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300마력이 ‘국민 마력’으로 불리고, 강력한 토크를 지닌 전기차들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타이어에 요구되는 조건은 과거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조용하고 효율적일 뿐 아니라 긴 수명과 사계절 대응력까지 갖춰야 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쉐린은 크로스클라이밋 3와 크로스클라이밋 3 스포츠를 내놓으며 다시 한번 시장의 기준을 세우려 한다.
지난 23일, 경기도 용인 AMG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를 통해 두 제품을 직접 체험했다.
첫 주행에서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정숙성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앞다퉈 차음 스폰지를 부착해 출시하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보다도 우수했다. 공명음이 들리기 시작한 속도는 약 160km/h 수준으로, 일상 주행에서는 충분하다. 올웨더 타이어 특성상 사이드월은 단단하고 트레드는 부드럽지 않았지만, 불규칙한 노면에서의 충격음도 잘 정제됐다. 신차용 OE 타이어와 비교해도 한 수 위의 감각이다.
젖은 노면 제동력도 수준급이다. 미쉐린은 크로스클라이밋 3가 전작 대비 제동 성능이 4% 개선됐다고 설명했는데, 실제로도 빗길에서 미끄러짐이 적고 안정적으로 제동이 이어졌다. 시속 85km/h에서 풀 브레이킹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BMW 530i(성인 남성 3인 탑승)는 약 35m에서 멈췄다. 크로스클라이밋 3 스포츠는 31m를 기록했다. 단순히 4m 차이지만 체감 차이는 상당했다. 변수가 많아 절대적 수치는 아니지만, 경쟁 브랜드 대비 우위를 입증한 결과였다.
미쉐린 크로스 클라이밋3 브레이킹 테스트
제동 감각에서도 두 모델의 성격은 뚜렷했다. 노멀 모델은 부드럽게 멈춰서는 느낌이라면, 스포츠 모델은 끝까지 그립을 움켜쥐려는 모션이 강했다. 실제로 풀 브레이킹 중 그립을 다시 붙잡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극한 주행에서도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일반적으로 올웨더 타이어는 반응이 느리고, 코너 주파 시 매끄러운 감각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크로스클라이밋은 달랐다. 웬만한 브랜드의 썸머 타이어와 유사한 반응성을 보였다. 일부러 스핀을 유도하기 위해 코너에서 깊게 가속하자 뒷바퀴가 살짝 흘렀다가 곧바로 그립을 회복했다. 전자제어가 모두 꺼진 상황에서 별도의 카운터스티어 없이 이뤄진 결과다. 이는 타이어 본연의 접지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기술적 특징도 눈에 띈다. 크로스클라이밋 3는 수명이 15% 늘었고, 마모 후에도 성능을 유지하는 V자형 트레드 패턴을 적용했다. ‘맥스터치(MaxTouch)’ 기술은 접촉 면적을 최적화해 가속·제동·코너링 시 힘을 고르게 분산한다. 덕분에 어떤 차에 장착하더라도 부드럽고 담백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스포츠 버전에는 아라미드·나일론 하이브리드 벨트가 더해져 고속 안정성이 강화됐다. 사계절용 접지 컴파운드로 여름·겨울 모두 대응하며, EU 라벨링에서도 A 등급을 획득했다. 승차감은 노멀 모델과 비슷하게 정숙하고 부드럽지만, 여기에 한층 강한 그립력이 더해졌다. 마니아층이 특히 만족할 만한 제품이다.
미쉐린 크로스 클라이밋3
정숙성, 긴 수명, 전기차와의 높은 호환성. 단순한 ‘사계절 타이어’가 아니라 ‘퍼포먼스 올웨더’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경쟁 모델로는 브리지스톤 투란자 콰이어트트랙, 굿이어 어슈어런스 웨더레디, 콘티넨탈 퓨어컨택트·크로스컨택트 등이 거론된다. 이들 대비 전반적인 평가에서 우위를 보였으며, 특히 스포츠 버전은 사실상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결론적으로, 크로스클라이밋 3는 사계절을 아우르는 안정성과 효율성을, 크로스클라이밋 3 스포츠는 노멀 버전의 장점에 고성능과 다이내믹함까지 더했다.
타이어는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차량의 성능과 주행 질감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크로스클라이밋 3와 3 스포츠는 뛰어난 그립력과 정숙성, 그리고 사계절 대응이라는 강점을 두루 갖췄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모두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프리미엄 타이어를 찾는 소비자라면 반드시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