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한국GM의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우려감이 높아진다. 노조는 사측의 2차 제시안에 반발, 결국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단체행동이나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한국GM 사측은 ▲성과급 500만원 ▲투명경영 및 신뢰경영 조항 신설 ▲직장 내 성희롱 방지 및 괴롭힘 금지 신설안 ▲건강진단 종합검진 2년 주기 ▲쉐보레 브랜드 수입차량 10% 할인 프로그램 등을 제시한 반면, 노조 측은 ▲기본급 9만 7472원 인상 ▲성과급 400% 지급 ▲근속수당 상한선 폐지 ▲직급수당 인상 ▲유류비 지원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현재로서는 노사간의 제시안에 거리감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타결점을 쉽게 찾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대강’이어서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볼트 EUV (GM 밀포드 프루빙 그라운드, MPG)
이런 가운데, 제너럴모터스(GM)의 ‘2인자’로 통하는 실판 아민(Shilpan Amin)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당초 8월말 한국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전격 취소한 것도 주목된다.
아민 사장은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공장과 차세대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 생산을 준비중인 창원공장 등 한국 사업장을 점검하고, 산업은행 등 한국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이 예정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또 GM이 집중하고 있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맞아, ‘한국의 전기차 생산기지’ 타진 등 한국GM의 중·장기 플랜을 논의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었다는 후문이다.
쉐보레, 2022년형 타호 하이 컨트리
그러나 아민 사장의 이 같은 한국방문 취소 배경에는 한국GM 노조가 쟁의권을 획득한데다, 노사 갈등 고조로 합법적인 파업이 예고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여기에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된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한국GM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인 형국이다.
GM은 미래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력 확보를 위해 350억 달러(약 45조 6575억원)를 쏟아붓는다는 방침이다.
한국시장에서는 오는 2025년까지 GM 산하 쉐보레, 캐딜락, GMC 브랜드를 통해 전기 신차 10개 차종을 투입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총 1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판매한다는 전략이다. GM은 또 내년 초 공개될 캐딜락의 플래그십 전기 모델 셀레스틱(Celestiq)에는 ‘슈퍼 크루즈’ 시스템을 적용, 사실상 ‘레벨5’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캐딜락 셀레스틱 (Celestiq) 쇼카
GM은 특히 이 같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시장 선점 과정에서 GM의 ‘전기차 생산기지’ 후보로 한국 사업장을 놓고 내부적으로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GM 경영진 측은 ▲재무적 관점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작업 현장을 갖추는 게 전제 조건이라는 입장이다.
한국GM은 이들 두 가지 요소 중 현재로서는 어느 하나라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기자로서의 솔직한 심정이다.
향후 쉐보레와 캐딜락, GMC 등의 멀티 브랜드 전략을 통해 시장 경쟁력과 점유율을 높일 수는 있겠으나, 노사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파업으로 치닫는 문화는 이젠 단절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생산 현장의 안정화는 기본이다.
한국GM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4년 3개월 전, 무려 22년간 운영해온 군산공장(연간 27만대 생산 규모)을 폐쇄했던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노사 갈등이 원인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