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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문 칼럼] 712만대와 346만대..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는?

Hyundai
2022-01-17 10:50
캐스퍼
캐스퍼

[데일리카 안효문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있다.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정세 속 한국 자동차 산업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현재 한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는지, 다른 지역보다 선방하고 있는지 조차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받아든 성적표의 숫자들은 각기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는 게 사실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조립공장 캐스퍼 생산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조립공장 (캐스퍼 생산)

가장 큰 지표 두 개만 살펴보자. 각사 실적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완성차 5개사가 글로벌 시장에 판매한 완성차는 총 712만1956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2020년 무너졌던 ‘연 700만대 선’을 회복했고, 큰 변수가 없다면 현대차그룹이 최초로 글로벌 ‘톱3’에 이름을 올릴 것이 확실시되는 등 외형적 성장을 거두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메이드 인 코리아’ 자동차는 줄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346만2299대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실적이 350만대 밑으로 떨어진 건 2004년(346만9464대) 이후 16년 만이라는 게 KAMA측 설명이다.

기아 광주공장
기아 광주공장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건 동일하지만, 2020년과 2021년 국내 자동차 시장의 양상은 조금 달랐다. 2년 전엔 와이어링 하네스, 1년 전엔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차질을 빚었다. 하지만 2년 전엔 비교적 양호했던 국내 방역 정책 덕분에 국산차 5개사는 다른 자동차 생산국보다 공장 셧다운을 빨리 풀 수 있었고, 내수판매도 준수했다. 올해는 국산차 출고 지연이 극심한 탓에 국내 판매는 뒷걸음질쳤고, 해외생산 및 판매는 회복세를 나타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QM6
르노삼성 부산공장(QM6)

산업계에선 국산 완성차 중견 3사의 부진에 주목한다. 2021년 국내외 시장에 판매된 국산 브랜드 자동차 10대 중 9대 이상(93.6%)가 현대차·기아였을 정도로 쏠림현상이 극심했다. 현대차그룹이 30만대 이상 판매를 늘리는 동안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중견 3사는 14만대 가까이 뒷걸음질 쳤다.

중견 3사의 부진은 국내 자동차 생산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KAM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지엠의 국내 생산대수는 22만3623대로 전년 대비 37.0% 감소했다. 한국지엠의 연 생산기록이 30만대 밑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회생절차 및 M&A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도 지난해 8만2009대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조감도
한국지엠, 창원공장 조감도

르노삼성은 지난해 12만8328대를 생산, 전년 대비 11.9% 성장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 북미 수출물량이 끊기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 XM3(현지명 아르카나)의 유럽수출 물량을 끌어올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도 중견 3사의 수출 회복이 국산차 생산 증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역설적으로 한국 내 자동차 생산 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와서다. 노사갈등 및 공급선 문제만 잘 해결되면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한국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 어린 관측도 나온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큰 흐름인 전동화(electrification)도 한국 자동차 산업의 큰 기회로 보는 게 업계 중론이다. ‘K-배터리’로 불리는 국내 배터리 진영, 전장부문 강화에 나서는 삼성과 LG 등 국내 IT기업들과 국산차 업체 간 상승효과(시너지) 덕분이다. 공급망 정비부터 생산거점 확보 등 자동차 산업이 안보에 비견될 정도로 국가 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자국 내 업체 간 협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생산 지연 문제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유행은 물론 반도체 및 각종 원자재 공급 문제가 단기간 내 해결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 지난해보다 판매가 늘었다고 안주할 수도, 국내 생산이 줄었다고 마냥 실망해서도 안되는 상황이다. 국내 플레이어들 간 소모적인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불확실성을 헤쳐나갈 힘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