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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덕 칼럼] 주행거리는 어떻게 계산될까..전기차 구매 전 알아야 할 포인트는?

Hyundai
2021-12-23 14:45
현대차 아이오닉 5
현대차 아이오닉 5

자동차를 구매할 때 따져봐야 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외관, 실내 공간, 편의 옵션, 안전성, 정비 편의성 등 대부분은 본인의 취향이나 요구사항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그러나 몇몇 부분은 일반 내연기과 차량과 전기차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많은 분이 결정의 벽에 부딪힌다.

그래서 일반 차량에서 보기 힘들거나 잘 쓰이지 않은 전기차의 제원에 대해서 살펴본다. 전기차 제원은 서로 얽혀 있기도 하지만 차량의 특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도 활용된다.

연비(km/kWh)=1회 충전 주행거리(km)/배터리 용량(kWh), 완전 충전 시간(h)=배터리 용량(kWh)/충전 속도(kW), 평균 모터 출력(kW)=소비한 배터리 충전량(kWh)/주행 시간(h)을 의미한다.

여기 나열한 공식은 각종 손실이나 속도 변화를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공인된 수치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각 제원의 단위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분명하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이 실행됐음을 뜻하는 제네시스 G80 전기차 실내 클러스터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이 실행됐음을 뜻하는 제네시스 G80 전기차 실내 클러스터

전기차를 처음 접하면서 헷갈려 하거나 실수하는 대표적인 단위가 kWh와 kW인데, 서로 적용되는 곳이 다르며 kWh를 줄여서 kW로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충전 요금은 원/kWh, 충전 속도는 kW 표현이 맞다.

주행거리 또는 항속거리는 말 그대로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했을 때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한다. 계기판 사진 가운데의 ‘주행거리’는 구간 주행거리 기록이다.

주행거리는 기술이 발전하고 배터리 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1세대 전기차는 주로 100~200km, 2세대는 250~450km 정도다. ‘세대’라는 건 기술적 완성도를 구분하는 개념이며, 개별 차종의 세대와는 다르다.

공인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km 안팎인 차량은 주행 조건이 좋고, 운전을 효율적으로 한다면 500km 이상을 달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항상 이런 결과가 나올 수는 없으므로 주행 후기나 비공인 테스트로 측정된 주행거리는 참고용으로만 볼 수 있다.

공인 주행거리 측정은 같은 조건에서 이루어지므로 차량 간 객관적 비교가 가능하다. 일반 차량도 연료 탱크 크기에 연비를 곱하면 파악이 가능하다.

기아 EV6
기아 EV6

요즘 출시되는 차량은 계기판에 잔여 주행거리를 표시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주유소에서 빨리 채울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연료 게이지만 보고 구체적인 거리는 대부분 신경을 안 쓸 뿐이다.

만약 신형 전기차 소식을 관심있게 보았다면 발표된 주행거리가 400~500km라고 했다가 국내에서 출시할 때 300~400km대로 줄어드는 걸 보게 된다. 이는 지역이나 국가마다 주행거리와 연비를 측정하는 기준이 달라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럽의 NEDC와 WLTP가 가장 널리 쓰이고, 미국은 환경보호국(EPA), 우리나라는 산업부(공인 제원)와 환경부(보조금 지급 계산) 기준이 쓰인다.

NEDC(New European Driving Cycle)는 유럽경제공동체(EEC, 유럽연합의 전신)에서 유럽 내 도로 환경에 맞춰 1970년 제정한 주행 테스트를 말한다. 1992년 고속 구간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주행 방식이 간단하여 차량 기술이 발전할수록 실주행 결과보다 점점 낙관적인 수치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른바 ‘뻥연비’라는 오명을 얻었으며 결국 2017년에 WLTP로 대체됐다.

WLTP(Worldwide Harmonized Light Vehicles Test Procedure)는 유럽연합이 일본, 인도 등과 협력하여 만든 새로운 국제 표준 주행 테스트 절차로, 실주행 결과를 기반으로 하여 정확도를 높였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에서 2015년 채택되었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쉐보레 볼트 EUV
쉐보레, 볼트 EUV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의 주행 테스트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시내 주행 흉내를 낸 FTP-75와 고속 주행 흉내를 낸 HWFET로 측정하는 2 사이클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3개 테스트를 추가한 5 사이클 방식이다. 가감속을 심하게 하는 US06, 에어컨을 사용하는 SC03, FTP-75를 저온 환경-7도)에서 측정하는 것이 포함된다.

EPA의 2017년 지침에 따르면, 전기차는 2 사이클 방식으로 측정한 뒤 0.7을 곱하거나 5 사이클 방식으로 측정하고 EPA 승인 보정 계수를 적용할 수 있다. 대부분은 전자를 적용한다. 복합 주행거리는 시내 55%, 고속 45% 가중치가 적용된다.

대한민국 환경부에서 고시한 ‘전기자동차 보급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의 별표 2 ‘항목별 평가방법’을 살펴보면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제작자동차 시험검사 및 시험절차에 관한 규정’이나 ‘자동차의 에너지 소비효율 및 등급 표시에 관한 규정’에 따라 얻은 시험 결과를 인정한다.

각 규정을 살펴보면 도심(시내) 주행은 CVT-75, 고속도로 주행은 HWFET 방식으로 측정한 뒤 0.7을 곱한다. 복합 주행거리는 시내 55%, 고속 45% 가중치로 계산된다.

주행 패턴을 살펴보면, 미국의 2 사이클 테스트와 사실상 같다. CVT-75 중간의 10분 정차 시간(Soaking Time 600s)은 FTP-75에서도 ‘Hot Soak 10 Min’으로 똑같이 등장한다. EPA와 환경부 결과 차이가 대체로 시험 허용 오차 5% 이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르노 조에
르노 조에

만약 더 크다면 EPA 테스트가 5 사이클이었거나 0.7이 아닌 별도의 보정 계수가 적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테슬라가 주행거리를 유리하게 나타나기 위해 별도 보정 계수를 승인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측정방식으로 주행거리를 측정해보면, NEDC가 가장 낙관적이고, 그 다음이 WLTP이며, EPA와 환경부가 가장 보수적으로 나온다. 유럽보다 미국에서 고속 주행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