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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투싼·스포티지 대신 이 차는 어때?..혼다 CR-V 하이브리드

Toyota
2021-10-29 17:38
혼다 뉴 CRV
혼다 뉴 CR-V

[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최근 국산차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수입차 대비 합리적인 가격에 고장 나도 수리비가 저렴하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린지 오래. 전동화 시대를 이유로 하이브리드 신차가 늘어나지만 내 지갑 사정 모르는 제조사는 웃돈만 요구한다. 국산 콤팩트 SUV 마저 4000만원을 넘어서는 지금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한 순간이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요즘 국산차 업계에서 가장 핫한 콤팩트 SUV다. 4명의 가족이 함께 움직이기 부족함 없는 공간, 다운사이징 터보에 물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연비 마저 훌륭하다. 어디 내놔도 존재감 넘치는 생김새는 콧대 높은 독일차 마저 밋밋하게 만들 정도.

그런데 가격표를 보니 선뜻 구매 결정이 망설여진다. 인기 트림에 이것저것 옵션을 더하니 예산초과. 대안을 찾아 기웃거리니 합리적인 가격에 하이브리드 SUV가 눈에 들어온다. 시내 주행이 많은 탓에 디젤 일색인 독일차는 애초 부터 제외. 올해 초 국내 땅을 밟은 혼다의 베스트셀러 CR-V 하이브리드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1995년 1세대 등장 이후 5세대까지 세대 교체를 치른 CR-V는 북미 콤팩트 SUV 순위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 SUV다. 도심형 SUV를 겨냥해 탄생한 만큼 세단에 버금가는 편안한 승차감과 넉넉한 실내공간, 뛰어난 내구성 등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입증된 상태.

2019년 부분변경을 거쳐 한결 단정해진 CR-V 하이브리드의 외모는 국산차와 분명 다른 노선이다. 튀기 위해 선 굵은 캐릭터 라인을 이리 저리 그어놓은 모습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길이 4630㎜, 너비 1855㎜, 높이 1690㎜, 휠베이스 2660㎜의 크기는 투싼과 같고 스포티지 보다 30㎜ 짧다. 대신 높이가 30㎜ 높다. 덕분에 SUV 다운 넉넉한 실내공간과 꼿꼿한 자세를 연출할 수 있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두 가지 파워트레인을 얹는 CR-V는 겉에서 드러나는 차이가 크지 않다. 그릴 중앙에 붙은 엠블럼 테두리의 푸른 장식과 펜더, 트렁크에 붙은 하이브리드 배지 정도가 전부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연비를 1순위로 생각하는 하이브리드지만 4바퀴에는 가솔린 보다 큰 19인치 휠이 신겨진다. 모양도 바람을 꽁꽁 틀어막아 멋없는 디자인도 아니다. 승차감과 연비에서 손해볼 수 밖에 없는 큰 휠을 채택한 혼다의 자신감이 궁금해진다.

인테리어는 이 차의 뿌리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예다. 첨단 장비에 거부감이 없는 국내와 달리 북미 소비자들은 쓰임새 좋고 오랜 시간 검증받은 확실한 선택지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터치 패널 한장으로 모든 조작을 해야하는 최신 스타일 대신 큼지막한 물리버튼을 좋아하는 이유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CR-V의 인테리어도 보는 맛은 없지만 쓰는 맛은 한수 위다. 2박 3일의 시승 기간 동안 기능을 찾아 손가락이 헤메는 일이 없었다. 손을 뻗으면 닿는 위치에 공조 스위치가 있고 버튼식으로 마련된 전자식 기어 변속기도 딸깍 하는 힘을 주어야 비로소 작동한다.

