감을 앞세우는 독일산 세단들에 등 돌린 소비자에게는 적절한 대안으로 떠오르기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218마력의 평범한 엔진출력은 일상 주행에서 부족함을 느끼기 어렵다. 다만 순간적인 가속이 필요할 때나 오른발에 힘을 끝까지 주는 상황에서는 무단 변속기의 아쉬움이 짙어진다.

ES의 또 다른 장기인 정숙성과 연비도 여전하다. 이중 차음유리로 꼼꼼히 틀어막은 풍절음과 스포츠 모드에서 회전수를 끌어올리는 주행에도 평균연비는 20㎞/ℓ 이하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렉서스 ES300h F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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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부분변경을 치른 ES. 화려한 화장보단 내실강화에 치우친 변화의 자신감은 결코 허풍이 아니었다. 특히 부분변경을 통해 국내에 첫선을 보인 F-스포츠는 기존 고정관념을 깨트릴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동급 수입 중형 세단 가운데 유일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때문에 연비와 승차감에만 이목이 쏠렸던 과거와 거리두기가 명확하다. 다만, 기존 렉서스에 기대하는 승차감과 보다 높은 연비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F-스포츠가 아닌 일반 트림을 선택해야 만족도가 높아진다.

2000년대 초반 강남 쏘나타로 불리며 수입차 시장을 휩쓴 ES의 상품성은 2021년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동급 프리미엄 세단 보다 두 배 높은 연비와 국산차 부럽지 않은 안전 및 편의기능도 수입차라는 이유로 더 이상 양보하지 않아도 된다. 7세대까지 이어진 ES의 진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