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박봉균 기자]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3년전 도쿄모터쇼에서 처음 만났던 닛산 슈퍼 스포츠카인 ‘GT-R’을 드디어 한국에서 재회했기 때문이다. 시승에 앞서 웬만해서는 설렘이 찾아오지 않는데 GT-R은 그런 감흥과 흥분을 주었다.
GT-R은 아무나 범접하기 어려운 초고성능의 신비감을 주는 슈퍼카와는 거리가 있다.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를 컨셉트로 개발된 신(新)개념의 수퍼카 GT-R은 운전하기 쉬우면서 어느 정도 실력만 있으면 한계 가까이 성능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성능은 포르셰 997 GT2나 메르세데스 SLR 722 GT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실적인 슈퍼카
최근 경기도 화성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트랙에서 닛산 GT-R을 극한까지 몰아붙여 봤다.
시동을 걸고 GT-R과 함께 경사진 고속 주행트랙에 올랐다. 3800㏄에 485마력, 60㎏ㆍm 토크의 힘을 뿜어낸다. 직선주로에서 최고속도는 280km/h을 유지하며 경사 주로에 들어서자 일반차량이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스피드로 질주한다. 42도까지 기울어진 도로에 밀착돼 달리는 차체 안에서 안정된 드라이빙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프로 레이서가 운전했다면 320km/h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GT-R의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닛산 GT-R
GT-R에 더욱 놀라는 것은 6단 듀얼 클러치와 통합된 독립형 리어 트랜스액슬 ‘ATTESA E-TS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엔진이 슈퍼카 모델로는 눈에 띄는 편은 아니지만 사륜구동 시스템은 언제나 최적의 토크를 4바퀴에 배분해 안정성과 함께 최상의 핸들링 선사해 F1 머신 못지 않은 드라이빙을 가능하게 한다. 엔진의 출력을 어떤 상황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도록 해준다는 뜻이다.
여기에 L당 7.8Km를 갈 수 있는 우수한 연비(한국공인)와 엄격한 미국 배출가스 규격인 ‘ULEV’ 기준에 부합하는 친환경성을 두루 갖췄다는 점도 슈퍼카 GT-R이 갖는 매력이다.
▲ 왜 GT-R에 열광하나
엔진음과 바람소리, 타이어 소음이 여느 스포츠카보다 상당히 억제돼있다. 순식간에 올라간 시속 200㎞ 주행에서도 정신이 집중될 정도로 차분하다. 외부 디자인도 경쟁차종에 비해 잘빠진 중형 세단다운 모습이다.
연료소비효율도 슈퍼카답지 않다. 스포티하게 운전해도 L당 5~6㎞ 정도. 시속 100㎞로 정속주행해도 L당 8㎞ 수준이다. 가격도 일반 슈퍼카의 절반 수준인 1억4900만원이다.
그러나 자동차마니아들의 눈에 GT-R은 달라 보인다. 내부에는 다이내믹 드라이빙부터 일상적 주행까지 트랜스미션, 서스펜션, VDC의 세팅을 버튼 조작으로 가능케 하는 ‘멀티 퍼포먼스 스위치’가 센터 콘솔에 탑재돼 있다.
트랜스 미션의 경우 눈길 주행을, 서스펜션은 편안한 주행을, VDC는 오프모드를 선택할 수 있어 다양한 상황에서의 주행 성능을 극대화했다. 주행 성능 못지 않게 슈퍼카에서 중요한 브레이크 시스템 역시 수준급이다.
닛산 GT-R
닛산과 브램보사가 공동으로 개발, F1 레이싱 머신에서 볼 수 있는 모노블록 6-피스톤 캘리퍼와 모노블록 4-피스톤 캘리퍼를 앞, 뒤 바퀴에 각각 탑재하고 있다. 마니아에게 인기 높은 아이템들이다.
또 운전대를 잡으면 F1 머신같은 차의 움직임에 매료되기 마련이다. 뻥 뚫린 고속도로가 아니라면 슈퍼카에도 쉽게 추월을 허용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포르쉐나 페라리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슈퍼카임에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