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과 관련된 걱정이나 불편은 여전히 전기차의 큰 숙제로 남아있는 부분이다. 이 쟁점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충전을 장소가 충분한가, 다른 하나는 충전 속도가 불편하지 않은가로 볼 수 있다.
충전할 정소를 논하려면 먼저 기존의 주유소와 LPG 충전소의 수를 전기차 충전소의 수와 함께 비교해봐야 한다.
현재 휘발유나 디젤차를 타는 사람들은 주유소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힘들다. LPG 충전소는 그에 비해 훨씬 적지만, 그럭저럭 이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전기차 충전소의 수는 매우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수년간 환경부에서 적극적으로 충전기 설치를 지원한 결과, 공용 충전소의 수만 놓고 보면 2021년 들어 이미 내연기관용 주유/충전 장소의 2배 수준이다.
아이오닉 5
특히 이동 중 빠르게 충전할 때 필요한 급속 충전소의 수는 주유소 수에 근접해가고 있는 정도다. 그럼에도 부족한 측면은 남아있다.
전국에 설치된 완속 충전기의 수는 6만2349대로 한 충전소에 3.0대 꼴이며, 급속 충전기는 1만3046대가 있어 충전소당 1.5대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완속 충전기는 한 번 충전하는데 몇시간이나 걸리고 급속 충전기도 30분~1시간 정도는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주유소보다 점유시간이 긴 점을 생각하면 장소당 제공되는 충전기 수는 아직은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관리가 제때 되지 않아 고장이 나면 충전소 한 군데가 송두리째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기아, EV6
그래서 실제로 전기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있는 충전소가 잘 관리되고, 설비가 확충되거나 충전기의 속도가 상향되기를 바라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 충전소에 도착하면 제때 꽂고 빨리 충전한 뒤 갈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만약 전기차를 새로 구매하려고 한다면, 거주지나 근무지의 충전 환경을 미리 잘 따져보는 것이 낫다. 충분한 여건을 갖추는 것이 편안한 전기차 생활의 지름길이므로 충전기 설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보거나 공용 충전소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권장한다.
충전 속도의 사정은 자동차와 충전소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자동차 쪽은 배터리가 관건인데, 급속도로 충전이나 방전하면 내부에 스트레스와 변형이 발생하기 쉬워져 수명이 짧아진다.
볼트 EUV, 볼트 EV
그래서 아무리 충전기가 빨라도 차량은 설계된 수준의 충전 속돆지만 받아들이며, 아직 주유소에서 연료를 채우는 것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충전 속도를 단축한 차량이 차츰 소개되고 있다.
충전소 쪽은 전기를 전력망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 정도를 늘리기가 쉽지 않고, 높은 전력을 내보낼 수 있는 설비일수록 비싸고 복잡해지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최근 설치되는 충전기 중 가장 빠른 것이 250~300kW급인데, 이것은 주택 100세대 또는 17층에 6열인 아파트 한 동에서 모두가 동시에 최고 수준으로 쓸 전기를 차 한 대에 쏟아붓는 것과 같다. 원한다고 손쉽게 초급속 충전기를 들일 수가 없는 이유다.
르노 조에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문제는 점차 원만하게 해겷ㄹ 방법을 찾게 되겠지만, 당분간은 전기차를 빠르게 충전한다고 해도 최적 조건에서 20분, 일반 조건에서 40분 정도는 걸리는 것을 예상하는 것이 좋다.
전기차는 이렇게 다양한 면모를 가진 제품이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필요하고, 유지비용도 저렴하며, 주행의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좋은 기본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사용자는 충전하기가 까다롭다는 점을 잘 견뎌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