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친환경 전기차(EV) 시대가 도래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스마트 시티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운전자 없이 차가 알아서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감이 적잖다.
가이드하우스 인사이츠(Guidehouse Insights)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톱10 안에 든 자율주행 업체는 중국과 미국이 독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웨이모(Waymo)가 86.5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이어 바이두(Baidu, 82.3점), 모빌아이(Mobileye, 81.8점), 엔비디아(Nvidia, 76.0점), 오로라(Aurora, 74.0점) 등 순으로 자율주행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도 만만찮은 분위기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로이(Roii)를 선보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65.0점으로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력이 선두 그룹인 중국과 미국 업체들을 맹추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지형(44)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최근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본사에서 데일리카 기자와 만나 “세계 최고의 자율주행차를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도심의 온로드 뿐 아니라 산길 등 오프로드에서도 자유롭게 달리는 레벨5에 속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자율주행차는 현재의 기술력이 불과 5% 정도 수준인 만큼 이제부터 본격적인 마라톤이 시작된 셈이라는 게 한 대표의 주장이다.
현대자동차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뒤,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 한 대표는 “글로벌 자율주행 개발 업체는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한 부분만을 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그러나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하드웨어에 이르기까지 한 번에 모두 구현시키는 자율주행 기술력을 지닌 게 차별적인 강점”이라고 꼽았다. 사실상 자율주행 완성차를 지향하면서, 선두 업체를 따라잡는 게 결코 허무맹랑하지 않다는 그 만의 당찬 의지가 녹아든 대목이다.
다음은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와의 일문일답.
오토노머스 에이투지 한지형 대표
▲ 현대차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가 자본금 3000만원을 들고 자율주행 업체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Autonomous A2Z) 회사를 창업했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
= 2014년부터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가전 박람회인 CES에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참가해왔는데, 당시 개발자들과 자율주행 기술 관련 많은 소통이 이뤄졌다. 자율주행 기술이 곧 현실에서도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펼쳐질 것을 목도한 때문이다.
당시 (자율주행차는) 세단이나 SUV 등 승용차 중심이었지만, (내 생각엔) 특수 목적을 지닌 자율주행차(PBV, Purpose-Built Vehicle)가 먼저 상용화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 자동차 역사는 이제 130여년이 훌쩍 지났지만, 지금까지 자동차는 사람이 운전해왔다. 굳이 운전자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알아서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꼭 필요한 건가.
= 가장 중요한 건 안전 때문이다. 고도의 자율주행 기술력이 적용된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그래서 자율주행차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차는 도로의 주행 상황을 스스로 정확히 인지하고, 판단, 제어가 가능하다.
▲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자율주행차 로이(ROii)를 선보여 주목을 받는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차는 어느 수준인가.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로이(ROii) (레벨4 자율주행차)
= 로이는 운전석과 핸들, 페달이 없는 완전 무인 구조로,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를 사용해 주변 상황을 인지하며, 시속 40~60km 수준으로 도심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실현한다. 센서 이상이나 통신 불가 등 예상치 못한 고장과 비상 상황에서도 차량이 스스로 판단해 정지하거나 안전지대로 이동하는 통합비상조치(MRM) 전략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로이는 현재 상용화를 위해 한국교통안전공단(KATRI)의 K-City에서 테스트 운행을 진행하며, 세계 최초의 레벨4 성능 인증을 준비하고 있고, 유럽 인증 획득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이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자율주행 역량이 국내 실증 수준을 넘어 글로벌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품질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인 만큼 그 의미가 적잖다.
로이의 성능 인증은 올해 말로 예상되며, 통과 후에는 법규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운수사업자를 대상으로 자율주행 버스나 셔틀, 무인배송차 등 특수목적차량(PBV) 시장에 판매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2027년까지 약 1000대 수준의 시범 양산에 성공해 국내 자율주행 생태계를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각오다. (기자, 사실상 자율주행 완성차 업체가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지향점이라는 얘기군요.)
