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자동차를 디자인 하는 건 단지 일(work)이 아니라 노는(playing)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루크 동커볼케의 첫 마디다. 그만큼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서 만큼은 남다른 ‘열정’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디자인 담당 부사장 겸 CCO(Chief Creative Officer)를 맡고 있는 루크 동커볼케(Luc Donckerwolke)는 한국, 미국, 중국, 유럽, 인도, 일본 등 전 세계 33개국 102명의 자동차 전문기자로 구성된 ‘월드카 어워즈(World Car Awards, WCA)’에서 선정한 ‘2022 올해의 인물(World Car Person of the Year)’로 뽑혀 화제를 모은다.
국산 완성차 브랜드 출신이 WCA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WCA ‘올해의 인물’ 수상자로는 아키오 토요다 토요타 회장(2021)을 비롯해 카를로스 타바레스 PSA그롭 CEO(2020),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FCA 회장 겸 페라리 CEO(2019), 하칸 사무엘손 볼보그룹 회장 겸 CEO(2018) 등이 수상한 바 있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부사장은 이에 대해 “세계 올해의 자동차인 상을 수상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존경하는 동료들과 함께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특히 “현대차그룹(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에서) 디자인 리더로 세우고 싶다”며 “그런 긍정적인 가치를 믿는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한국인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젊은데다 매우 창의적이며, 다른 문화권에 비해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건 장점”이라며 “이들이 열정을 다해 일하고 있는 만큼 미래의 우리(현대차그룹) 브랜드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고 내다봤다.
수없이 많은 자동차를 디자인해온 루크 동커볼케 디자이너는 “자동차를 디자인 할 때에는 (이미 완성된) 과거의 자동차 디자인을 절대로 다시 생각하지 않는다”며 “항상 흰 종이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견지한다”고 했다. (자동차 디자인은) 매번 ‘0’에서 시작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고, 보람있는 일이라는 게 그만의 자동차 디자인 철학이기도 하다.
제네시스 G90 (루크 동커볼케 디자인 담당 부사장)
다음은 데일리카와 가진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과의 인터뷰 내용.
▲ 먼저 월드카어워즈(WCA)에서 ‘2022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걸 축하한다. 기자 역시 한국대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동커볼케 현대자동차그룹 부사장 겸 CCO께서 쟁쟁한 후보들을 따돌리고 인정받으신 것에 대해 마음 속 깊이 뿌듯하고 기뻤다.
= 친절한 말씀 고맙다. 이번 수상에 대해 놀랍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여전히 열정을 기반으로 놀(playing)며, 이것에 대해 돈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영광이다. 가끔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일(work) 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노는 것이라 생각한다. 난 항상 무료로 디자인하고, (대신에) 회의 비용만 받는다고 얘기한다.
▲ 월드카어워즈에서 Shailesh Chandra(타타그룹), James Gay-Rees and Paul Martin(넷플릭스), Tadge Juechter(GM), Linda Zhang(포드) 등 쟁쟁한 후보들을 따돌리고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경쟁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나를 올해의 세계 자동차 인물로 뽑은 심사위원들을 모두 대변할 수는 없지만, 디자인으로 만들어 내는 감성이 사람들(심사위원단)에게 동기를 부여한 때문으로 본다. 모든 사람은 꿈꾸고 느낄 필요가 있다. 우리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우리의 꿈을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눈을 뜨고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현대차그룹 디자인을 이끄는 나의 작업이 ‘임팩트’가 있었고, 그것이 (이번 심사에)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 2016년부터 현대차그룹에 합류하면서,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을 이끌어왔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 각각의 디자인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 각 브랜드마다 형태의 차별화가 아닌 자신만의 ‘아우라’를 갖도록 하는 동시에 각 브랜드가 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독단적이고 경직된 디자인 철학은 어떤 혁신도 허용하지 않는다. 제네시스의 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 현대차의 '센슈어스 스포티네스(Sensuous Sportiness)', 기아의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는 모두 디자이너를 전혀 제한하지 않는 감성 디자인 철학이다. 그들은 디자이너들이 공식적인 제한없이 브랜드를 미래로 투영할 수 있도록 디자이너들의 마음 상태를 묘사할 뿐이다.
▲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의 디자인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고, 한발 더 나아가 세계 자동차 디자인을 이끌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견해는.
= (출근) 첫날부터 현대차그룹을 디자인 리더로 세우고 싶었던 건 디자인이 브랜드의 역량을 표현하기 위한 비공격적 언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만이나 공격성이 아닌 긍정적인 가치를 믿는다. 나는 우리의 디자인이 참신하고 혁신적이며 획기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를 가졌으면 한다. 현대차그룹은 내가 이전에 일했던 어느 회사보다 진정으로 긍정적인 기풍을 가진 회사인데, 이렇게 배려하는 태도가 우리가 만들어내는 디자인에 반영됐으면 한다.
루크 동커볼케 제네시스 디자인센터장
▲ 자동차 디자인은 전동화 시대를 맞아 적잖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과 트렌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 나는 각각의 기술 혁명이나 주요한 방향 변화는 항상 현상에 도전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준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우리는 피상적인 스타일링에서 벗어나 고객의 삶을 개선하는 데 전념할 ‘기능성 디자인’으로 나아갈 것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시장의 고객 요구에 맞는 새로운 제안과 솔루션을 개발할 것이다. 진정한 ‘고객 지향’이라고 볼 수 있다.
▲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등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강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이들 브랜드의 디자인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 한국 디자이너들은 젊고, 매우 창의적이며, 열심히 일한다. 한국인들은 패션, 음식, 제품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고객에 대한 훌륭한 서비스와 관심이 성공의 열쇠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른 문화권에 비해 디자인하는 여성이 비례적으로 많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런 점들은 모두 미래에 우리 브랜드를 더 강하게 만들 큰 장점들이다.
▲ 그동안 수없이 많은 차를 디자인해 본 결과, 가장 마음에 들었던 차는 무엇인가. 또 왜 그렇게 판단하고 있나.
= 다음에 디자인할 차량이라고 말하고 싶다. 성공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것은 즐겁지만, 내가 가장 즐기는 것은 '디자인 브랜드'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나는 디자인에 대한 개념적인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페이지를 넘기면서 절대 (이전의 작품들을) 되돌아보지 않는다. 단지 항상 흰 종이에서 (다시) 시작한다. 매번 ‘0’부터 시작하는 것은 도전이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일이다.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치고자 하는지 미래 계획을 소개해 달라.
= 차세대 디자이너들을 지원하기 위해 나의 창의력을 높이고자 한다. 내 역할은 미래의 혁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멘토링하며, 또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 요즘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가족관계를 비롯해 요즘 즐기고 있는 취미나 음식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 코로나 대유행으로 어려운 일이었지만, 엄격한 봉쇄조치로 인해 (오히려) 내 가족(부인 멜린다, 8살 된 아들 래즐로)와 그리고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두 명의 아들 루도비치(24)와 쿠엔틴(28) 등이 서로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사적인 일로 인해 떨어져 있는 시간이 줄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삶은 가족과 함께 요리하고, 개들과 함께 벽난로 앞에서 저녁을 즐기는 더 겸손하고, 단순하고, 기본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모두가 코로나 대유행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외향적인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오랜 시간 동안 빈티지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