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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어쩌면 마지막 펀 카(Fun car)..토요타 GR86

Toyota
2022-05-19 15:23
GR86
GR86

[인제=데일리카 안효문 기자] 내연기관차의 종말이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오롯이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한 차를 만나기 쉽지 않은 시대가 왔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배출가스 없이 강력한 주행성능을 발휘하는 차들도 속속 등장하곤 있지만, 내연기관 특유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애호가들이 적지 않다.

이런 시대적 환경도 토요타의 고집을 꺾진 못했다. 박서 엔진을 FR(프론트 엔진 - 리어 드라이브) 형태로 배치한 86의 완전변경 GR86을 출시한 것. 다운사이징이 대세인 요즘 토요타는 엔진 배기량을 오히려 400㏄ 가량 늘리는 강수를 뒀다.

토요타는 GR86을 두고 ‘별도의 튜닝 없이 서킷 주행을 즐길 수 있는 차’란 설명을 내놨다. 토요타 가주레이싱(TGR)의 DNA를 진하게 받은 GR86이 주는 즐거움을 강원도 인제스피디움 서킷에서 확인해봤다.

토요타 GR86
토요타, GR86

■ 단단한 차체에 업그레이드된 엔진..수동변속기와 ‘찰떡궁합’

GR86의 파워트레인 구성은 최근 신차들에서 접하기 어려운 상당히 독특한 구조다. 엔진 구조는 피스톤을 좌우에 나란히 배치한 수평 대향엔진(박서엔진), 변속기는 수동 6단이다.

박서엔진은 차의 무게중심 배분에 최적화된 구조로, 다른 형태의 엔진보다 진동도 적다. 여기에 토요타는 엔진 배기량을 386㏄나 키웠다. 덕분에 최고출력은 24마력(231마력), 최대토크는 3.9㎏f·m(25.5㎏f·m)나 증가했다.

토요타 GR86
토요타, GR86

힘이 좋아진만큼 냉각이나 내구성도 개선했다. 엔진 마운트를 알루미늄제로 교체하고, 실린더 라이너를 얇게 만들어 경량화와 내구성 강화를 동시에 실현했다. 여기에 냉각수 펌프와 오일 쿨러, 라디에이터 성능도 개선해 냉각 효율을 끌어올렸다. D-4S 시스템은 주행 상황에 따라 연료 직분사와 간접분사를 제어하고, 엔진 흡기 효율을 최적화해 동력성능과 반응성을 극대화했다.

수동 6단 변속기는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엔진 회전수를 조절할 수 있어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클러치 용량과 기어 강도를 증대시키고, 저점도 오일을 채용하는 등 부드러운 변속감과 내구성을 고려했다.

이 같은 구성은 수동 초심자부터 숙련자까지 모두 운전을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다소 과격한 서킷 주행에서도 일단 출발하기만 하면 시동을 꺼트릴 걱정 없이 차를 몰아갈 수 있었다.

토요타 GR86
토요타, GR86

토요타는 개선된 파워트레인 이상으로 차체 강성을 강조했다. GR86만을 위한 신규 FR 플랫폼은 무게중심을 낮추고 각종 구조물과 프레임 강화를 통해 단단하면서도 반응성 좋은 차체를 구현했다. 시트포지션도 기존 86보다 차 중심부쪽으로 낮게 설계된 덕분에 후륜 특유의 흐르는 듯한 움직임을 운전자가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고저차가 상당한 인제 서킷에서도 GR86은 출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충분한 힘을 발휘하고, 스티어링 조작에 명민하게 반응하며 평소 실력 이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했다. 현장에서 만난 프로 드라이버 출신 인스트럭터들은 GR86의 세팅이 후륜구동차의 묘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세팅이라고 입을 모았다.

■ 단순하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운전의 즐거움 드러내

토요타 GR86
토요타, GR86

GR86의 외형은 후륜구동 차량의 전형적인 비례감에 공기역학 성능을 극대화한 모습을 갖췄다. 날렵한 오버행과 낮은 무게중심의 스탠스, 위로 살짝 솟은 후면 덕 테일, 직사각형 형태의 큼직한 라디에이터 그릴 등은 시각적 아름다움과 함께 달리기 성능을 고려한 구성이다.

실내는 단순하면서도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트 포지션은 극적으로 낮지만, 수평형 레이아웃은 시야확보에 유리하도록 했다. 디스플레이 등 실내 구성은 단출하지만, 직경 365㎜의 3스포크 스티어링휠을 손에 쥐면 전방 시야와 계기판 정보 등에 눈길이 갈 뿐 다른 부분들은 거슬리지 않는다.

디지털 계기판은 운전을 위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충실한 배치다. 트랙모드로 변경하면 변속 단수나 속도 정보 외에도 냉각수 온도나 오일 온도, 스탑워치 등이 표시되고, 엔진 회전수(RPM) 도 보다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화면이 바뀐다.

토요타 GR86
토요타, GR86

일상에서 편리하고 안전한 주행을 위한 기능도 갖췄다. GR86엔 운전석 무릎 에어백이 추가됐고, 스마트폰 연동 기능(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도 지원한다. 사각지대 감지 모니터(BSM) 및 후측방 경고장치(RCTA, 프리미엄 트림에 적용), 스티어링 연동형 헤드램프(프리미엄 트림 적용) 등이 대표적이다.

■ 토요타의 고집이 만들어낸 별종..합리적인 가격의 '펀 카'

토요타는 폭스바겐과 함께 세계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제조사다. 퍼블릭 브랜드로서 높은 품질과 합리적인 차를 만드는 데 노하우는 토요타가 단연 세계 최고다. 하지만 토요타 브랜드와 운전의 즐거움을 연결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토요타 GR86
토요타, GR86

하지만 토요타자동차를 이끄는 도요타 아키오 회장이 직접 레이싱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자동차광인만큼 ‘펀 카’에 대한 집착(?) 역시 토요타가 가진 특색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 있던 내연기관차들의 단종소식이 속속 전해지는 가운데 판매 볼륨이 결코 크다 할 수 없는 영역에서 고집스럽게 신차를 투입하는 토요타의 행보는 자동차 애호가들에겐 정말 반가운 소식이라 하겠다.

토요타 GR86의 국내 판매가격은 스탠다드 4030만원, 프리미엄 463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