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안효문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쏠림현상이 점차 심화되는 모습이다. ‘2강 3중’으로 표현됐던 국산차 업체 간 경쟁구도는 지난해 ‘2강 3약’으로 고착화됐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산차 중견 3사는 현대차·기아와 수입차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1년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글로벌 판매대수는 712만1956대다. 이중 현대차와 기아가 판 신차는 666만8037대, 점유율은 93.6%에 달했다. 지난해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된 국산 브랜드 차 10대 중 9대 이상이 현대차와 기아 제품이었던 셈이다.
같은 기간 중견 3사의 글로벌 판매실적은 45만3919대로 전년 대비 23.3% 감소했다. 차량용 현대차그룹이 30만대 이상 판매를 늘리는 동안 중견 3사는 14만대 가까이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중견 3사 내수 판매는 17만1751대로,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대수((27만6146대)보다 10만대 이상 뒤쳐질 정도로 위축됐다.
2022년형 XM3
업계에선 중견 3사의 부진 원인으로 신차 부족을 꼽는다. 현대차와 기아, 수입 브랜드들이 신차를 쏟아내는 동안 중견 3사는 일부 페이스리프트와 연식 변경만으로 국내 시장에 대응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기업의 경영 악화로 중견 3사는 신차 개발을 위한 여력이 부족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이에 중견 3사는 해외서 생산한 수입차로 차종 다변화를 진행 중이다. 쉐보레 콜로라도 등 그간 국내서 접하기 어려웠던 대형 픽업트럭의 선전이 대표적이다. 르노삼성이 수입하는 도심형 전기차 르노나 상용 밴 마스터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킬러상품’ 확보와 함께 중견 3사의 물량 확보에 중요한 분야는 바로 수출이다. 실제 미국 GM과 프랑스 르노는 한국 내 사업장을 전략적 수출 기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 품질을 각 본사가 인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뉴 렉스턴 스포츠 칸
2020년 닛산 로그 북미 수출이 종료됐던 르노삼성은 지난해 XM3(현지명 아르카나) 유럽 수출을 재개하며 해외판매 실적이 3배 이상 치솟았다. 한국지엠도 트레일블레이저 등 전략 차종의 북미 수출을 18만대 이상 성사시키며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노사 문제만 원활히 해결된다면 각 그룹이 '메이드 인 코리아' 물량을 늘릴 이유가 충분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일각에선 일부 국산 브랜드의 수입차 라인업이 늘어나고,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글로벌 본사가 봤을 때 한국시장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에 다양한 차종이 등장하고, 수출이 늘어 국내 자동차 생산물량이 많아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회생 및 M&A 절차를 진행 중인 쌍용차의 정상화도 중요한 숙제다. 임인년 새해는 국내 중견 3사가 건강하게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원년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