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조재환 기자] 현대차그룹이 운영하는 초급속 충전소 E-pit은 수개월째 어댑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어댑터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사용 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어댑터를 사용할 경우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 측이 밝힌 사용불가 이유다.
이같은 E-pit 측 운영 방침은 일부 테슬라 오너들의 반발을 샀다. 이제 테슬라 오너들도 DC콤보 충전이 가능해진 만큼, DC콤보 전용 충전소인 E-pit 사용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공통 의견이다. 테슬라 슈퍼차저 충전소는 E-pit과 달리 고속도로 휴게소 내에 없기 때문에, 테슬라 오너들도 접근성이 좋은 E-pit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테슬라 오너들이 냉정하게 살펴봐야 할 점이 있다. 바로 E-pit의 충전 요금이다.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E-pit을 사용하면 비싼 충전 요금을 접할 수 있다.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은 접근이다.
E-pit 초급속 충전 요금은 ㎾h당 기준으로 프라임 회원 299원(급속 265원), 일반 회원 460원(급속 370원), 비회원 500원(급속 450원)이다. E-pit의 초급속 충전 속도는 현재 기준으로 최대 260㎾며, 급속 최대 충전 속도는 100㎾다.
테슬라 오너들은 E-pit 프라임 회원 가입을 진행할 수 없다. 프라임 회원은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이 운영하는 브랜드 전기차 고객이 가입할 수 있다. 결국 테슬라 오너들은 비회원 또는 일반 회원 충전 단가가 적용된다. 일반 회원으로 가입된 테슬라 오너가 E-pit을 쓰면, 상대적으로 슈퍼차저보다 더 비싼 요금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꾸준한 E-pit의 어댑터 사용 금지 방안도 테슬라 오너들이 생각해야 한다. E-pit 측은 지난 4월 공지사항을 통해 “안정성 및 호환성을 검증하지 않은 어댑터의 사용은 이용자와 차량, 충전기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어댑터를 이용한 충전이 안전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어댑터의 상태가 잘 관리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댑터는 대량 생산되는 개인 휴대품으로써 제조 및 개별 관리 상태가 균일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테슬라, 슈퍼차저 네트워크
테슬라는 지난달 말 북미 시장이 아닌 우리나라에 DC콤보 어댑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테슬라 차량 등록대수와 충전 수요 등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이 된다.
테슬라는 DC콤보 어댑터 판매 시작때 자체 쇼핑 페이지에 어댑터 사용 금지 문구를 새겼다.
테슬라는 “현재 국내 보급된 정격 출력 300A 이하의 공공 급속 충전기만에서 사용 가능하며, 최근 보급되고 있는 정격 출력 300A (최대 출력이 300㎾를 초과하는 초급속 충전기) 이상 급속 충전기의 경우, 해당 급속 충전기 사용을 위한 테스트와 충전기 운영사업자와의 협의 등 추가적인 진행이 필요한 부분으로 인하여 현재 300A 초과 공공 급속 충전기에서는 사용이 불가한 점을 반드시 인지하시기 바란다”라고 안내했다.
E-pit 공지사항과 테슬라 안내사항 등을 종합해보면, 테슬라 오너들에게 E-pit 자체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내 테슬라 슈퍼차저가 없어 충전이 불편하다는 의견은 끊임없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직접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100㎾ 출력이 넘는 공공 급속 충전기 수를 늘리고 있다. 이미 일부 고속도로 휴게소는 E-pit보다 충전기 수가 많은 공공 충전기가 생겼다.
환경부 급속 충전기의 경우 50㎾ 출력 충전기는 ㎾h당 292.9원, 100㎾ 이상 출력 충전기는 ㎾h당 309.1원이다. 이 가격은 테슬라 120㎾ V2 충전기보다 비싸지만, 현대차 E-pit 일반회원과 비회원 단가보다 저렴하다.
테슬라는 현재 네덜란드 지역 중심으로 타사 전기차에 슈퍼차저를 개방하고 있다. 전기차 사회 전환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일부 슈퍼차저에는 전용 케이블 외에 CCS 콤보 호환이 가능한 케이블이 부착되기도 했다. 이번 슈퍼차저 외부 개방도 CCS 콤보 케이블이 장착된 곳 위주로 우선 진행됐다.
현대차그룹 송도 E-pit 충전소
충전 요금은 어떨까? 오히려 테슬라 차량 충전 가격이 싸고, 타사 전기차 오너들의 충전 가격은 더 비싸다. 테슬라 소프트웨어 전문 분석 트위터 계정인 ‘Not a Tesla App’에 따르면, 네덜란드 내 테슬라 차량의 슈퍼차저 충전 가격은 1㎾h 당 0.24유로(약 327원)이며, 다른 브랜드 전기차가 충전하면 두 배 비싼 1㎾h 당 0.57유로(약 777원)을 지불해야 한다.
테슬라는 아직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에 슈퍼차저를 구축하지 않았지만, 현재 전국에 슈퍼차저 충전소 수는 56개다. E-pit 충전소 수는 현재 15개에 불과하다. E-pit 충전소 수가 테슬라를 압도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