적당한 쿠션감을 가진 부드러운 가죽 시트와 말랑말랑한 재질의 도어 트림, 손에 잡히는 가죽 스티어링 휠도 수준급. 한여름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통풍시트를 제외하면 편의장비도 국산차와 동등한 수준이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그러나 7인치에 머물고 있는 디스플레이는 아쉬움을 넘어 2021년 신차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 여기에 낮은 해상도와 속터지는 터치 반응은 주행 중 조작이 불가능할 정도다. 손이 크지 않은 편이라 평소 작은 스마트폰 사용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CR-V 디스플레이는 한번에 제 기능을 작동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다행히 디스플레이에서 까먹은 점수는 넉넉한 2열이 보상한다. 90도에 가깝게 활짝 열리는 도어는 타고 내리기는 물론 폴딩 후 부피가 큰 짐을 옮길 때도 유용했다.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의 여유로움은 패밀리 SUV로서 흠잡을 곳 없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특히 하이브리드 선택 시 2열 폴딩이 어려운 국산 SUV와 달리 트렁크 바닥에 배터리가 깔려 있어 원터치 폴딩이 가능하다. 튀어나온 곳 없이 평평한 바닥을 만들 수 있는 탓에 차박과 길이가 긴 짐도 넉넉히 실을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497ℓ, 2열 폴딩 시 최대 1697ℓ 까지 늘어난다.

CR-V 하이브리드 보닛 속에는 2ℓ 가솔린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가 숨어있다. 145마력의 엣킨슨 사이클과 184마력의 전기모터는 수시로 서로의 역할을 바꿔가며 차체를 이끈다. 보통의 하이브리드 엔진은 내연기관이 차량의 구동을 담당한다. 전기모터와 낮은 용량의 배터리는 보조 개념이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때문에 출발 직후 엔진이 깨어나는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혼다의 i-MMD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모터의 출력이 엔진보다 강해 전기모터의 작동시간이 훨씬 길다. 가속페달을 다그치는 상황이 아니라면 규정 속도 내에서는 엔진을 깨울 일 없이 전기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달릴 수 있다.

물론 저장된 배터리가 닳게 되면 엔진은 깨어난다. 이 때에도 엔진은 바퀴에 직접 구동력을 전달하는 대신 배터리를 채우는 ‘발전기’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게 되면 엔진이 직접 바퀴로 구동력을 전달한다. 이때 합산 출력은 215마력. CR-V가 가진 최대 힘을 낼 수 있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다만, 215마력의 숫자가 몸으로 체감되진 않는다. 전기모터 역시 가솔린 3ℓ 자연흡기 엔진 수준의 32.1㎏f·m의 힘을 내지만 속도계 상승은 예상외로 더딘 편이다.

패밀리 SUV의 구매 요소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편안한 승차감은 대중 브랜드의 여느 SUV와 견주어도 부족함 없다. 19인치 큰 휠 장착에도 울퉁불퉁 노면에서 올라오는 신경질적인 반응도 기분 좋게 삼켜낸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뾰족 솟은 방지턱 넘는 실력도 수준급. 불필요한 동작 없이 충격을 처리한다. 스프링과 댐퍼가 낭창거림과 딱딱함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 타는 듯한 느낌이다. 잘 만든 서스펜션은 속도를 높여 달리는 고속주행에서도 빛을 발한다. 규정속도 내에서는 물론 이보다 높은 속도에서도 불안함 최대한 억제한다.

하이브리드 SUV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 연비도 기대 이상이다. 매일 아침 출, 퇴근길을 강변북로와 내부순환로를 통해 엉금엉금 왕복하고 있다. 국산 1600㏄ 준중형 세단이 표시하는 누적 연비는 약 10㎞/ℓ. 같은 조건에서 CR-V 하이브리드는 17㎞/ℓ 이상을 바라본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CR-V는 장, 단점이 뚜렷한 패밀리 SUV다. 첨단 장비로 내, 외관을 가득 채운 국산 SUV에는 명함도 못내밀 구닥다리 장치가 가득하다. 또 다시 언급할 수 밖에 없는 속터지는 반응의 디스플레이와 기름기 쏙 뺀 생김새, 투박한 인테리어 등은 새차를 구입해도 오랜 시간 함께한 동반자와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면 1995년 1세대부터 도심형 SUV 시장에서 잔뼈 굵은 세월을 보낸 기본기는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는다. 큼지막한 버튼들과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십년이 지나도 고장없이 그대로일 것 같은 믿음은 CR-V 하이브리드가 지내온 세월이 증명한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북미에서, 그것도 내로라 하는 제조사들이 발을 들여논 콤팩트 SUV 시장에서 연간 30만대 이상 꾸준히 팔리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화려함 대신 우직한 새로운 구성원을 찾는다면 CR-V 하이브리드는 후회없는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