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안효문 기자] 한 해를 정리하며 올해 작성했던 기사목록을 살펴봤다. 올해 가장 많이 다룬 이슈는 단연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었다. 자동차 업계를 출입한 대부분의 기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해본다.
제조사들이 차를 만들고 싶어도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사태가 2년째 이어지고 있다. 2020년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제조사들이 공장 문을 닫았다면, 올해는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및 원자재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내년에도 공급부문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자동차 생태계는 원자재 수급부터 생산, 판매까지 각 부문이 정교하게 연결돼있다. 생산 및 물류 기술이 발전하면서 토요타의 ‘저스트 인 타임’과 같은 즉시 공급체계가 각광을 받았고, 주요 제조사들은 타 산업계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효율적으로 재고관리 시스템 구축에 성공,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기아 광주공장
하지만 복잡한 기계가 작은 고장때문에 작동을 멈추는 것처럼, 글로벌 자동차 산업계는 각종 외부충격으로 인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원체 고용창출효과가 크다보니 한 회사가 휘청거리면 지역을 넘어서 각국 경제가 흔들릴 정도로 반향이 크다. 반도체 및 원자재 수급을 두고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이다.
사실 연말 한국과 일본을 강타한 요소수 부족 현상, 반도체 공급에 발목을 잡았던 이상기후 등 불확실성 문제는 각 제조사가 제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최대한 준비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부지런히 정보를 수집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기존 시스템의 허점은 없는지 끊임없이 점검하는 원론적인 해법만이 시행 가능할 뿐이다.
다행히(?) 자동차 업체들은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불확실성 요소가 불거져 나오기 전 징후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험을 쌓았다. 우리는 중국산 와이어링 하네스, 차량용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용 희토류 등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공급이 중단되고, 물량을 수급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했는지 자동차 업체들이 충분한 학습을 거쳤다고 믿는다.
르노 뉴 아르카나(New ARKANA)
자원이 무기화되고, 자국 내 생산거점을 유치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진다. 효율성과 경제성이 우선시되던 시대에사 안정성과 배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동차 업계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자국이기주의와 산업안보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도 점차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생산능력과 기술수준 모두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고, 위기가 곧 기회라는 속담이 모쪼록 우리 자동차 업체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다시 한 번 입증되는 2022년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