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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히스토리] 대한민국을 대표한 플래그십 세단, 현대차 ‘에쿠스’의 발자취

Hyundai
2025-10-21 16:04
VL500 전측 메인컷
VL500 전측 메인컷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에쿠스(EQUUS)’는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적 도약을 상징하는 모델이었다.

1999년 4월 28일 출시된 1세대 에쿠스는 현대차와 미쓰비시자동차가 공동개발한 마지막 차종으로, 한국 고급차 시장의 새 장을 열었다.

당시 국내 대형 세단 시장은 쌍용 체어맨과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주도하고 있었다. 이에 현대차는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대형 세단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에쿠스였다.

‘그랜저’와 ‘다이너스티’의 통합 후속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개발 과정에서 한 단계 격상된 플래그십 모델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로써 현대차는 경차부터 기함까지 전 차급 라인업을 완성했다.

출시 당시 에쿠스는 미쓰비시의 V6 3.5리터 ‘시그마’와 V8 4.5리터 ‘오메가’ 엔진을 탑재했다. 특히 오메가 엔진은 국산차 최초의 V8이자, 가솔린 직접분사(GDI) 기술이 적용된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컸다.

당시 국내에는 고옥탄 연료 인프라가 부족했지만, 현대차는 세팅 변경을 통해 일반 연료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최고출력 270마력, 최대토크 38kg·m의 성능은 1990년대 후반 국산차 수준을 넘어선 수치였다.

에쿠스는 안락한 승차감과 정숙성을 중시한 세팅으로 ‘한국형 럭셔리 세단’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전륜구동 기반임에도 고속 주행 안정성이 뛰어났으며, 당시 고급차에선 보기 드물던 전자제어 서스펜션(ECS)과 전자식 시트, 고급 오디오 시스템 등을 갖췄다.

현대 에쿠스
현대 에쿠스

리무진 모델에는 에어 스프링 방식의 ECS III 시스템이 장착돼 장거리 승차감이 대폭 향상됐다. 2003년에는 냉·온 통풍 시트, 알루미늄 4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 등 최신 편의·안전장비를 추가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에쿠스의 존재는 단순히 한 차종의 성공을 넘어, 한국 자동차 기술이 자립 단계로 나아가는 전환점이기도 했다. 미쓰비시와의 기술 협력을 끝으로, 현대차는 독자 엔진과 플랫폼 개발 능력을 확보하게 됐으며 이후 제네시스, G90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프리미엄’ 계보의 출발점이 됐다.

1세대 에쿠스는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공식 의전차로 사용되며 명실상부한 ‘국가 대표 세단’의 위상을 입증했다. 2008년 11월 생산이 종료되기까지 약 9년간 국내 고급차 시장의 중심에 자리했으며, ‘대한민국의 S클래스’로 불리며 상징적 존재로 남았다.

2009년에는 제네시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2세대 모델이 등장했다. 후륜구동으로 전환된 2세대 에쿠스는 현대 독자 개발 V8 4.6리터 타우(TAU) 엔진을 탑재하며 기술 독립을 선언했고, 2015년까지 현대차의 기함 역할을 이어갔다. 이후 후속 모델인 EQ900(현 제네시스 G90)으로 계보가 이어지며,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라인업은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

에쿠스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기술 수입’에서 ‘기술 수출’로 전환하던 시기의 결정체였다. 당시 “이제 한국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대형 세단이 탄생했다”는 현대차의 선언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산업 성장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2014년형 에쿠스
2014년형 에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