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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볼보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XC90 T8

Volvo
2021-10-16 08:42
볼보 XC90 T8
볼보 XC90 T8

[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데뷔 7년차. 한 세대를 마무리하는 말년에 접어든 시간이다. 볼보 SUV 맏형 XC90에게 남은 시간은 올해가 마지막. 내년에는 덩치를 키운 신형 XC90이 등장할 차례다. 이쯤되면 경쟁력이 떨어져야 할 시기.

그러나 XC90의 시간은 여전히 건재하다. 데뷔 초기 자리만 지키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이제서야 빛을 보기 시작했고 탄탄한 주행실력에 외면받던 포근한 승차감은 최근 트렌드와 맞물려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볼보 XC90 T8
볼보 XC90 T8

2015년 볼보가 세상을 놀래키기 시작했다. 지루하기 짝이 없던 그래서 존재감이 옅었던 분위기를 한 대의 신차로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14년간 변치 않고 자리를 지켜온 1세대 XC90이 세대교체를 단행한 순간이었다.

지금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토르의 망치’가 처음으로 선보여진 시기로 디자인부터 플랫폼, 심장까지 모조리 바뀐 달라진 볼보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이후 S90, S60, XC60, XC40으로 이어진 볼보의 새 전략은 단숨에 세계 시장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성장을 견인했다.

볼보 XC90 T8
볼보 XC90 T8

이제는 국내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위용이 달라졌다. S90과 함께 볼보의 꼭짓점에 위치한 XC90은 2019년 부분변경을 거치며 표정을 조금씩 다듬었다.

호감형 외모를 건드릴 필요가 없던 탓에 그릴에 입체감을 더하고 범퍼를 비롯한 차체 곳곳에 크롬장식을 더하는 것으로 변화를 마무리했다.

길이 4950㎜, 너비 1960㎜, 높이 1770㎜, 휠베이스 2984㎜로 한 덩치 하는 XC90은 대형 SUV에 속하면서 큰 차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도 알맞다. 1세대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세로형 테일램프는 주간주행등과 함께 볼보를 상징하는 또 다른 심벌이다.

볼보 XC90 T8
볼보 XC90 T8

볼보 XC90 T8
볼보 XC90 T8

눈에 익을대로 익은 실내는 여전히 지루하지 않다. 7년의 시간 동안 크리스털 변속기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변화도 없다. 그러나 따뜻한 색감의 원목 장식, 포근하게 몸을 감싸는 나파가죽 시트, 빈틈 없이 마감된 내장재들을 2021년에도 꼬투리를 잡기 힘들다.

7인승 SUV 답게 2열까지 공간은 어느 누가 앉아도 부족함이 없다. 3열은 볼보 설명대로 키 170㎝ 이하 작은 성인이나 어린아이가 앉는 공간이다. 이마저도 앞, 뒤 120㎜ 슬라이딩이 가능한 2열 승객의 배려가 있어야만 옹졸하지 않은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볼보 XC90 T8
볼보 XC90 T8

볼보 XC90 T8
볼보 XC90 T8

XC90이 오랜 시간 변치 않는 가치를 유지하는 데는 티내지 않은 꾸준한 업데이트가 비결이다. 볼보는 XC90을 내놓으며 수많은 엔진 라인업을 디젤과 가솔린 단 두 가지 라인업으로 정리했다. 배기량도 2ℓ, 엔진 블록도 연료 상관없이 하나로 통일했다.

여기에 부족한 출력을 슈퍼차저, 터보차저, 전기모터를 붙여 해결하는 방식을 통해 비용을 대폭 줄였다. 지난해에는 전동화 시작의 첫 걸음으로 디젤 엔진마저 삭제했다.

볼보 XC90 T8
볼보 XC90 T8

이제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두 가지만 판매한다. 시승차는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단 T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318마력의 가솔린 엔진과 87마력의 전기모터가 힘을 합쳐 합산 출력 405마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8개의 기어로 쪼개진 자동변속기와 전자식 4바퀴 굴림방식이다.

약 3시간 30분의 충전으로 가득찬 배터리가 가리키는 주행가는 거리는 30㎞. 몸무게만 2353㎏에 달하는 육중한 덩치지만 전기모터 덕분에 한 체급 아래 몸놀림을 보여준다. 엔진이 앞바퀴, 전기모터가 뒷바퀴를 담당하는 구동계는 바통을 터치하는 순간에도 이질감이 없다.

볼보 XC90 T8
볼보 XC90 T8

배터리가 바닥을 보여 이른 시간에 엔진이 개입하는 시점에도 나즈막히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음 외 진동과 울컥거림도 찾아볼 수 없다. B6 보다 웃돈을 주고 구입해야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장점은 뚜렷하다.

1, 2열 모두 2중 차음 유리와 흡차음재로 꼼꼼히 틀어막은 정숙성과 전기모터의 궁합은 플래그십 세단 부럽지 않은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보상한다. 여기에 라인업 가운데 유일한 에어 서스펜션이 지지하는 풍요로운 움직임은 여느 대형 SUV 부럽지 않다.

볼보 XC90 T8
볼보 XC90 T8

잘 달리는 SUV 틈바구니 속 XC90이 정한 타겟이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얌전할 것만 같은 나긋함 속 숨겨진 순발력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만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다. 오른발 조작에 따라 한 템포 쉬고 쏟아내는 405마력 출력은 2.4톤에 육박하는 몸무게를 비웃듯 속도계를 거침없이 밀어부친다.

큰 덩치를 옥죄는 브레이크 시스템도 하이브리드가 가진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일정하게 이어지는 답력도 차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포인트. 단, 고속에서 빠르게 속도를 줄일 때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저속에서의 변속 충격은 1억원이 넘는 몸값에 어울리지 않는 옥의 티다.

볼보 XC90 T8
볼보 XC90 T8

1228대. XC90이 올해 1~9월까지 판매한 기록이다. 이중 588대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절반에 가까운 소비자가 1억원이 넘는 웃돈을 주고 T8 트림을 선택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을 장악한 독일 SUV 틈새 속 XC90의 가치가 녹슬지 않았다는 증거다. 7년이란 시간 동안 유행을 좇는 대신 준비한 계획들로 한 세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선 XC90의 시간은 전동화 시대를 맞아 거꾸로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