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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내연기관의 혼을 담아낸 전투병기”..현대차 아이오닉 6 N

2025-10-27 16:04
현대차 아이오닉 6 N
현대차 아이오닉 6 N

[태안=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내연기관이 황혼기를 맞이한 오늘날,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단비같은 희소식이 등장했다. 운전의 즐거움을 다시 정의할 전투병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의 한 획을 그어낼 만한 차량으로 꼽힌다. 뚜렷한 경쟁 모델도 찾기 어렵다.

사실상 주행 감각으로는 독일산 완성차 브랜드와 견줘봐도 절대 뒤쳐지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차량을 온전히 제어할 수 있는 안정성도 뛰어나다.

여기에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내연기관 변속감을 구현한 ‘N e-쉬프트’도 적용됐다. 8단 DCT 미션을 벤치마킹해 개발된 시스템으로, 기어비 역시 촘촘하게 구성돼 있어 변속하는 맛이 생생하다.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인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에서 흘러나오는 짜릿한 엔진음과의 궁합도 뛰어나, 전기차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아이오닉 6 N은 최고출력 478kW(약 650마력), 최대토크 770N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2초(N 런치 컨트롤 작동 시)이며, 최고속도는 257km/h에 달한다.

현대차 아이오닉 6 N
현대차 아이오닉 6 N

발진 성능에서 아쉬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웬만한 슈퍼카에 버금가는 가속 성능을 이토록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일종의 특권이다. 어떤 영역에서도 지치는 기색이 없고,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온몸이 시트에 파묻히며 머리가 뒤로 젖혀진다.

매력 포인트를 하나 꼽자면 ‘컴포트 모드’에서의 승차감이다. 거의 일반형 아이오닉 6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당히 부드럽다. 이전 5 N은 기본 세팅이 다소 단단해 데일리카로 활용하기엔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6 N은 전혀 다르다. 노멀 모드에서는 노면 충격이 말끔히 걸러지고, 차체의 잔진동도 최소화돼 편안하다. N 모드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고성능 차량을 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다.

수많은 차량을 경험해봤지만, 이렇게 ‘편안하면서도, 무서울 정도로 빠른 차’는 간만이었다. 진동이나 변속 충격이 거의 없어, 마치 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N e-쉬프트 기능을 활성화하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8단 DC 미션을 그대로 구현해냈다. 엔진 브레이크와 변속 충격, 팝콘 사운드, 퓨얼 컷 사운드까지 구현돼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감각을 완벽히 재현한다. 특히 기어비도 촘촘하게 세팅된 덕분에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그저 시트에 파묻힌 채, 머리를 휘날리며 달려나갈 뿐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6 N
현대차 아이오닉 6 N

주행 감각은 기대 이상이다. 기존 5 N은 코너 진입 시 앞쪽에 하중을 실어둔 채, 뒷바퀴를 날리며 미끄러지듯 운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쉽게 말해 ‘날 것’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6 N은 다르다. 누구나 안정적으로, 예측 가능한 움직임 속에서 주행이 가능하다.

TCS(트랙션 컨트롤)과 ESC(차체제어장치)를 모두 해제한 상태에서 서킷을 달려봤다. 불필요한 움직임은 철저히 배제된 채,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움켜쥐고 튀어나간다. 코너 탈출구에서 의도적으로 급가속을 시도하자, 뒷바퀴가 그립을 잃고 바깥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빙판 위를 미끄러지듯 이상적인 곡선을 그려 나갔고, 카운터 스티어링을 ‘톡’ 하고 치자 곧바로 그립을 회복하며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그립을 잃은 게 아니라, ‘운전의 재미를 위해 잠시 놓아준 것’에 가깝다. 차량 제원만 놓고 보면 분명 다루기 어려워야 하는 차다. 그러나 아이오닉 6 N은 다르다. ‘아웃-인-아웃’, ‘감속-엑셀 오프-가속’과 같은 교과서적인 주행 공식이 필요 없다. 그냥 밟고 돌리면 된다. 대단함을 넘어, 경악스러울 정도다.

특히 좌우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때, 서스펜션의 반응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움직임의 폭이 결코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체형 서스펜션에 버금가는 정밀한 반응성을 보여준다. 이는 일반적인 서스펜션 세팅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아이오닉 6 N에 탑재된 전자 제어 서스펜션(ECS) 만이 가능한 전매특허급 반응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6 N
현대차 아이오닉 6 N

비교할 만한 차도 떠오르지 않는다. BMW i4, 포르쉐 타이칸, 벤츠 EQE 등 어떤 차량을 데려와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다만 제동력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부족하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차량의 전반적인 성능을 감안하면 한층 더 강력한 제동 세팅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제동력을 높이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다만 일상 주행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내구성과 소음, 페달 감각 등을 함께 고려했을 것이다. 이 점에서 현대차의 고민이 엿보인다. 특히 N 퍼포먼스 파츠를 통해 ‘고성능 브레이크 패드’를 별도로 출시한 점은, 이러한 절충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아이오닉 6 N에는 수많은 최신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N 페달,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N 그린 부스트 등 이름만 들어도 화려하다. 하지만 굳이 기능 하나하나를 나열할 필요는 없다. 그것들은 백 번 설명해도 체감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직접 운전석에 앉아 페달을 밟는 순간, 왜 이 차가 특별한지 단번에 알게 된다.

정말 좋은 차다. 고성능 브랜드 ‘N’은 단기간에 자리를 잡았고, 지향점을 명확히 세웠다. 단순히 빠른 차, 출력이 높은 차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누구나 운전할 수 있고, 누구나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차. 그게 바로 ‘N’이 추구하는 본질이다.

그리고 이번 아이오닉 6 N을 통해, 현대차는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줬다. 운전의 즐거움이 전기 시대에도 유효함을 증명한 차.

그 새로운 기준의 출발점인 아이오닉 6 N의 국내 판매 가격은 7990만원부터 시작된다.