▲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V2X(Vehicle to Everything), 그러니까 자율주행차의 모든 영역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 주력 개발 업체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 자율주행차는 주행 중 도로의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 제어가 가능해야 하는데, 이런 소프트웨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모두 구현시키면서 하드웨어와 연결되어야만 진정한 자율주행차라고 판단한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인지, 판단, 제어 전 구간을 아우르는 소프트웨어와 차량, 센서, 제어기, 도로 인프라 등 모든 구성 요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설계하고 구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참고로 상용화를 목표로 설계된 레벨4 자율주행차인 로이(ROii)는 ‘ROad’와 ‘interaction’, ‘i’를 조합해 만든 이름인데,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이동의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체 부품 및 시스템의 96%가 국산 기술인 만큼 부품 수급 안정성과 기술 자립도를 확보했다.
로이는 70kWh 용량의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돼 한 번 충전으로 약 240km 거리를 주행할 수 잇다. 최대 11명(9석, 2입석) 탑승이 가능하다. 제한속도는 시속 40km 수준이다.
▲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어느정도 수준인가.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로이(ROii) (레벨4 자율주행차)
=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통해 일상 속 이용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안전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우리는 차량 자체의 안전성 뿐 아니라 자율주행에 필요한 도로 인프라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구축하고 사각지대와 돌발 상황 발생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제센터를 통한 원격제어 콕핏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중화(Redundancy)한 게 차별적인 포인트다.
여기에 차량 뿐 아니라 보행자, 자전거, PM(개인형 이동수단) 등 전체 교통 흐름을 실시간으로 분석 가능하도록 도로와 차량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런만큼 안전성과 운행 효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또 라이다 감시 시스템은 고성능 딥러닝 모델을 기반으로 타깃 영역 내에서 사람들의 정확한 위치를 감지하고 사람 수를 파악하며, 이를 통해 밀도 추정과 궤적 추적이 가능하다. 이는 도시교통 운영 데이터 수집을 넘어 사고 감지, 비상 대응 자동화 등 다양한 스마트시트, 스마트 팩토리 인프라로도 확장이 가능해 도시 전반의 교통관리 체계를 혁신할 수도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해외시장 개척 상황은.
= 중동 지역과 동남아, 싱가포르 등의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경쟁 상대는 중국과 미국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싱가포르, 일본 등 규제당국은 인프라 기반의 자율주행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글로벌 진출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우리 기술인 라이다 인프라 시스템은 싱가포르 정부가 지정한 공식 자율주행 테스트 시험 장비로 인정됐으며, 싱가포르 현지 자율주행 시험도로에 설치돼 2024년부터 내년까지 3년간 운영되고 있다.
▲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업체, 또 자율주행차 보급을 위해 어떤 제도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나.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로이(ROii) (레벨4 자율주행차)
= 제도적 보강과 함께 보조금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우리나라가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사업 초기에는 정부의 보조금 지원 정책과 친환경차 의무제도가 주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자율주행차) 시장이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열리려면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자율주행) 친환경차 의무도입제 등으로 ‘마중물’을 부어주는 등 지원이 요구된다. 시장이 열리면, 재투자의 재투자가 가능하다. 해외 경쟁국들은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타이밍을 놓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뒤쳐지게 마련이다.
▲ 마지막 질문이다. 사실, 자율주행차 시대는 ‘미래 모빌리티의 꽃’, ‘모빌리티의 궁극적인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그리는 미래는 무엇인가.
=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일반 도로에 자동차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또 대중 교통 시스템도 이에 따라 크게 바뀌게 된다. 트램이나 지하철은 선로 건설 등 초기 인프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수도권을 제외하곤) 지방엔 거의 없는 상태다. 자율주행차는 정밀 지도를 통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인프라 비용이 요구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 보급이 대중화되면 지역의 교통 균형 발전도 가능하다. 당연히 사고율도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사람과 자동차, 특히 스마트 시티 구현이 가능한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교통 환경, 새로운 변화의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향후 세계 최고의 자율주행차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