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최고속도 300마일(약 482㎞/h). 엔진 출력 1577마력. 판매가 350만유로(한화 약 46억원).
2019년 부가티가 단 30대 생산을 위해 만들어낸 시론 슈퍼 스포츠 300+(Chiron Super Sport 300+)의 비밀이 밝혀졌다.
21일(현지 시각) 부가티가 역사상 가장 빠른 슈퍼카 반열에 오른 시론 슈퍼 스포츠 300+의 기술 일부를 공개했다. 시론 슈퍼 스포츠 300+는 2005년 양산차 최초로 400㎞/h의 속도를 돌파한 베이론 이후 부가티가 내놓은 가장 빠른 슈퍼카다.
2016년 첫 등장한 시론을 밑바탕에 두고 대대적인 개조에 나선 부가티는 공기역학, 엔진출력, 변속기, 서스펜션, 차체 경량화 등을 통해 480㎞/h의 벽을 깨트렸다.
디자인부터 손본 앞모습은 공기를 빨아들이는 범퍼의 형상부터 남다르다. 차체를 타고 흐르는 공기의 방향과 엔진 냉각, 두 가지 모두를 만족해야 했던 부가티는 기존 시론에 없던 ‘에어 커튼’을 추가해 공기역학 실력을 키웠다.
시론 슈퍼 스포츠 300+
또 높아진 출력으로 발생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앞쪽에서 흡입되는 신선한 공기의 양을 8% 증가시켰다. 전면 범퍼에서 부딪쳐 측면으로 흐르는 공기는 1990년대 부가티 EB110에서 영감을 얻은 구멍을 통해 측면으로 이어진다.
옆모습도 기존 시론과 선을 긋는다. 부가티는 차량 후방에서 일어나는 난류를 정리하기 위해 차체 길이도 손봤다.
시론 대비 뒤 꽁무니가 250㎜ 늘어난 슈퍼 스포츠 300+는 연장된 디퓨저와 전용 리어 스포일러를 통해 고속에서 더 큰 다운포스(차체를 누르는 공기의 힘)를 발생시켜 고속주행에서도 안정감이 대폭 향상됐다.
부가티에 따르면 시론 슈퍼 스포츠 300+의 디퓨저는 기존 시론 대비 32%, 가변식 리어 스포일러는 8% 표면적이 넓어졌다. 속도에 따라 다운포스와 에어 브레이크를 겸하는 스포일러는 최고속도 모드 주행 시 날개를 접어 가속력 향상을 꾀하는 영리한 움직임도 겸한다.
시론 슈퍼 스포츠 300+
운전석 등 뒤에서 1000마력 이상의 출력을 쏟아내는 파워트레인도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거쳤다. 시론 대비 약 100마력 향상을 위해 16개의 피스톤을 모두 강화 피스톤으로 교체하고 터보의 회전날개 직경을 키워 실린더 안으로 불어넣는 공기의 양을 대폭 키웠다.
부가티가 따르면 시론 슈퍼 스포츠 300+가 최대 회전수에서 빨아들이는 공기의 양은 시간 당 4.8톤이다. 회전수 역시 기존 보다 300rpm 높은 최대 7100rpm까지 상승이 가능하다.
높아진 출력, 커진 공기 흡입량은 더욱 큰 열을 배출한다. 이를 잡기 위한 냉각 시스템도 레이스카에 못지 않게 개선됐다. 기존 오일 라인부터 재정비한 부가티는 고압 펌프의 용량을 키우고 라디에이터와 엔진으로 공급되는 찬바람의 흐름을 새롭게 설계했다.
높은 속도에도 노면과의 접지력을 잃지 않게 만드는 서스펜션도 새 기술이 적용됐다. 부가티는 시론 슈퍼 스포츠 300+를 위해 특별 제작된 미쉐린의 스포츠 컵2 퍼포먼스 타이어와 스프링, 댐퍼를 재조정하고 마그네슘과 알루미늄을 섞어 만든 경량 휠을 통해 무게 증가도 억제했다.
단 30대만 판매되는 부가티 시론 슈퍼 스포츠 300+는 이미 공개 직후 모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 9월부터는 고객 인도를 시작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30대 모두 길거리를 질주하게 된다.
시론 슈퍼 스포츠 300+
부가티는 슈퍼 스포츠 300+와 핸들링 성능에 초점을 맞춘 ‘퍼 스포츠’ 등 한정판 생산을 끝으로 총 500대의 시론 판매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시론 단종 이후 선보일 신차에 대해서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의 다음 세대 슈퍼카의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모기업인 폭스바겐그룹은 부가티와 리막과의 합병을 성사시키며 차세대 슈퍼카의 기준을 전기차로 정의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