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기아의 숨겨진 효자상품 니로 EV가 2세대로 돌아왔다. 모든 이에게 박수받지 못한 외모를 제외하면 나무랄 데 없던 전작의 아쉬움을 털어낸 신차이자 EV6 등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온 전기차 노하우를 모두 품은 최신작이다.
1세대 니로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기아의 첫 친환경 SUV다. 소형 SUV 타이틀을 달았지만 세단만큼 낮은 높이, 오프로드와 어울리지 않는 주행실력, 여전히 수긍할 수 없는 디자인으로 무늬만 ‘SUV’ 뿐인 교배종과 같았다.
어디하나 구미가 당길만한 임팩트가 없던 니로가 성공적으로 2세대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코 적게 먹고 많이 일하는 하이브리드 덕분. 여기에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없던 시절 한 번 충전으로 400㎞는 너끈히 달리던 EV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니로는 2세대로 완벽한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기아, 니로 EV 기아, 니로 EV 기아, 니로 EV
2세대 니로 EV에서 단연 눈에 띄는 부분은 호감형 외모로 탈바꿈한 새 마스크다. 똑부러진 연비로 모른 체 했던 이전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전작의 디자인을 완벽하게 지워냈다. 램프 위치를 범퍼로 옮기고 보기에도 예쁜 주간주행등과 LED 램프를 촘촘히 심은 앞모습도 상위 모델 부럽지 않다.
이전보다 길이와 너비, 휠베이스를 각각 45㎜, 20㎜, 20㎜ 불린 덩치는 길이 4420㎜, 너비 1825㎜, 높이 1570㎜, 휠베이스 2720㎜로 한 체급 높은 내연기관 콤팩트 SUV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여전히 SUV 답지 않은 실루엣이지만 허리가 긴 니로 EV의 장기는 동급 대비 넉넉한 실내공간에 있다. 세단 보다 조금 높은 키 덕분에 타고 내리기는 훨씬 수월하다. 특히 치마를 입은 여성 운전자라면 니로의 지상고만큼 적절한 솔루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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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최신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한 인테리어는 요즘차를 탄다는 기분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운전석부터 길게 뻗은 커브드 디스플레이, 공조장치와 인포테인먼트 조작부를 하나로 합친 터치 패널, 그 아래로 오와 열을 맞춰 배열한 전자식 기어레버와 편의 기능 조작 버튼 등도 조작면에서 꼬투리를 잡기 어려울 만큼 쓰기가 편하다.
차체 크기가 커진만큼 뒷좌석 공간도 이전보다 소폭 늘었다. 몸으로 체감되는 크기가 단번에 와닿지 않지만 보통의 4인 가족이 몸을 싣고 장거리 주행을 하더라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여기에 기본 475ℓ(VDA 기준) 트렁크 용량과 2열 폴딩 시 펼쳐지는 여유로운 공간, 보닛 아래 숨겨진 프렁크 등도 니로 EV만의 특출난 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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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 구경을 끝내고 달려볼 차례. 2세대 니로 EV는 64.8㎾h 고전압 배터리와 시스템 출력 150㎾(약 201마력), 최대토크 26㎏f·m의 전기모터 조합으로 앞바퀴를 굴린다. 토크를 제외한 수치상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는 구성. 주행거리도 1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는 401㎞(도심 436㎞·고속도로 358㎞)다.
그러나 전기모터가 출력과 토크를 쏟아내는 방식을 주행모드별(에코, 노멀, 스포츠)로 단계를 나누고 한결 차분해진 섀시와 만나 소형 딱지를 과감히 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숨죽이고 주차장을 빠져나와 작은 요철이 무수히 많은 시내 구간을 지나 고속도로까지 오르는 구간에선 모자람 없는 힘, 그보다 더욱 인상적인 승차감이 하이브리드보다 앞선 완성도를 보여준다.
기아, 니로 EV 기아, 니로 EV
도로마다 높이가 제각각인 방지턱과 포장상태가 불량한 구간에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던 1세대 니로 EV와 달리 빠르게 툭하고 충격을 처리해내는 능력도 소형 SUV 가운데는 단연 으뜸이다. 무거운 배터리가 위, 아래로 차체를 꾹꾹 누르고 하이브리드보다 1인치 작은 17인치 휠타이어도 기분 좋은 승차감을 만드는데 한몫 거든다.
속도를 높여 제한속도에 맞춰 크루징을 이어가는 상황에선 귀를 간지럽히는 풍절음과 노면소음도 최대한 억제돼있다. 세그먼트를 뛰어넘을만큼은 아니지만 전기차라 도드라지는 소음 문제에선 보다 자유로운 편이다. 음악소리를 키워 기분 나쁜 소음을 없애는 차선책을 니로 EV에선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운전자 보조 장치도 가장 최신 시스템으로 탑재했다. 특히 맏형 K9과 K8에만 적용된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 2)는 기존 방식에서 방향 지시등 조작만으로 스스로 차선을 변경해주는 똑똑한 기능까지 품었다.
기아, 니로 EV
해당 기능이 처음 선보이던 당시에는 차선인식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저 멀리 달려오는 뒤차까지 서둘러 인식해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반쪽자리 기능에 그쳤지만 니로 EV는 적절한 공간만 있으면 머뭇거림 없이 스스로 차선을 빠르게 변경한다.
단, 해당 기능을 사용할 시 반드시 손을 스티어링 휠에 올려놓고 있어야 하는데 이때 운전자자 조금이라도 방향전환에 개입한다면 시스템 작동은 중단된다. 센서가 운전자의 의도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라 사용빈도가 생각보다 적다.
여태껏 전기차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웠던 브레이크 감각도 세대교체를 통해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특히 회생제동이 걸리는 구간을 EV6 처럼 단계별로 나눠 운전자가 원하는 운전자가 조절할 수 있고 오토모드 적용 시 앞차와의 간격에 따라 회생제동 강도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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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구입 시 중요한 잣대가 될 전비도 예상외의 높은 효율을 나타냈다. 정확히 100㎞를 주행하는 동안 계기반 상 표시된 전비는 6.1㎞/㎾h. 억지로 전비를 높이기 위한 느림보 주행에는 애초 관심도 없었기에 노멀과 스포츠 모드를 절반씩 섞어가며 달렸고 평소보다 잦은 가감속과 높은 속도를 반복하며 이뤄낸 결과다.
2세대만에 높은 궤도에 오른 니로 EV. 그러나 높아진 완성도 만큼 지불해야하는 차값이 만만찮게 높아졌다. 니로 EV의 가격은 에어 4640만원, 어스 4910만원. 시승차인 어스 트림 기준 준비된 8가지의 선택품목을 모두 선택할 시 지불해야하는 금액은 5305만원을 넘어선다.
다행히 국고보조금 100% 조건에 포함돼 700만원+지자체 혜택까지 모두 받을 수 있어 초기 부담금을 일부 덜어낼 수 있다. 그럼에도 더 먼 거리(475㎞), 강력한 전기모터(325마력), 더 큰 공간을 가진 EV6(롱 레인지·5120만원)쪽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은 니로 EV가 두고두고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