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기아는 제 삶의 일부입니다. 17살이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제 곁에 있었죠.”
22일 오전 9시께, 서울 성수동 ‘기아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서 울려 퍼진 라파엘 나달의 목소리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은퇴 후 기아와 함께 인생의 2막을 여는 순간이었던 탓이다.
기아와 라파엘 나달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아는 젊은 테니스 유망주였던 17세의 나달에게 후원의 손길을 내밀었고, 이후 그는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며 브랜드와 함께 성장했다.
기아 송호성 사장은 “나달 선수는 열정과 투지, 인내라는 키워드로 기아의 브랜드 방향성과 닮아 있다”며 “21년의 시간 동안 쌓아온 우정은 단순한 후원을 넘어,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감을 주는 관계로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달 선수가 업계의 정상에 오르는 동안 기아 역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했다”며 “앞으로도 기아는 나달과 함께 희망과 도전의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기아와 나달은 닮은 점이 많다. 나달은 어린 시절부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주목받았지만, 전성기였던 시절에도 무릎과 손목 부상에 시달렸다. 당시 그는 세계 1위 로저 페더러를 꺾고 6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반복되는 부상으로 은퇴까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당시 기아는 유럽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도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단순한 후원이 아닌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 구축을 선택했다. 그 한 번의 선택이 21년이 넘는 우정과 신뢰로 이어진 것이다.
라파엘 나달도 이날 무대에 올라 “기아는 제 커리어와 인생의 일부와 다름없다“며 ”기아는 어떤 순간에도 변함없는 파트너로 제 곁을 지켜줬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라파엘 나달
이어 그는 “17살 무렵, 운전면허도 없던 시절 처음 기아의 후원을 받았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이 인연이 자랑스럽고, 기아와 함께 성장해온 여정에 감사하다”고 회상했다.
나달의 ‘기아를 향한 애정’도 꽤 각별하다. 그는 지금은 단종된 기아의 고성능 4도어 세단 ‘스팅어’를 비롯해, 첫 E-gmp 전기차 ‘EV6’, 플래그십 전기 대형 SUV ‘EV9’을 평소에도 직접 운전한다. 브랜드와의 인연이 단순한 광고나 협찬을 넘어선 셈이다.
특히 2015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메르세데스컵’에서의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당시 우승을 차지한 나달은 대회 후원사인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고성능 스포츠카 ‘AMG GT’를 부상으로 받았다.
짧은 시승을 마친 뒤, 나달의 대답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제 스폰서 회사인 기아차만큼은 좋지 않네요”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메르세데스-벤츠가 후원하는 대회 현장에서 ‘기아’를 언급하는 것은 다소 파격적인 행동으로 비칠 수 있었다. 그러나 20년 넘게 이어진 두 브랜드의 인연을 돌아보면, 그의 한마디는 단순한 농담이 아닌 ‘진심 어린 애정 표현’이었다. 나달에게 기아는 단순한 후원사가 아니라, 커리어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기아는 이번 파트너십 연장을 계기로 나달과 함께 ‘지속 가능한 도전’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전 세계에 확산시킬 계획이다.
기아 송호성 사장은 “라파엘 나달과 함께할 앞으로의 여정 동안 기아는 나달과의 진솔한 우정을 바탕으로 전 세계 테니스 팬ᆞ유망주들에게 희망과 동기를 부여하고 고객들과 긍정적 영감을 끊임없이 공유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파트너십 연장은 단순한 계약이 아니라, 21년간 이어온 신뢰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코트를 벗어난 나달의 두 번째 여정, 그리고 기아의 전동화 도전은 이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기아 송호성 사장(좌), 라파엘 나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