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조재환 기자]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인 G90이 4세대 모델로 대중 앞에 등장했습니다. 실내 디스플레이와 클러스터 크기는 기존 3세대 모델과 동일하지만, 뒷좌석 편의사양을 강화한 것이 눈에 띕니다. 차량에 대한 구체적인 특징은 데일리카 시승기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G90 HDP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HDP는 ‘하이웨이 드라이빙 파일럿(Highway Driving Pilot)이라고 합니다. 운전자가 고속도로나 간선도로에 진입했을 때,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알아서 조향, 가속, 감속 등을 해주는 개념이죠. 현재 국내 법규 때문에 시속 60㎞ 이하 주행시에만 쓸 수 있지만, 법규가 완화되면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사용 가능한 속도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차는 4세대 제네시스 G90부터 HDP를 적용시키겠다는 구상을 지난 2020년 연말 CEO 인베스터 데이 때 공개한 바 있습니다. 기아의 경우 내년에 출시하는 전기차에 HDP를 탑재하겠다는 전략을 전하기도 했죠.
4세대 G90은 지난해 연말 공개된 후,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일반 고객들에게 인도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현 시점까지 4세대 G90 계약을 마친 고객은 HDP 기능 자체를 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선 업데이트를 활용한 기능 탑재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하드웨어와 연관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디어와 대중 앞에 공개된 4세대 G90 아랫쪽 에어 인테이크 그릴 쪽에는 센서로 보이는 네모난 물체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에 쓰일 레이더(radar) 센서이며, 다른 한 쪽은 디자인 균형을 이뤄내기 위한 더미(dummy)입니다. HDP를 구현시킬 센서 자체가 아예 탑재되지 않았고, 선택사양으로 적용시킬 수 없습니다.
제네시스 G90(고속도로 주행보조 실행중인 상황)
현재 제네시스 G90은 자동 차선 변경이 되는 고속도로 주행보조 2 기술이 들어갔습니다. 그밖에 특별한 주행보조 기술은 없습니다.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 기술이 사선 기능까지 지원되고, 주차 충돌 방지 보조 기술을 강화한 것 외엔 거의 다 하위급 차량들과 동일한 구성입니다.
HDP 구현을 위해서는 라이다(LiDAR)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테슬라는 라이다 장치 없이 카메라 비전 기술로 FSD(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순차적으로 키워낼 수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아직 이 수준까지 오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이다 장치가 추가되면, 전방 차량 흐름이나 차로 변경 시 다가오는 여러 물체들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됩니다. 이 장치가 워낙 비싸다 보니,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G90에 우선 적용시키고 다른 차량에 순차적으로 탑재시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제네시스 관련 네이버 카페에서는 이미 라이다 장치가 들어간 4세대 G90 설비 지침서 내용이 업로드 되기도 했습니다. 이 지침서를 보니 크레스트 그릴 내부 양쪽에 라이다 센서가 들어간 것이 보이네요.
제네시스는 아직까지 라이다 센서가 들어간 G90의 디자인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방향성은 연말 출시 때까지 자주 변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HDP 적용된 제네시스 G90의 판매가 올해 연말 시작되면, 올해 1분기 내 차량을 인도받은 개인 고객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 쌓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시 간격이 채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이 들어간 차량이 나온다면, 이를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G90
다만 법인 고객의 불만은 크게 없겠죠. 제네시스는 4세대 G90 편의성을 기존보다 더 강화시켰기 때문에, 당분간 G90의 주행보조 기술보다 뒷좌석 편의성을 강조하는 ‘쇼퍼-드리븐’ 중심의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G90을 직접 운전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분들은 분명 다른 차량들보다 더 강화된 주행보조 사양이 들어가길 간절히 원할겁니다.
현대차그룹의 주행보조 기술 구현 능력은 테슬라보다 약 2년 정도 뒤쳐졌습니다. 아직까지 이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로 여겨지는 것 보다 패스트 팔로워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HDP 사양 차별 논란이 G90 고객들 위주로 촉발되면, 현대차그룹의 고민은 커질 겁니다. 모든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주행보조 기술을 누구나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현대차그룹 스스로 만들 필요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