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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디자이너가 짚어주는..신형 그랜저에 담겨진 디자인 철학은?

Hyundai
2022-11-15 10:33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현대차의 디자인 방향성은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로 통합니다. 보다 감성적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을 적용하겠다는 의미입니다.”

‘2021 오토디자인어워드(Auto Design Award)’, ‘2021 국제자동차페스티벌’ 등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는 등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부사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를 ‘체스’로 비유했다. 패밀리룩으로 불리는 자동차 디자인, 판에 박힌 진부한 감각인 ‘클리셰(Cliché)’를 탈피해 체스판의 말들처럼 다양한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각자의 뚜렷한 역할과 개성을 갖춘 디자인으로, 디자인의 감성적 가치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는 게 이상엽 디자이너의 생각이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디 올 뉴 그랜저’에는 이 같은 그만의 디자인 철학이 담겨져 있다는 얘기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

이상엽 디자이너는 “그랜저는 1986년 첫 출시 이후부터 (36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동적 현대사를 관통하며,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성공과 프리미엄의 기준'을 제시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같은) 역사적 레거시(Legacy) 위에 그랜저를 올려놓고, 특별한 디자인 감성과 하이테크 디테일로 새롭게 빚어냈다”며 “(결국) 우리가 설정했던 이런 나침반을 기준으로 디 올 뉴 그랜저의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상엽 디자이너는 “신형 그랜저는 과거와 미래,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에서 탄생한 특별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며 “1세대 그랜저를 오마주한 오페라 글래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며, 시공간을 초월한 사이버펑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신형 그랜저는) 짧은 오버행, 보다 긴 휠 베이스 속에서 카울 포인트와 캐빈을 후방으로 과감하게 이동시켜 긴 후드, 그리고 FF(전륜구동) 세단의 한계를 넘어 후륜구동 자동차에 가까운 완벽한 비율을 그려냈다는 것.

그는 또 소량으로 생산하는 럭셔리 브랜드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져왔던 펜더의 볼륨을 대량 생산차에 과감히 적용했으며, 매끈하게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과 하나가 되어 유려하고 존재감 있는 디자인 감성을 자아내고 있다고 신형 그랜저의 디자인에 대해 평가했다.

이상엽 디자이너는 “차량 전면을 가로지르는 ‘심리스 호라이즌(Seamless Horizon)’ 램프는 웰컴, DRL, 포지셔닝, 턴 시그널을 이음새 없이 하나의 피스로 완벽하게 합쳐내 눈부신 기술력을 보여주는 ‘라이팅 디자인 시그니처(Lighting Design Signature)’”라고 표현했다.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그는 이와 함께 완벽한 비례와 함께 새로운 램프 디자인은 이전 세대 대비 20인치까지 커진 휠 사이즈와 함께, 프리미엄 세단의 특별한 가치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간의 협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포인트다.

이상엽 디자이너는 신형 그랜저의 실내 디자인에 대해서는 “바쁜 일상 속,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이 편안한 실내공간으로 고급스러운 디자인 레거시를 계승하면서도, 부드럽고 깨끗한 톤앤무드로 재해석 함으로써 시대를 초월한 ‘타임리스 디자인(Timeless Design)’을 보여드리고자 했다”고 신형 그랜저의 인테리어 디자인 차별점을 소개했다.

대시보드를 편안하게 감싸며 흐르는 랩어라운드 아키텍처는 그랜저 만의 전통을 보다 입체적인 비주얼로 재해석한 것으로 하단으로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무드 램프, 주행 상황에 맞춰 변화하는 인터랙션 라이팅과 함께 그랜저만의 프리미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디자인 포인트다.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원 스포크 스타일 스티어링 휠은 주변부의 조작계가 통합된 형태로 재탄생했는데, 이를 통해 운전자에게 최적화된 인테리어 레이아웃을 제공한다는 것.

기어노브가 스티어링 휠로 통합돼 비워진 콘솔 공간을 새로운 수납공간으로 채워내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수납 편의성을 높인 것도 매력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다. 기어노브가 스티어링 휠로 통합된 건 메르세데스-벤츠가 사용하는 디자인 패턴으로 그랜저에서는 이번이 처음 도입된 케이스다.

운전자 뿐 아니라 동급 차종 중에서는 유일하게 2열 시트에도 리클라이닝 디자인이 적용돼 뒷자리 탑승자가 여정에서 편안한 휴식을, 한 차원 높은 프리미엄 세단으로서의 가치를 담을 수도 있다.

현대차 콘셉트카 N 비전 74N Vision 74
현대차, 콘셉트카 N 비전 74(N Vision 74)

홍익대학교 재학 당시 순수미술을 전공한 후 미국 아트센터(ACCD) 졸업 후 자동차 디자이너로 변신한 이상엽 디자이너는 이번 신형 그랜저를 디자인하면서 섬세하고 정갈한 한국의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와 소재를 적용한 점도 이채롭다.

그는 “프리미엄 세단의 가치는 그 안에 깃들여진 섬세한 컬러와 소재로 완성된다”며 “장인의 전통공예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 브론즈 컬러와, 친환경 소재가 포함된 밤부 차콜 그린 컬러는 차를 둘러싼 도시, 그리고 자연의 무드와 때로는 조화를, 때로는 이질감을 빚어내며 그랜저만의 색다른 컬러 감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순수 미술, 순수 예술을 자동차 디자인, 산업 디자인에 접목시킬 수 있었던 건 이상엽 디자이너 만의 생활과 경험이 뒷받침 됐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현대차 포니 쿠페 콘셉트
현대차, 포니 쿠페 콘셉트

그는 또 새롭게 선보이는 캘리그래피 블랙잉크는 엠블렘을 포함한 외·내장 전체에 올 블랙(All Black) 컨셉을 적용해 정갈하게 그려낸 수묵화와 같이, 절제되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표상한다고 설명했다.

천연 염색 공정을 적용해 보다 친환경적으로 가죽을 가공하고, 대나무를 외장컬러의 코팅 디테일로 활용하는 등 물질적 가치로는 결코 성취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정신에 기반한 고객 가치를 제공하고, 그랜저 만의 지속가능한 프리미엄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것.

이상엽 디자이너는 “성공이라는 기준이 과거엔 ‘물질적(부, 경제성)’ 측면이 강조됐다면, 2020년대 지금은 ‘스스로 정의한 성공(자기 만족)’의 개념으로 진화됐다”며 “그랜저 또한 진화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그는 “바로 그 진화는 과거와 단절을 선언하고 제 3의 길을 모색하는 것도, 과거의 것을 모방해 'Retro'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내놓는 것도 아니었다”며 “우리의 디자인은 '연(Common Thread)', 즉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실타래를 하나로 꿰어, 미래로 연결하는 일, 한 예로 1970년대 선보인 포니가 전기차 아이오닉5로, 포니 쿠페가 N Vision 74로 이어진 것처럼, 단절이나 모방이 아닌 소중한 연결의 가치를 이 차(신형 그랜저)에 담아냈다는 것.

한편, ‘디 올 뉴 그랜저’의 실내외 디자인을 총괄 지휘한 이상엽 디자이너는 그랜저가 나오기 까지 설계와 섀시, 생산기술, 디자인팀, 그리고 협력사까지 보다 완벽한 차를 만들기 위해 헌신해온 모든 이들의 열정이 담겼다고 고마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