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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문 칼럼] 토요타 전기차는 성공할 수 있을까?

Toyota
2021-11-01 14:52
토요타 bZ4X 전기차
토요타 bZ4X 전기차

[데일리카 안효문 기자] 토요타가 드디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 프리우스를 시장에 내놓은 지 24년만이다. 토요타는 1990년대 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전동화(electrification) 바람을 불러오는 데 성공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기차 분야에서는 경쟁사 대비 행보가 드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테슬라의 성공 이후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전기차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GM이 전기차 분야에서만큼은 테슬라에 뒤진다는 점을 인정하고 ‘타도 테슬라’를 목표로 부르짖는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에서는 올해 혹은 내년을 전기차 보급 원년으로 본다. 경쟁력 있는 신형 전기차들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어서다.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전기차 상품성도 상향 평준화됐다.

프리우스C 크로스오버
프리우스C 크로스오버

토요타가 이번에 공개한 전기차 bz4X의 경쟁력은 어떨까? 회사에 따르면 bz4X는 71.4㎾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 최장 500㎞(후륜 기준)까지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전기모터의 최고출력은 150~160㎾, 0→100㎞/h 가속시간 7.7초(사륜 기준) 등 성능도 준수하다.

여기에 주차 중 일부 충전이 가능한 태양광 패널, 개선된 음성인식 기능, 무선 업데이트 OTA, 최신 ADAS 기능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 디지털키, 요트 조종간을 연상케 하는 스티어링 휠 ‘원-모션 그립’ 등 최신 사양을 대거 탑재한 점도 눈에 띈다.

토요타 bZ4X 전기차
토요타 bZ4X 전기차

2022년 2분기 출시를 예고한 토요타의 전기차를 두고 일각에선 ‘특별할 것이 없다’는 박한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주행거리나 편의·안전기능 측면에서 기존의 판을 뒤집을 만한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토요타의 진가는 ‘평범함 속의 특별함’이다. 미국 시장을 평정한 중형 세단 캠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경쟁이 치열한 세단 시장에서 캠리가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두드러진 성능이나 디자인 때문이 아니었다. 합리적인 가격과 균형 잡힌 상품성,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내구품질이 롱런의 비결이었다. 장인정신에 비견되는 토요타의 품질관리가 전기차에서도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토요타 bZ4X 전기차
토요타 bZ4X 전기차

차세대 배터리로 각광 받는 전고체 배터리 역시 토요타가 준비 중인 비장의 한 수다. 토요타는 지난 9월 일본에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시험용차로 정식 번호판을 받았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토요타는 현재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보유 중일 정도로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간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만든 제품이다. 전해액과 분리막이 없는 구조여서 에너지 밀도가 더 높은 물질을 넣을 수 있으면서도 충격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주행거리는 길고 화재위험은 낮출 수 있는 솔루션이 전고체 배터리다.

양산 품질 관리나 미래 기술력에서 토요타의 전기차 경쟁력은 절대 평가절하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다만, 하이브리드에서 거둔 성공을 토요타가 과감히 포기할 수 있을지가 성공의 관건이다. 기업이 수익창출을 위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동시에 생산·판매하는 기간이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의 존속을 염두에 둔 전기차 전략은 한계가 있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토요타 bZ4X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토요타 bZ4X

‘테슬라 쇼크’ 이전 완성차 업체들은 주행거리 100㎞ 전후의 전기차를 시장에 내놨다. 자동차 회사들은 비싼 배터리 가격과 설익은 양산기술 등 현실적인 문제를 이유로 제시했지만, 속내는 내연기관차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우리 아니면 제대로 된 탈 것을 만들지 못한다'란 자동차 제조사들의 오만함도 판단을 흐리게 했다.

테슬라 전기차가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탈 수 없는 차’라며 혹평하기도 했지만, 불과 몇 년 만에 기존 플레이어들이 테슬라의 뒤를 쫓는 상황에 처했다. 토요타가 진정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하길 원한다면 지금 손에 쥐고 있는 하이브리드라는 카드를 과감히 버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전기차 시장은 녹록지 않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역시 내연기관을 품은 만큼 시장에 허용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