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에 대한 서울회생법원의 인가 결정이 내려진 이후, 관계인집회에서도 회생담보권자와 주주, 회생채권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은 건 향후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쌍용차는 내부적으로 오는 10월쯤 기업회생절차 종결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20년 12월 회생절차가 시작된 이후 약 1년8개월 만에 회생절차를 종결한다는 걸 의미한다.
‘쌍용자동차’의 사명도 ‘KG쌍용모빌리티’로 바뀔 것이라는 말도 업계에서 나돈다. 이젠 KG그룹의 진두지휘 아래 쌍용차가 제2의 도약을 맞을 시기다.
쌍용차, 뉴 렉스턴 스포츠 칸
쌍용차는 지금까지 수십년간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 오로지 ‘디젤 SUV’와 ‘디젤 픽업트럭’ 등 디젤 파워트레인 만으로 승부수를 띄워왔다. 깊은 수렁, 경영악화로 치닫게 한 ‘패착’으로 꼽힌다.
디젤차는 가솔린차 대비 연료효율성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정숙성과 승차감, 환경성 측면 등에서 소비자들을 비롯한 시장 트렌드와는 거리감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내시장에서도 전기차가 대중화 됐다. 현대차가 내놓은 ‘아이오닉 6’는 사전계약 하루만에 무려 3만7500대 가까이 계약됐다는 건 쌍용차에게도 시사하는 바 적잖다. 고객 인도까지 대기 시간만 약 2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 후문이다.
티볼리 업비트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는 오는 2025년 쯤에는 디젤 세단과 디젤 SUV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회장의 전기차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디젤차로 승부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1~2년 남짓이다.
학계 등 일각에서는 쌍용차가 하이브리드차 개발을 서둘러 틈새시장을 노려야만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차의 기술력이 업그레이드 되면 될수록 전기차로 바뀌게 된다는 건 상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쌍용차는 지금이라도 전기차에 올인해야만 한다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의 E-GMP, 제너럴모터스(GM)의 얼티엄(Ultium)처럼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는 얘기다.
쌍용차, 토레스
여기에 라인업 정리가 요구된다. 쌍용차는 그동안 SUV와 픽업트럭에 집중해왔다는 걸 감안하면, 그 경험을 토대로 전기 SUV와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서도 여전히 그 가능성이 적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SUV와 픽업트럭 시장에서는 랜드로버, 지프(Jeep) 등의 브랜드가 이미 선점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포드, 쉐보레 등의 브랜드도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아직까지는 전기차 부문에서 만큼은 취약한 모습도 엿보인다.
다만, 제너럴모터스 산하 GMC(General Motors Truck Company)의 행보는 쌍용차가 예의 주시해야만 할 브랜드다. 10월 전후로 한국시장에도 본격 진출하는 GMC는 시에라, 캐니언 등 고성능 SUV와 고성능 픽업트럭으로 무장한 게 돋보인다.
쌍용차, 올 뉴 렉스턴 시그니처
특히 전기 SUV와 전기 픽업트럭의 라인업을 모두 갖춘 허머 EV(Hummer EV)의 경우에는 시스템 출력이 무려 1000마력에 달해,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가리지 않고 파워풀한 주행감과 고급세단 못잖은 안락한 승차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상대적으로 시장에서의 판매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쌍용차가 GMC 처럼 전기차로의 이동을 빠르게 전개하면서 고성능 전기 SUV·픽업트럭 전문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한다면, 경영 정상화의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다. 이쯤되면 한 때 명성을 날렸던 체어맨 같은 특화된 초대형세단 시장에서도 전기차로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쌍용차가 이제는 KG그룹의 품에 안기면서, 사실상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라는 새로운 모빌리티, 변혁의 시대를 맞아 능동적으로 빠르게 대응해야만 할 때다. ‘패스트 팔로워’ 입장에 놓여 있지만, 어쨌든 쌍용차는 ‘마지막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